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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언론인 테러 위협' 흘려듣는 기자들 '섬뜩'

道雨 2024. 3. 15. 12:07

대통령실 '언론인 테러 위협' 흘려듣는 기자들 '섬뜩'

 

 

황상무 "정부 비판 보도하면 다칠 수 있다" 경고?

MBC 겨냥한 발언에 "뭐가 문제냐"는 언론들

언론계 전체 규탄할 일이지만 관련 보도 거의 없어

 

 

*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의 언론 테러 위협 발언을 전하는 3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4일 MBC를 겨냥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테러 위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충격을 주고 있다.

황상무 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MBC 기자는 잘 들어"라면서, 1988년 8월에 일어난 국군정보사령부의 언론인 테러 사건을 꺼냈다.

이른바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정보사 요원들이 중앙일보의 자매지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에게 대검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것이었다. 정보사 장성 두 명을 포함한 10여 명의 현역 군인들이 오 부장이 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조직적 테러였다.

황 수석이 MBC 기자를 지목하며 이 사건을 거론한 것은, 정부 비판적 논조로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경고 내지는 협박으로 해석된다.

MBC는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이 사실을 전하면서 “황 수석은 이 사건을 말하며,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 쓰고 했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이고 있는 MBC를 향한 사실상의 경고로 읽힐 수 있는 대목으로 볼 수밖에 없다.

MBC보도에 따르면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에, 황 수석은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그 자신이 KBS 기자 출신이기도 한 대통령실 수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섬뜩하고 충격적인 발언이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이고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언론에 대한 협박으로 비치는 이 같은 발언을 대하는 언론의 반응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꺼낸 얘기여서, 이날 중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물론 다른 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도 충분히 공유가 됐을 법한 발언이지만, 이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가 되기 전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이후에도 이를 받아 전하는 매체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그리고 미디어 전문매체인 미디어오늘뿐이었다. 88년 당시 테러를 당했던 매체의 자매 신문인 중앙일보 지면에도 전혀 관련 보도가 없었다.

MBC를 넘어서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위협 겁박하는 발언인데도, 다른 매체의 기자들은 대통령실과 MBC 간의 문제로 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의 탑승을 배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의 출입기자들이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곳이 거의 없었던 것과도 유사한 상황이다. 

 MBC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편파적인 심의를 받으면서, 지난 2개월여 동안 받은 법정제재가 벌써 9건에 달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이 이렇듯 동료 매체이자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겁박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황상무 수석의 심각한 언론 자유 위협 발언은 별일 아닌 듯이 지나가버릴 공산이 커 보인다.

언론 자유의 위기가 언론계 밖으로부터만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명재 에디터promes65@daum.net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