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윤 정부 ‘친일’ 행보…‘식민지배 합리화’ 사실상 동조
사도광산 이어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아베 ‘역사 부정론’ 등 일 우경화 논리 수용
지난달 27일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31일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자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임명됐다.
그로부터 엿새 뒤,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친일 행위자들을 두둔해온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앉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선’을 넘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 특강에서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하여 오히려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역사학 관련 단체들도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연대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일관된 것이었다.
지난해 3월6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면제하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배상’ 해법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한국사회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지우고,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하며, 친일 인물들을 ‘재평가’하는 이념 전쟁에 휘말렸다.
핵심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 우경화의 핵심 논리인 ‘식민지배 합법화’에 동조하는 길로 깊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특강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수면 위로 재부상한 ‘1948년 건국절’의 핵심을 이렇게 짚었다.
“1948년 건국절은 그 이전 나라가 없었다는 일본정부가 주장해오던 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것이다. 1948년을 건국절로 하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36년 식민지배는 정당화된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을 맺을 때 ‘일본과 과거 맺었던 조약은 이미 무효다’라는 조항을 둘러싸고, 한-일의 입장은 팽팽히 엇갈렸다.
한국은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체결 당시부터 무효였다고 했지만, 일본은 당시에는 합법이었고 1945년 일본의 패전과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후 무효가 되었다고 했다.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위안부와 강제동원은 “조선인들이 일본 신민이었기 때문에” 강제도 불법도 아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서 기자들에게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기로 약속했고, 실질적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했지만, 정작 일본의 전시물에는 ‘강제동원’ ‘강제노역’ 등의 표현이 전혀 없었다. 외교부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뒤늦게 “전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본의 과거 사료 및 전시 문안을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협상에서 끝까지 ‘강제동원’ 표현을 거부한 것은, 아베 정부 이후 일본의 우경화 맥락에서 봐야 한다. 2015년 8월14일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서구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의 광대한 식민지가 확산되고 있었고, 그 위기감이 일본에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며,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
이어 일본이 전쟁의 길로 나아간 것에 대해서는 반성을 표했지만, “그 전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런 역사 부정론에 근거해 일본 정부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무시’로 일관했다.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역사 인식이 이런 아베의 ‘역사 부정론’을 점점 더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 시절의 한일관계를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려다 일본의 식민지배 합법론에 계속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문제는 현 정부가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위해, 식민지배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반북’의 논리로 ‘반민족적 사고’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 내에서 중국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일본이 한반도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위험한 주장까지 버젓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 정부가 박정희 시기의 한일관계를 되살리려는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인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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