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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낸 부장검사 다시 복귀... 공수처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

道雨 2024. 3. 20. 09:51

사직서 낸 부장검사 다시 복귀... 공수처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

 

형사재판 유죄 김선규 공수처1부장검사 사직서 보름째 수리 지연... 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보름 전 사직서를 제출했던 김선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1부장검사가, 오는 20일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으로 복귀한다. 그의 사직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탓이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그가 직무대행을 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규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장기 휴가에 들어갔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2심 재판에서 검사 시절 작성한 구속영장청구의견서를 친구인 변호사에게 유출한 것(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인정돼, 벌금 200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나온 후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한 터라, 휴가 동안 사직서 수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당시 휴가 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수처 관계자는 "수리가 안 되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1월 20일 퇴임) → 여운국 차장(직무대행, 1월 28일 퇴임) → 김선규 수사1부장(직무대행의 대행)에 이어 송창진 수사2부장이 '직무대행의 대행의 대행'인 체제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벌어졌다. 휴가기간 동안 김선규 부장검사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고, 복귀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에 "사직서가 아직 용산 대통령실로 넘어가지 않았다"면서 "본인으로부터 해명을 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20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김 부장검사가 다시 공수처의 임시 수장을 맡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공수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공수처 관계자는 "김선규 부장검사가 다시 대행을 맡는 것을 두고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통령실과 공수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사직서 수리 지연과 대행 업무 복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출국 논란에서 대통령실 주장을 반박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궁지에 몰린 대통령실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공수처 사무에 관하여 의견제시 등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수처법 제3조 3항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기사 : "출국 허락한 적 없다" 수장 없는 공수처의 고군분투 https://omn.kr/27v1p).

사표 수리 지연은 '윤석열 라인'으로 평가받는 김선규 부장검사를 통해 수사4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수처 수사4부는 이종섭 대사 수사와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에 근무할 때 박연차 정관계 로비 사건,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저축은행합동수사단 등에 참여한 특수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를 빨리 기소하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 부장검사가 이끄는 공수처 수사1부는 한 전 감찰부장과 임 부장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피의자로 입건, 지난달 27일 대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확보에 나섰다. 당시에도 김 부장검사는 이미 사직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수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동수 입틀막?... '3년 전 임은정 페북' 구린내나는 공수처 수사 https://omn.kr/27lry)

한동수 전 감찰부장은 "김선규 부장은 근무연, 처리사건, 직연 등으로 인해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면서 "객관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관계 규정에 따라 마땅히 이 사건을 회피하거나 사건을 재배당하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선대식(sundais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