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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밖 자료’ 보관이 합법이라는 검찰의 위헌적 주장

道雨 2024. 3. 25. 08:49

 ‘영장 밖 자료’ 보관이 합법이라는 검찰의 위헌적 주장

 

*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검증 기사를 보도한 이 대표를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휴대전화 디지털 자료까지 통째로 보관해오다 발각됐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검찰청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서버에 저장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의 다툼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하며 합법적인 행위라는 위헌적인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버젓이 해온 것으로도 모자라, 아전인수 논리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대검은 한겨레가 ‘언론인 압수물 무차별 수집’을 보도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에야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전자정보의 기술적 특성상 선별·추출한 편집본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편집본 형식에 대하여 기술적 오류나 조작 등 이의 제기가 많아,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영장 밖의 자료라도 일시적으로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오만한 주장이다.

애초에 영장 범위를 벗어난 자료는, 압수해서도 안 되고 보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런데 공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며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압수영장에 일일이 압수 범위를 명시할 필요도 없게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대검은 2016년 5월29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또한 완벽한 왜곡이다.

이 조항은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을 하라는 얘기지, 영장 밖의 자료를 보관해도 좋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근거로 대검 예규를 개정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명시한 이유는, 기본적 인권과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증거능력 방어를 위해 헌법의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를 버젓이, 그것도 예규를 통해 집행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것이 합법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헌법 위의 존재인가.

 

검찰은 그동안 이른바 ‘캐비닛 자료’를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사건을 만들거나 피의자를 협박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캐비닛 자료가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의심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다시는 위헌적이며 불법적인 월권행위가 가능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 2024. 3.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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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관한 휴대전화 정보 몰래 수집한 검찰, ‘민간인 사찰’ 아닌가

 

 

*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오른쪽) 등이 2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선 당시의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휴대전화 속 개인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통째로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한 휴대전화에는 수사와 전혀 무관한 제3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역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들어 있다. 이런 정보를 당사자 몰래 수집·보존·관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처벌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한겨레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통째로 복사한 뒤, 압수 범위를 벗어난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대검 디지털수사망(디넷)에 보관했다가, 이 대표가 항의하자 ‘디넷에서 삭제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내부 규정(예규)에 따랐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검찰 예규 자체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수사의 적법절차를 규정한 헌법과 법률(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수사기관은 압수를 완료하면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이 예규까지 만든 것을 보면,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도 휴대전화 정보 ‘불법 수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에서도, 검찰이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 압수한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가, 2019년 수사 때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를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이런 행위는 과거 국가정보원의 도청에 버금가는 ‘민간인 사찰’ 행위다. 정보기관의 도청은 정치인 등 특정 인사들의 통화 음성에 한정됐지만, 휴대전화 정보 수집은 수사와 무관한 일반 시민의 개인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1년 한해 10만건 수준이었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22년 39만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혹시 내 정보도 수집된 게 아닌지 누구나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검찰은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해왔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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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고발…“압수 폰 정보 ‘통째 보관’은 범죄”

 

전·현직 검찰간부들도 공수처에 고발

 

 

검찰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 범위 밖의 휴대전화 정보까지 통째로 복사해 서버에 저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전·현직 검찰간부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3명(박은정 전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 김형연 전 법제처장)은 22일 오전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 김오수 전 검찰총장, 이원석 현 검찰총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을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전날 뉴스버스와 한겨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가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선별작업을 거친 뒤,이 대표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전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렸다가, 항의를 받고 뒤늦게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이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3명은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획득한 사생활과 민감 정보 등이 담긴 스마트폰 정보를 지금까지 수집·관리·활용해왔다”며 “해당 정보들은 영장에서 허용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항간에 떠돌던 ‘검찰 캐비넷’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라며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