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친일' 코드로 들여다본 22대 총선 국힘 공천자들

道雨 2024. 3. 7. 17:14

'친일' 코드로 들여다본 22대 총선 국힘 공천자들

 

 

 

성일종, 일본의 인재양성 사례로 이등박문 언급

박민식, 백선엽 안장기록에서 친일행적 ‘삭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다”는 정진석 친일사관

박진, ‘굴욕해법’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주역

영입인재 박은식 “폭탄이나 던지던 김구가 뭘 아나”

태영호, ‘독도 영유권’ 일본 청서에 “화답 징표”

나경원 자위대 창설 행사 참석 이력 등도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인재 육성 사례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伊藤博文)를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친일’ 코드가 제22대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에게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萩)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면서 “(청년들은)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와 해군 총사령관 등을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면서, 학생들에게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파문이 일자 ‘열등의식’이라고 반박했다. 성 의원은 연합뉴스에 “이제는 장학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라는 격려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일축했다.

 

이토 히로부미 추모 포스터.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숨진 이토와 중경상을 입은 하얼빈 총영사 등 관리와 함께 안 의사의 모습을 그렸다. 의거 후 3일 만에 제작된 이 포스터에는 안 의사의 이름이 러시아식 발음을 한자로 옮긴 '운지안(運知安)'이라고 적혔고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돼 일본이 사건 초기 안 의사의 신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2010.1.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5일)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잘 키운 인재 - 국민의힘 성일종-’이라는 글을 올려 직격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1절 기념사에서 기미독립선언 정신까지 왜곡하더니, 여기에 한 술 더 떠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 육성의 예로 든 망언이 터져 나왔다”며 “애국심 투표로 나라를 구하자”고 했다.

 

민주당 조한기 예비후보(충남 서산·태안)는 서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 침략과 강점의 원흉이자 동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끌고 간 역사적 죄인을 인재라고 추켜세우며 일본 극우주의자의 역사 인식을 대변하다니, 성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고 비판했다.

 

성 의원은 이날 뒤늦게 페이스북에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파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그의 과거 발언까지 회자되고 있다.

성 의원은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당시 “오염 처리수가 맞다”며 “정치 공세를 위해 오염수라 부르고 핵 폐수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해 ‘일본 대변인’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토 히로부미 발언’으로, 총선 공천자들의 과거 친일 발언, 행적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단수공천을 받은 정진석 의원의 ‘식민사관’ 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2022년 10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을 비판하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식민사관’ 파문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식민사관’ 문제가 불거지자 기자들과 만나 “그건 식민사관이 아니고 역사 그 자체”라며 “제발 (역사) 공부들 좀 하라”고 지적해 더욱 파문을 키웠다.

 

이번에 이토 히로부미 파문을 일으킨 성 의원은 당시 ‘식민사관’ 비판에 대해 “구한말에 조선을 이끌었던 지도층들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정 의원을 적극 옹호하다가 오히려 반발만 키웠다.

 

당시 ‘식민사관’ 파문으로 정 의원의 조부가 친일 인사라는 사실이 회자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타니 마사오, 이 이름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할아버지 정인각 씨가 창씨개명한 이름이다. 정인각 씨가 창씨개명했다고 조선총독부 신문에서 보도해줄 만큼 친일 인사”라며 “정 위원장 조부는 일본에 엄청난 금액의 비행기 헌납금을 모아 바쳤고, 군수물자 조달 공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서을에 전략공천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보훈부 재직 당시 백선엽(창씨명 시라카와 요시노리, 白川義則) 퇴역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백선엽 장군은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며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 주장과 달리, 백선엽은 일제 만주국 봉천군관학교 출신으로, 조선인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

 

백선엽은 1993년 일본에서 출판한 저서 ‘대 게릴라전 – 미국은 왜 패배했는가’에서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친일행적을 정당화했다.

 

서울 서대문구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굴욕해법’ ‘백기투항’이라고 평가받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주도했다.

박 전 장관은 제3자 변제안 추진 당시 일본 전범 기업의 사죄와 배상이 빠진 정부 방안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면서, 일본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아울러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공로를 인정해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모란상 서훈을 추진했으나, 외교부가 '이견 있음'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해법이 이행되는 상황이기에 그런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시민단체들로부터 ‘일본에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광주 동남구을에 단수공천을 받은 박은식 비대위원은, 지난 2021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구? 폭탄 던지던 분이 국제 정세와 나라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잘 알까?”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옹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당시 윤봉길 의사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윤봉길 의사가 일제 군법회의에서 한 답변을 인용해 “물론 한두 명의 상급 군인을 죽여서 독립이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의 폭탄 투척이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단지 조선의 각성을 촉구하고, 더 나아가 세계 사람들에게 조선의 존재를 명료하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적으면서, “폭탄 던진 분이 국제정세를 몰라서 폭탄을 던졌겠냐”고 했다.

 

서울 구로을에 단수공천된 태영호 의원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한 일본 외교청서에 대해 ‘일본의 화답 징표’라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개인 성명 형태의 글에서 외교청서에 대해 “기시다 내각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의지가 반영됐다”며 “윤 대통령이 시작한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을 일본이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겠다는 징표”라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제주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망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서울 동작을에 단수공천된 나경원 전 의원의, 과거 일본 자위대 창설 행사, 일왕 생일잔치 참석 이력도 회자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지난 2018년에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 자민당의 정권복귀와 아베 총리 중심의 자민당 우위체제 구축’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해,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보수정권의 ‘친일 DNA’가 또 다시 발현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대일굴종외교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더니, 이에 발 맞춰 여당은 ‘친일 망언’ 인사들을 앞세워 총선을 치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며, 성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발언을 재차 저격했다.

또 “국민의힘 정승연 후보(인천 연수갑)가 저서에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엔 피해의식, 열등의식이 병존한다’고 수차례 기술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바로 세워 미래로 전진하자는 우리 국민의 ‘상식적 외침’을 ‘반일감정’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몰역사적인 망동”이라면서 “식민지배가 끝난 지 80년이 지났음에도, 진정 ‘열등의식’에 빠져 있는 건 누구인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강제징용 문제도 오염수 문제도 ‘일본 대변인’을 자처하다, 이제는 영토주권까지 위협받는 무능한 정권,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에 색깔론을 덧칠하려 드는 무도한 정권이야말로, 일본을 향한 열등의식을 버리고 당당한 대일외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틈만 나면 일본에 대한 ‘기습 숭배’를 일삼는 집권여당, 굴욕외교로 국익을 해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