거대양당의 정당투표 사표론은 착각이자 선동이다
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에 적용돼 사표 없어
지역구선거에서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 확보땐?
군소정당은 부족분 50%만 보충해주니 0.5표 계산
거대양당은 1표 이상으로 인정받았으니 황송해해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논란과 위성정당 논란이 벌어지는 어디에서나 하나의 잘못된 생각이 통념으로 군림하며 확대 재생산된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학계에서도 잘못된 통념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한다.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 아래서는 거대양당, 특히 제1당이 받을 정당투표가 모두 사표가 된다는 통념이 그것이다. 이 통념은 곧바로 현행선거법을 유지하는 이상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때 숨어 있는 논리는 위성정당이 분명히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인 건 맞지만 불법행위나 범죄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몇 가지 반대논리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게 마련이다. 첫째는 게임의 룰은 여야합의가 필요한데 국힘당이 반대하면 위성정당방지법도 입법할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반론이다. 둘째는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도 위성정당은 몰라도 자매정당은 막을 수 없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다. 셋째는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힘당 요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게 분명한데 뭐 하러 헛수고를 하느냐는 반론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해서 현행 연동형선거법을 위성정당으로 두 번 무력화시킬 바에야 국힘당 요구를 받아들여 종전의 병립형 선거제로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반론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개정·위성정당 대처논란은 사상누각
이 모든 연쇄논리의 출발점을 이루는 것이 거대양당에 정당투표를 하면 사표가 된다는 통념이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확대재생산 행렬에 동참하고 있지만 조금만 검토해보면 이 통념은 현재의 연동형 선거법에 따른 선거결과를 종전의 병립형 선거법에 따른 선거결과로 혼동하는 바탕 위에서만 성립하는 완전한 착시의 산물로서 법질서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합법위장 불법행위의 공개적인 고무 선동을 함축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통념을 대전제로 삼아 세워지는 모든 연동형비례대표제 개정 논란과 위성정당 대처 논란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진실을 이번 글과 후속 글에서 밝힐 예정이다.
현행 연동형 아래서는 제1당을 다투는 거대양당에 정당투표를 하면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연동형선거법과 병립형선거법이 모두 정당득표율과 비례의석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쓰지만 그 성격과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오는 개념적인 혼란과 착시현상이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연동형에서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을 나누는 기준이지 병립형처럼 비례의석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다. 연동형에서는 비례의석도 지역구의석수가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수보다 적을 때 그 부족분을 보충하는 용도이지 병립형에서처럼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주는 용도가 아니다.
*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24. 연합뉴스
거대양당 사표 논란은 병립형에서나 통할 셈법
거대양당이 건져 올린 정당투표가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연동형에서는 정당득표율이 높건 낮건 지역구의석수가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수를 상회하는 순간 비례의석을 한 석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정당득표율에 집계된 모든 표심에도 불구하고 비례의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표가 되었다는 주장이지만 철저하게 병립형에서 형성되고 병립형에서나 통할 잘못된 셈법이다. 전체의석을 나누는 용도로 바뀐 연동형 정당득표율을 비례의석만 나누는 용도로 쓰인 병립형 정당득표율과 혼동하고 지역구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 보충용도로 사용하는 연동형 비례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의석으로 혼동한 데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거꾸로다. 연동형에서 정당투표가 쌓여서 만들어낸 정당득표율은 병립형에서처럼 비례의석에 대해서만 사표를 만들어내지 않는 게 아니고 전체의석에 대해서도 사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연동형이건 병립형이건 정당득표율이 적용대상에 대해 반드시 그만큼의 의석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병립형 정당득표율은 비례의석만 적용대상으로 삼는 반면 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을 적용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비례의석(47석)을 넘어 전체의석(300석)에 대해서도 사표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동형에서는 지역구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에 부족분이 있으면 비례의석으로 보충 받는다는 점에서 병립형에서와 달리 정당득표율이 지역구의석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징이 있다.
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에 적용돼 사표 없어
정당득표율과 비례의석이 연동형과 병립형에서 너무나 뚜렷하게도 그 역할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용어를 쓰기 때문에 혼란과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어떤 정당이 지역구선거에서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을 확보했을 때다. 이때 통념은 그 정당이 정당득표율로 집계된 지지자들의 표로 비례의석을 한 석도 못 갖는다고, 이게 말이 되느냐고 속삭이며 정당지도부와 소속의원, 지지자 모두의 이기적인 마음을 충동질한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아무리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해도 그것으로는 비례의석을 한 석도 못 만들어내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그 문제의식을 단순화시켜 표현한 ‘연동형에서는 거대양당이 받은 지지자들의 정당투표가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3% 문턱을 넘는 정당득표율은 많건 적건 비례의석을 만들어내는 병립형에서나 통할 뿐 연동형에서는 통할 수 없는 완전한 오류다.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 확보땐 사표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맞나? 연동형적 관점에서는 같은 현상을 동일한 정당득표율로 상응의석을 넘어 초과의석까지 합법적으로 갖게 되었으니 횡재했다고 보고 고맙게 생각해야 옳다. 연동형에서는 정당득표율에 반영된 지지자들의 표 하나하나가 대표가치를 못 갖는다는 의미에서 사표가 되는 게 아니라 초과의석까지 쳐서 1표 이상의 대표가치를 갖는다는 게 진실이다. 거꾸로 우리 현행법은 군소정당에게는 부족분의 50%만을 보충해준다. 군소정당에 던져진 정당투표가 0.5표 대표가치밖에 못 갖는 점을 감안하면 거대양당과 지지자들이 연동형 아래서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소정당은 부족분 50%만 보충해주니 0.5표 계산
이렇게 볼 때 거대양당의 지도부와 후보자들, 지지자들은 정당투표 하나하나의 가치를 1표 이상으로 인정받는다고 감지덕지해야 옳다. 그럼에도 거꾸로 사표가 된다고 불평하며 탈법행위를 합리화하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선거결과의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을 강화하는 게 국민이 바라마지 않는 선거제 개편방향이라면, 거대양당과 현역의원은 현행 연동형선거법에서 구조화된 정당투표의 부등가성과 불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해 비례의석 확대와 위원정수 증원에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해서 위성정당 착시현상이 파고들 초과의석 발생 여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마땅하다.
이제 결론을 맺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대양당의 정당투표 사표론은 100% 개념적 혼동과 이기적 착시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 위에 서 있는 모든 후속논리와 통념 역시 논리적인 파탄을 면할 수 없다. 연동형 선거법 논란과 위성정당 논란에서 흔히 발견되는 잘못된 통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7편의 시리즈 글을 거대양당 정당투표 사표론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곽노현 징검다리공동체 이사장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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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 '안락사' 절대 안돼
2020년에나 지금이나 정치여건상 최상의 선거제도
2023년 선거제개편논의의 최대 미스테리는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언급이나 평가가 전혀 없이 진행된다는 데 있다.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거론하는 것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는 일종의 금기가 아닌가 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23년 선거제개편논의는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안락사 시키자는 암묵적인 여야합의 위에서 진행된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본인 주도로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2020년 개정선거법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기로 국힘당과 암묵적 합의를 하고 지금의 선거제개편논의를 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국민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다당제전환효과에서 제일 낫다
현행 50%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한 석도 건지기 어렵지만 3%가 넘는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을 올리는 제3정당에게는 병립형 비례대표의석을 150석으로 늘린 효과를 갖는다. 정당득표율을 10% 올린 정당은 15석, 4% 올린 정당은 6석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의원정수나 비례의석을 한 석도 늘리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병립형 비례의석을 47석에서 150석으로 늘린 놀라운 효과를 낸 바로 그 지점에 현형 50% 연동형의 장점이 있다. 지역구에서 한 석도 못 건지는 정당이라도 시대정신과 국민생활이 요구하는 명확한 정강정책을 갖고 있어서 정당투표에서 3% 이상 득표율을 올린다면 5석을 얻을 가능성이 열린다. 만약 봉쇄조항을 2%로 낮춘다면 정당득표율 2%로도 3석이 가능해서 소수민심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서울본부, 5개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3~4인 선거구 확대와 비례대표 대폭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1.11.23
현행 혼합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례성을 도모하고 정당책임성을 강화하며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여는 등 비례대표제의 모든 장점과 기대효과를 발휘한다. 동시에 지역구선거를 소선거구제로 치르기 때문에 소선거구제의 장점인 지역대표성과 유권자효능감, 의원책임성도 최고로 확보할 수 있다. 10석 안팎 대선거구 비례대표제에서는 모든 선거구에서 고르게 7,8% 정당득표율을 올려도 단 한 석을 만들어내지 못할 제3정당이 현행 혼합연동형 전국단위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득표율 5%만 올려도 7,8석이 가능해서 다당제로 이행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사표발생은 똑같지만 불비례성이 줄어든다
현행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이전의 혼합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사표발생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혼합연동형이든 혼합병립형이든 유권자에게는 두 장의 표가 주어진다. 하나는 지역구선거에서 지지후보 1인을 찍을 표, 다른 하나는 지지정당을 찍을 표다. 혼합연동형이든 혼합병립형이든 똑같이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여기서 2위 이하를 찍은 모든 표는 사표가 된다. 정당투표의 경우 봉쇄조항에 걸리는 3% 미만 표심만 사표가 되고 나머지 표는 사표가 되지 않고 비례적으로 대표되는 것도 똑같다.
사표발생의 관점에서만 보면 똑같지만 정당투표결과인 정당득표율이 혼합병립형에서는 비례대표의석을 나누는 데만 사용되는 반면 혼합연동형에서는 전체의석을 나누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 덕에 혼합연동형은 혼합병립형과 달리 소선거구제의 정당득표율 대비 불비례성을 교정하는 추가효과가 있다. 다만 현행 혼합연동형이 정당득표율 대비 초과의석으로 드러나는 불비례성을 그대로 방치하고 부족의석으로 드러나는 불비례성을 절반만 잡아주는 건 분명한 한계다. 비례성을 최대로 보장하려면 위의 이중한계를 풀어야한다. 정당득표율 대비 정당의석수의 비례성을 강화할수록 정당 간 정책경쟁이 치열해지고 패거리정당이 정책정당으로 바뀌는 시간이 단축된다.
공론조사결과도 혼합연동형비례대표제를 지지한다
5월 13일자 공론화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민참여단은 소선거구제가 대량사표를 발생시키는 사실을 숙지한 상태에서도 56%가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에 비해 소선거구제를 선호했다. 특히 우리 국민은 전국, 권역, 시도 등 초광역대선거구 단위나 6~12인 광역대선거구 단위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모든 의원을 뽑는 순수비례대표제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공론화 설문조사결과는 시민참여단의 고작 4%만이 대선거구제를 찬성했다고 열려준다. 그것도 숙의 전 8%에서 더 줄어들었다. 숙의시간 부족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만큼 우리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 맛, 투표효능감을 중시한다고 봐야한다.
현행 혼합연동형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 바탕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책임성과 유권자효능감 관점에서 바람직한 건 틀림없다. 지역대표성에도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인구밀집 도시지역은 생활권이나 행정구역과 상관없이 인구수로 나눠서 소선거구를 유지하고 인구소멸 농촌지역은 2~4개 군을 묶어서 소선거구를 유지하기 때문에 소선거구 지역대표성의 적실성은 날로 떨어진다. 현재의 조건에서 지역대표성을 강화하려면 오히려 시도별 단일선거구나 권역별 단일선거구, 최소한 도시별 단일선거구가 필요할 것이다. 도시지역의 2~4인 중선거구나 농촌지역의 광역소선거구로 지역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도농복합안은 이도저도 아닌 방안이다.
비례의석과 의원정수 늘리지 않고 연동률 100%로 안 가도 괜찮다
독일식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100% 연동률을 적용하면, 정당득표율 3%로도 9석이 확보되고 5%로는 15석이 확보되므로 다당제로 가는 길에 가속과 탄력이 붙을 것이다. 실은 100% 연동률이 정상이고 50% 연동률은 거대양당이 힘으로 억지와 횡포를 부린 결과다. 100% 연동률로 선거법을 개정하려면 거대양당의 당리당략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민의회에 맡기거나 제3당들의 지지율과 협상력 강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후자는 촛불시민의 힘이 더 강해져야 가능하고 전자는 기득권포기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아무 때나 가능하다.
독일식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구)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다수대표제의 장점을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절묘하게 혼합했다는 점에서 최상의 선거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의원정수와 비례의석을 늘려서 연동률을 강화하고 초과의석을 해소하며 개방명부제를 도입하는 등 보완해야 할 지점이 없진 않지만, 현재의 정치지형과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급한 것은 아니다. 굳이 비례의석이나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아도 현행법상의 비례대표의석 47석마저 현재로서는 제3당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힘의 논리가 부과한 모든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2019년 당시나 2023년 현재의 정치여건과 역학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한 최대치의 개혁선거제라는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 획기적인 개혁입법을 만들어놓고도 방어적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결국 완전히 무력화하는 데 일조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아예 안락사 시키는 데 동조한다면, 민주당은 지독하게 반개혁적인 '반동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힘당이 반대해 어쩔 수 없다고? 게임 룰을 주전선수들 합의로 정하는 것 봤나?
민주당은 국힘당이 펄펄 뛰며 반대하기 때문에 2020년 개정선거법을 고집할 수 없다고 변명할 것이다. 2019년 12월 선거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국힘당이 불참하며 반대의사를 표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심한 사례도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의 중선거구제를 지금의 소선거구제로 돌려놓은 개정선거법안은 당시 노태우정권의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1988년3월 8일 공화당과 손잡고 날치기 처리한 결과였다. 이런 전례를 볼 때 민정당의 후신인 국힘당은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라 선수들이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
더욱이 게임의 룰을 주전선수들이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선수 본인과 소속팀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게임의 룰을 정하면 안 된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제척사유가 된다. 지금처럼 선수(정당) 중에서도 주전선수들(거대양당)만 모여서 정하는 건 더 안 된다. 주전선수들한테만 유리한 게임의 룰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을 선수들이 정하면 선수이익만 보호해서 안 되듯이, 선거법도 국회의원이 정하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소속정당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안 된다. 결과적으로 원내 거대정당의 이익이 지나치게 반영되고 원내 군소정당이나 원외정당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해서 안 된다.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라 여야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헌법과 법률은 거대양당에게 이런 비토권을 부여한 바 없다. 선거법개정에 거대양당의 하나가 아무리 반대했더라도 그 때문에 선거법개정이 무효가 되진 않는다.
선거법개정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선거법개정 당시 민주당은 123석밖에 가지지 못한 소수당이었다. 소수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인 중도야당 2개와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진보야당 1개와 어렵사리 과반수(60%) 선거제개혁연합을 결성해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일대개혁입법이 2020년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 전환입법이었다.
국힘당은 자당이기주의를 발동하여 시종일관 입법과정 자체를 보이콧했지만, 2020년 개정선거법은 보기 나름으로는 이상적인 입법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서 가까스로 태어난 귀한 옥동자였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국힘당이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게임의 룰을 개정해서 무효라고 비난할 자격을 가질까. 절차적으로도 비난받을 일이 없었고, 내용적으로도 민주당에 편향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다.
거대양당의 하나로서 국힘당이 가질 법한 정당한 이익은, 같은 거대양당의 하나인 민주당에 의해 입법과정에서 모두 반영됐다. 그 결과가 거대양당의 초과의석은 그대로 놔두고 군소정당의 부족의석을 50%만 채워주기로 한 준준 연동형이다.
그럼에도 소선거구를 그대로 놔둔 채, 병립형비례대표제를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전환함으로써 비례대표성을 현저히 높이고, 다당제의 문을 열어놓은 2020년 개정선거법은 정당민주주의의 정치이성을 한 차원 높이고, 국민의 정치소외를 한 차원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혁입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위성정당금지입법으로 2020년 개정선거법을 살려내는 게 대의다
시민의회에 맡겼으면 몰라도 20대 국회가 선거제개편을 맡았던 이상 당시의 정치역학관계에서 도출될 수 있는 최대치의 개혁입법이 2020년 개정선거법이었다. 민주당은 다당제 정치개혁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며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옥동자를, 이제 와서 사생아 취급하며 안락사 시키라는 국힘당의 요구에 눈길도 줘서는 안 된다. 위성정당금지조항을 만들어서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살려내고, 본래 의도대로 옥이야 금이야 키워서 반드시 다당제 정치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민주당에 묻는다. 아무 일도 안하는 ‘좀비 공수처’를 만들어내고 방치한 데 이어, 정녕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마저 안락사 시킬 생각인가?
그렇다면 2019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개정선거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국회를 통과시킬 때 가졌던 입법목표가 이미 달성되었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2019년 선거법개정이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뜻인가?
아니다.
실은 지금처럼 진행되는 2023년 선거법개편작업이 '거대한 사기극'이다. 민주당이 위성정당금지를 입법하고,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되는데, 모르는 척 딴 짓을 하기 때문이다.
총선 과반수의석 확보가 대의라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서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2020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불비례성이 완화되면서 민주당이 단독과반수의석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질 텐데 그래도 괜찮겠냐고 정색을 하고 물을 것이다. 나아가서 지금은 민주당이 단독과반수의석을 확보해서 윤석열정권을 제대로 제어하라는 것이 대의의 요구이지, 의석수 손실을 감수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굳이 살리라는 것이 대의의 요구가 아니라고 훈계하려 들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주장에는 기회주의적 변신의 자기변명이 있을 뿐, 원칙을 지키기 위한 진정성과 사즉생의 역설에서 오는 감동이 전혀 없다. 국민이 애타게 보고 싶은 정당의 모습은, 단기이익을 쫓아 기회주의적인 변신을 일삼는 모습이 아니라, 손해가 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다.
기회주의적 속셈은 타인에게 간취되면 단기이익을 능가하는 손실로 돌아오지만, 손실을 무릅쓴 원칙준수는 타인에게 알려지면 보상을 부르는 법이라 금세 손해가 만회된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강화하려면 기득권 내려놓기 등 자기희생이 선행되어야한다.
단독과반수의석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불비례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폐기하는 것보다, 손해가 나더라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고수하고 종합적 정치개혁에 나설 방침을 천명하고, 그 덕분으로 지지율을 올려서, 지지율만으로 단독과반수의석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게 정도이다.
끝으로 민주당에 경고한다. 마치 여야가 새로운 선거제 개편방안에 합의해야 할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 시민참여단의 84%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식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 그들은 병립형비례대표제를 바꾸자는 의견에 84%가 동의했을 뿐이다.
다시 경고하거니와 민주당은 이미 2019년 12월에 닦아놓은 탄탄대로를 외면하고 공연히 새 길을 찾아내야 하는 척 쇼하지 말라.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으로 오판하지 말라. 그것이 국민의 심판을 자초하는 길이다. 오히려 사즉생의 각오로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대의에 복무해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라. 지금이 딱 좋은 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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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집단지성 "비례대표제 강화" 분명히 확인
공론화 시민참여단 500인, 도농복합안 배척
악조건 속 '미니 국민'의 숙의민주주의 작동
더욱 과감한 시민의회 방식 필요성 확인
학습 · 숙의로 통념과 선입관 이겨낸 시민들
시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다. 지난번 글에서 분석했듯이 공론화 설계와 중립성, 진행방식에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숙의자료집과 전문가발표의 복잡다단한 내용을 예리한 질문들을 제기하며 상당한 수준으로 소화했다. 학습숙의과정 이전과 이후의 설문조사결과가 확연히 달라진 게 그 증거다.
다행스럽게도 숙의 후 설문조사결과는 시민참여단 500인이 학습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지배적인 통념과 선입관에서 놀랄 만큼 벗어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6시간의 학습숙의시간이 만들어낸 일반시민들의 인식변화는 학습과 숙의로 시민들이 깨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선거와 정당, 의회 등 정치세계를 바꿀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선거제도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2023.5.6.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선거제도 개편당위성은 숙의 전에도(77%) 숙의 후에도(84%) 절대적인 동의를 받았다.
지역구 크기에서는 소선거구 찬성입장이 소수파(43%)에서 안정적 과반수(56%)로 크게 늘어났다. 중선거구 찬성입장은 42%에서 40%로, 대선거구 찬성입장은 8%에서 4%로 줄었다.
비례대표제를 전국단위로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이 소수의견(38%)에서 안정적 다수의견(58%)으로 강화됐으며, 권역단위로 실시하자는 의견은 45%에서 40%로 약화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비례대표의원 수 증감 의견에서 나타났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소수파(27%)에서 압도적 다수파(70%)가 되고, 비례대표의석을 줄이자는 입장은 46%에서 10%로 축소됐다.
끝으로 의원정수 확대의견이 13%에서 33%로 확대돼, 65%에서 37%로 크게 위축된 정수감축의견과 엇비슷해졌다. 현행 300인 유지 입장은 18%에서 29%로 늘었다. 학습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정수감축 주장을 버리고 현행유지나 증원 입장으로 바뀐 시민대표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위의 수치들이 말해주듯이 총16시간 동안 진행된 숙의방식의 공론화 작업은 시민대표 500인의 뚜렷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공론화 결과 각각은 다음과 같이 한 줄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선거제도는 반드시 바꿔야한다(84%).
둘째, 지역구의원은 소선거구에서 뽑는 게 바람직하다(56%).
셋째, 비례대표제는 권역단위가 아니라 전국단위로 실시해야 한다(58%).
넷째, 비례대표의석을 늘려야 한다(70%).
다섯째, 그럼에도 의원정수는 늘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현행유지 29%, 감축의견 37%).
이 가운데 셋째와 넷째는 기존의 여론조사결과와는 판이한 내용이다. 의원정수 감축의견이 현저하게 약화된 다섯째 결과도 동일하다. 만약 학습공론시간을 8시간만 더 가졌든가 학습숙의쟁점과 설문조사문항을 두어 개만 더 추가했더라면 위의 방향성이 더 뚜렷해졌을 것이다.
* 숙의 전과 후의 선거제 개정 필요성 조사 결과 비교. 이하 KBS 화면 갈무리
* 숙의 전과 후의 선거구 규모 선호도 조사결과 비교.
'부실 공론화' 한계 뚫어낸 놀라운 결과
위와 같은 공론화 결과를 보여준 시민대표 500인은 랜덤 샘플링으로 선발돼 국민 대표성을 갖는 ‘미니국민’이었다. 총16시간의 잘 짜여진 학습숙의프로그램을 제공받은 500인의 숙의 후 설문조사결과는, 선거제의 5대 쟁점에 관한 한, 깨어있는 국민의사라고 할 수 있다.
국회정개특위의 관점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딜레마였을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할수록 조사결과가 거대양당의 당리당략과 동떨어질 게 틀림없는 반면, 그 조사결과는 수준 높은 학습숙의과정으로 뒷받침된 깨어 있는 국민의사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무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국민대표성과 집단숙의성을 갖춘 미니국민의 공론화결과에 대해서는, 공론화 의뢰 당국이 어떤 공론화 방식을 채택하든 상관없이, 또한 공식적으로는 구속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참고자료로 치부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500인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숙의과정을 거치면서, 대선거구 개방명부 비례대표제 안이나 현행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안에 제일 높은 지지를 보냈다고 상상해보라. 국회정개특위가 이 조사결과를 존중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국회정개특위 입장에서는 숙의민주주의적인 공론화 과정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이런 딜레마와 리스크를 떠맡을 이유가 없다.
정치권이 평범한 일반시민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을 한사코 꺼리는 진짜 이유는, 혹시 모를 불확실성을 떠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국회정개특위는 이번 공론화과정에서 부담스런 시민의회 방식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숙의공론조사 방식도 너무 진지하지 않은 통과의례가 되도록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500인 공론화 회의가 이틀간의 학습숙의과정에서 본론(구체적인 선거제 개편방안들)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서론(선거제개편의 기본쟁점들)만 학습, 숙의하고 간단한 설문조사결과를 내놓는 선에서 어정쩡하게 끝나도록 설계된 속사정일 것이다.
숙의 전과 후의 비례대표 선출 범위 조사결과 비교.
* 숙의 전과 후의 비례대표 선출 범위 조사결과 비교.
국회정개특위의 안전제일주의와 리스크회피의지는 이번 숙의공론화 작업의 성격을 ‘시민참여형 조사’라는 낯선 용어로 규정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용어는 ‘숙의’와 ‘공론’이라는 핵심용어를 빼서 당면과업의 성격을 모호하게 할 뿐 아니라, 당면과업의 성격이 국회의 입법조사사업에 시민이 참여하는 데 있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깎아내린다.
실은 국회정개특위가 이번 공론화 작업 축하동영상에서 숙의공론조사 창안자인 제임스 피시킨(James Fishkin) 교수를 등장시키면서도, 그가 사용하는 ‘숙의공론조사’(deliberative poll)라는 확립된 용어를 쓰지 않고, 굳이 ‘시민참여형 조사’라는 조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한 사실에서도, 공론화를 하되 최대한 의미수준을 낮추려는 국회정개특위의 안간힘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500인 공론화 회의는 구체적인 선거제 개편방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예외적이었다.
'깨어 있는 국민의사'가 제시하는 선거제개편 방향
시민참여형조사 결과로 드러난 선거제개편 국민의사를 간단하게 맥락화해서 설명하자면,
첫째, 지금처럼 소선거구에서 뽑는 지역구의원이 무려 253명(84.3%)에 달하는 압도적인 다수대표제로는 소수집단의 다양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둘째, 선거제도 개편방향은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는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로 전환해서 소수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향후 비례대표의원 수를 확실하게 늘려서 총의석수 대비 지역구의석 비중을 줄여야 한다;
넷째, 지역구의원은 중선거구에서 2인 이상, 대선거구에서 5인 이상을 뽑을 게 아니라, 소선거구에서 1등을 뽑음으로써 유권자의 선택권과 대표자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섯째, 비례의석을 확실하게 늘려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단으로 의원정수 확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66%).
의원정수와 관련해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가 다소 충돌하는 것 같지만, 만약 바람직한 세비감축 수준과 특권해소 방안을 묻고 그 조건으로 의원정수 확대여부를 물었더라면, 의원정수 확대의견도 다수의견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비례대표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 70%가 지지했기 때문이다.
* 숙의 전과 후의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구성 조사결과 비교.
* 숙의 전과 후의 국회의원 숫자 조사결과 비교.
지난 5월 13일 저녁 7시, 공론화 회의 말미에 공표된 위와 같은 500인 시민참여단 설문조사결과는, 정치권과 국회(정개특위), 보수언론에 큰 당혹감과 충격파를 안겼을 게 틀림없다. 특히, 도농복합안(도시중선거구+농촌소선거구+권역별 병립형 비례의석)을 제안한 국힘당과 도농복합안의 뒷배로 알려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숙의과정 전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도농복합안이나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등 구체적인 선거제 개편방안을 놓고 지지 여부를 묻는 문항이 전혀 없었지만, 지역구를 소선거구로 할지, 중선거구로 할지, 비례대표제를 전국단위로 할지, 권역단위로 할지를 묻는 문항은 들어 있었다. 여기서 중선거구 찬성입장과 권역단위 지지입장이 우세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도농복합안을 국민의사로 포장할 수 있는데, 조사결과가 완전히 거꾸로 나왔다. 그것도 숙의 후에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비판하기가 몹시 어렵다.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13일 오후 내내, 나는 다섯 가지 이유로 공론화 결과에 마음을 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복잡다단한 선거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여러 개편방안을 평가하기에는 16시간의 학습숙의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둘째, 학습숙의과정이 선거제도의 기본쟁점으로 한정되고 구체적 개편방안까지 나아가지 않은 데다, 숙의자료집에 다양한 선거제 개편방안 중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도농복합안만 소개됐기 때문이다.
셋째, 전문가들이 상이한 입장을 개진하며 불꽃 튀는 토론과 논쟁을 벌이지 않고, 모두 중립적 해설자를 자임한 탓에, 전문가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에 쟁점과 대안이 명확하고 생생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째, 전문가들이 선거제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책임성을 제시함으로써, 중선거구까지는 몰라도 대선거구와 비례대표제는 일차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바람직한 선거제개편 권고안을 만들어내는 시민의회 방식이나 복수의 선거제개편방안을 놓고 학습숙의에 따른 선호변화를 보여주는 숙의공론조사 방식이 아니고, 가장 낮은 수준의 공론화 방법으로 ‘시민참여형조사’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 KBS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 생방송. 2023.5.13. KBS 화면 갈무리
최대승자는 2020년 개정선거법
선거제도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500인 시민대표들은 고도의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위의 다섯 가지 제약과 한계를 놀라우리만큼 극복했다. 만약 학습숙의시간이 8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또는 의원특권 해소방안도 학습숙의사항이자 설문조사대상이었다면 설문조사결과가 더 극적으로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지난번 글에서 학습숙의과정에 대해 여러 비판을 가했지만 학습숙의과정을 거치고 나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10%대에서 1,2%로 떨어진 사실과 우세의견이 뒤집히는 현상이 기본쟁점 5개 중 3개에서 발생한 사실은 학습숙의효과가 확실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일반시민의 문제의식과 집단지성이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작동했다.
공론화 회의에서 시민대표 500인은 사실상 도농복합안뿐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등 국회의장자문위가 지난번 국회전원위에 제출한 주요 개편방안 3개를 모두 배척했다. 내가 보기에 이번 공론화의 최대패자는 도농복합안을 제안한 국힘당과 도농복합안을 밀어준 김진표 국회의장이고 최대승자는 2020년 개정선거법 혹은 혼합식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도농복합안의 주요 내용인 중선거구제와 권역단위 비례대표제는 숙의 후 확실한 2위로 뒤집혔기 때문에 거부하는 국민의사가 분명히 표출됐다고 볼 수 있다.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역시 지역구는 소선거구로 하자는 국민의사가 분명하게 표출돼 상당기간 뒤집기가 어렵게 생겼다.
이번 500인 공론화 조사결과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지역구의원은 소선거구제로 뽑고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하되 비례의석을 늘리라는 건데 우리나라는 이미 이런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다. 위성정당으로 무력화되었으나 현행 연동형선거제도는 책임성을 위해 지역구의원 253명을 소선거구제로 뽑되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함께 높이면서 다당제 전환의 징검다리를 놓는 일대 개혁입법이었다. 어떤가? 이번 공론조사결과가 가리키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선거제도 아닌가.
나는 학습숙의과정이 8시간만 더 주어졌어도 현재의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00% 연동형으로 강화하는 방안까지 충분히 논의되고 지지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공론화 500인 회의결과는 상대적으로 악조건 속에서도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매우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과 민주당이 보다 과감하게 시민의회 방식을 취해서 국민의 눈높이와 집단지성으로 선거제개편과 정치개혁을 추진할 때 큰 박수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시민의 집단지성과 책임감이 의도적인 부실설계와 잘못된 중립성, 그리고 시간 제약을 이겼다. 기쁘다.
곽노현의 정치 새판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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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살리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지난 5월 17일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선거제개편 공론화 500인 회의가 학습숙의과정 전후에 두 차례 실시한 선거제 관련 설문조사의 총 20개 문항과 조사결과를 전면 공개했다. 지난 13일 공론화회의 종료시점에 5개 핵심문항과 조사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숙의전후 조사결과 전부를 20장의 비교표에 담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표한 것이다.
숙의 전 설문조사는 막 구성이 완료된 500인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5월 1일과 2일 양일에, 숙의 후 설문조사는 5월 13일 모든 숙의토론이 종료된 후 현장에서 실시됐다.
시민참여단 500인 가운데 1, 2차 설문조사와 학습숙의과정에 모두 참여한 469인의 응답결과가 집계됐다.
선거제개편 설문조사결과, 두 개의 상반된 큰 그림
국회 정개특위의 보도자료는 “국민 84%,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를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판단해서 큰 제목으로 뽑고, 바로 아래에 핵심적인 조사결과라고 판단하는 3개를 작은 제목으로 열거했다.
첫째,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의견은 숙의 전 27%에서 숙의 후 70%로 43%p 증가”;
둘째, “의원정수에 대한 의견은 현행유지 29%, 축소 37%, 확대 33%로 나타나”;
셋째, “중대선거구제보다 소선거구제 선호가 두텁게 나타났으나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는 과반수가 찬성”이 그것이다.
의원정수는 지금처럼 300석으로 묶어두되 비례대표 의석을 다만 몇 개라도 늘리고 도농복합안으로 가자는 것이 공론화로 확인된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다.
국회정개특위의 의도와 지향을 잘 드러내는 보도자료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내가 제목을 뽑았다면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강화 의견이 과반수(52%)로 병립형 회귀의견(41%) 눌러”를 큰 제목으로 올리고, 소제목 3개를 첫째, 소수대표가 용이하도록 권역단위 비례대표제보다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과반수(58%)가 선호; 둘째,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에 압도적 과반수(70%)가 찬성하며 축소의견(10%) 쏙 들어가; 셋째, 의원세비 등 감축 시 의원정수 확대에 과반수(55%) 찬성으로 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문조사 결과로 확인된 국민의 뜻은, 의원세비와 보좌진을 줄여서 의원정수를 늘리되 모두 비례대표로 채우고,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동일한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도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따라 그림이 이렇게 달라진다.
국회정개특위의 해석, 원점부터 틀렸다
이쯤에서 어떤 그림이 전체적으로 사실에 더 부합하는지 궁금해 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회 정개특위 그림이 틀린 그림이다. 원점에서부터 틀렸다.
국회 정개특위는 이번 공론화 작업의 제일 큰 성과로 “국민 84%,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를 꼽는다. 국민의 84%가 개편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는 나쁜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와 결합된 연동형비례대표제, 즉, 2020년 개정선거법의 국회의원선거제도라는 것이 국회 정개특위의 해석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그래야만 선거제개편 논의를 새롭게 진행할 정당성을 획득하고 그래야만 도농복합안으로 개편할 정당성도 획득한다.
그러나 정개특위의 해석은 틀렸다.
국민의 84%가 개편필요를 체감한 선거제도는 지난2020년 총선 때도 적용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병립해온 혼합선거제도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설문조사 문항 3번,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냐고 묻는데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라는 표현을 듣고 500인 시민참여단이 떠올린 선거제도가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이지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측이나 없다는 측이 떠올린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과연 2020년에 도입되었다가 위성정당에 의해 무력화돼 아직까지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인지는 불분명하다.
아니다. 내가 너무나 방어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라는 것이 매우 분명하고 확실하다. 시민참여단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문항을 ‘253석 소선거구제와 47석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로 운영돼온 2020년 개정선거법 이전의 병립형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100%다.
국민 84%가 바꾸자는 선거제도, 연동형이 아니고 병립형이다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 대비 초과의석은 그대로 둔 채 부족의석에 한해서만, 그것도 50%만, 보충해준다는 의미에서, 이중제약이 붙은 불완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다. 그럼에도 현행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는 253개 소선거구를 유지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책임성은 책임성대로 확보하면서도 병립형비례대표제를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일대 전환함으로써, 선거결과의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선거제 개혁의 최고봉이었다.
1987년 민주화 개헌 이래 이만큼 중대한 정치개혁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국회 정개특위의 해석이 맞는다면, 시민참여단의 절대다수(84%)가 16시간의 학습숙의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위의 의미를 모른 채,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개혁대상이라는 거짓주장에 현혹됐다는 뜻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국민의 학습능력과 집단지성이 그 정도도 분간하지 못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 시민참여단은 16시간의 학습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전문가그룹이 선거제도의 3대원칙이라고 정식화한 대표성과 비례성, 책임성 원칙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행 혼합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게 쉽지 않았다.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유리하게 바뀐 숙의 후 설문조사결과들이 그 증거다.
첫째, 비례대표의석을 늘리자는 데 압도적 과반수(70%)가 찬성한 조사결과,
둘째,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는 데 과반수(58%)가 찬성한 조사결과,
셋째, 의원지원액 동결로 증원비용을 충당할 경우 의원정수 확대에 과반수(55%)가 찬성한 조사결과,
넷째, 현행법의 연동률을 지금처럼 50%로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한다는 데 과반수(52%)가 찬성한 조사결과는, 하나같이 국민의 84%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바꾸자는 데 공감했다는 국회 정개특위의 독단적 해석이 틀렸다고 말해준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500인 시민참여단의 84%가 2020년 개정선거법의 50%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바꾸자는 주장에 동의했다는 국회 정개특위의 해석은, 위와 같이 과반수 의견으로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설문조사결과들과 양립할 수 없다.
숙의 후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과거의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은 41%밖에 되지 않고, 52%는 2020년 개정선거법의 비례성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나아가서 55%는 의원세비와 보좌진인건비를 축소한다면 그만큼 의원정수를 늘려도 좋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볼 때 500인 시민참여단이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 선거제도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고, 지금까지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정치문화를 만들어낸 병립형비례대표제다. 거대양당과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국회(정개특위)가 기득권에 눈이 멀어 헛다리짚었다.
숙의 전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7%에 달했다는 사실도 우리의 해석을 지지한다. 아직 공식적인 학습숙의과정이 시작하기도 전에 평범한 일반시민의 77%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선거제도가, 과연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즉시 망가뜨린 탓에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현행 50% 연동형비례대표제였을까?
아닐 것이다.
일반시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의 77%가 고쳐야한다고 믿은 선거제도는, 지난2020년 총선을 포함해서 오랫동안 경험했던 소선거구(84%)+비례대표(16%) 병립형 선거제도임에 틀림없다.
일반시민들도 지금처럼 소선거구 중심 병립형 선거제도를 지속해서는,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정치를 극복할 길이 없다는 사실에 이미 눈 뜬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숙의자료집의 수상한 현행연동형 언급회피, 이유는?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숙의자료집에서도 전혀 설명대상이 아니고, 다시 되살릴 길이 없는 좀비처럼 취급된다.
숙의자료집은 2020년 개정선거법의 혼합식 50%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어떤 장점을 기대하고 입법되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2020년 개정선거법이 위성정당으로 무력화되었지만, 엄연히 현행법으로 살아있다고 밝히지도 않는다.
위성정당금지조항을 입법해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살릴 경우, 선거제의 3대원칙에 비춰볼 때 많은 장점이 있다고 알려주지 않는다.
숙의자료집을 다 읽고 나도, 현행법상의 선거제도가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라서 선거제개편 논의를 하는지가 전혀 뚜렷하지 않다.
실은 위성정당금지조항을 신설해서 거대양당의 위성정당만 막으면, 현행선거제도를 써보지도 않고 다시 바꿔야 할 문제가 딱히 없다.
전문가그룹이 내놓은 선거제평가 3대원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회전원위에서 다뤄지고 설문조사 문항에도 들어간 3개의 선거제 개편방안은, 현행법의 혼합식 연동형비례대표제보다 나을 게 없다.
문제는 현행법의 연동형 혼합선거제도를 부각시킬수록 선거제 개편을 추진할 명분과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여야 지도부와 국회 정개특위의 딜레마였을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사문화된 법으로 폐기하고, 현행 연동형 선거제도에 비해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덜 침해하는 새 선거제도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런데 현행법의 소선거구 기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미흡할지언정 대표성, 비례성, 다양성 강화효과가 확실하고, 책임성에서도 소선거구를 그대로 두기 때문에 흠잡을 수 없다.
숙의자료집이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매우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시야에서 가급적 배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을 할 것인가?
위에서 몇 가지 근거를 댔듯이 시민참여단의 84%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응답할 때 떠올린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로 253명을 뽑고 나머지 47명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제로 뽑는, 2020년 이전의 혼합식 병립형비례대표제로 봐야 정확하다.
개탄스럽게도 국회정개특위는 거꾸로 해석한다. 국민의 84%가 병립형비례대표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번 공론화 조사결과를, 얼토당토않게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바꾸자는 압도적인 국민의사로 홍보하며, 2020년 개정선거법을 폐기하고 거대양당에 유리한 선거제개편을 합리화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요컨대, 국회 정개특위의 설문조사결과 해석은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국민들은 학습과 숙의를 거치면서 과반수가 현행 연동형선거제도를 지지하게 된 것이 분명한데도, 국회 정개특위는 거대양당과 현역의원의 기득권유지차원에서 현행 연동형선거제도를 버릴 결심을 굳혔기 때문에, 공론화조사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잘못 해석했을 것이다.
문제는 국회 정개특위의 잘못된 공식해석이 현재의 정치적 역학구도와 이해관계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향후 국민의 뜻으로 둔갑해서 입법추진지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거대양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양당의 기득권 침해요소가 다분한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되살리지 않고, 거대양당의 기득권 강화에 유리한 도농복합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선거제개편이 이런 경로를 밟게 된다면 ,거대양당, 특히 민주당이 힘의 논리와 이익의 논리를 추종하며, 깨어있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잘못 해석된 국민의 뜻을 빙자한 도농복합안을 저지하고, 이번 설문조사결과로 확인된 숙의시민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고강도 비상을 걸어야 할 때다.
이번 공론화 설문조사결과로 드러난 숙의시민의 뜻은, 의원특권 해소를 전제로 의원정수를 확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서 소선거구와 결합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뜻이 드러났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곽노현 정치새판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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