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난 김영선’이래”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또 공천개입 의혹 보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19일 불거졌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김 전 의원의 측근 명태균씨가 주장했다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명씨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선을 긋고 의혹을 부인했다.
당내에서는 김 여사와 관련 의혹이 거듭 터져 나오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의 공천 확정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윤상현이, 끝났어”라고 말했다고, 뉴스토마토가 이날 보도했다.
명씨는 해당 통화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의 압박으로 어려웠던 김 전 의원의 공천이 자신의 전화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이 통화 다음날인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공관위 회의 후, 보궐선거 지역구 7곳 중 6곳의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양 의원 등이 출마한 경남 창원·의창에는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
윤 의원은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전 의원이 공천된 이유를 두고 “당시에 경남지사에 나간다고 2~3년 전부터 거기서 뛰고 있었고 야당 후보도 이겼다. 여성 후보라는 점도 있었다”며 “후보가 여러 명 있었고 원칙에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석열(친윤)계가 김종양 당시 후보 공천을 압박했다는 의혹에는 “나한테 압박이 통하냐고 물어보라. 제대로 얘기도 못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명씨에 대해 “한마디로 허장성세, 대한민국을 자기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나 여사와 전화를 했다고 해도 나에게) 전혀 안 통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입장문에서도 “해당 기사는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당시 공천자로 정해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으로 변경된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보도됐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18일 한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같은날 2022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인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2일 국민의힘 공관위 발표 결과 최종 컷오프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동훈 대표는 보도된 의혹과 관련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이 당에서 정해 놓은 시스템에 맞게 활동했다. 당에 해가 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것 같은 경우에는 가차 없이 그 사람들을 배제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의 경우 공천심사에서 하위 10%로 컷오프됐을 뿐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다.
명씨와 김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2월29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개혁신당 비례대표 공천을 조건으로 이같은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거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용남 전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일명 ‘칠불사 모임’ 하루 뒤인 3월1일 “이 대표가 ‘김 의원이 여러 자료를 갖고 폭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비례 이야기를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물어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개입 의혹 폭로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제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건 김 전 의원 측의 기대와 요구였고, 개혁신당 측에서는 제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도 CBS라디오에서 “나는 전직 의원은 절대로 비례에 들어올 수가 없다고 얘기를 했다”며 “그런데 김영선 의원이 무슨 처음에는 1번을 달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3번 달라. 그건 거론할 가치가 없으니까 상대도 안 해버렸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영선 의원이 우리 집을 또 많이 찾아왔는데, 집사람이 ‘당신이 개혁신당의 비례가 되면 개혁신당은 망한다. 그 말 끄집어내지도 말아라’하고 보내버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여사 관련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사가 대통령한테 얘기를 하고, 대통령이 지시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이미 증거가 차고 넘쳤을 것”이라며 “다만 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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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사에게 전화했다. 내일 김영선 발표"
명태균 음성파일 단독입수…창원의창 보궐 공천부터 개입
"김영선 컷오프,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의혹을 뒷받침할 다수의 음성파일도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음성의 주인공은 M(명태균)씨로, 그는 20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윤 대통령 내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명씨 스스로 '김종인, 오세훈, 이준석, 김영선, 박완수'를 언급할 정도로 보수진영 내 폭넓은 인맥을 자랑합니다.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까운 함성득 교수도 그의 우군 중 하나입니다.
창원을 기반으로 경남 전역까지 영향력을 넓혔으며, 그의 입김은 중앙에까지 미쳤습니다.
*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명태균씨(녹색 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회장의 아들 권혁민 대표(왼쪽 빨간 원), 지난해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오른쪽 빨간 원) 등과 함께 '주요인사' 석에 자리했다.(사진=국방홍보원)
"윤 대통령 '나는 김영선'"
19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오전 10시19분 E씨와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윤상현이, 끝났어"라고 말합니다.
윤 대통령 내외로부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뜻이라고 E씨는 설명했습니다. 당시 윤상현 의원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습니다.
명씨는 해당 통화에서, 당시 '윤핵관'으로 불렸던 국회의원 두 명이 대통령을 위시해 김영선 전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공천하도록 당 공관위를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명씨가 이를 뒤집었다는 겁니다.
명씨는 "Y가 대통령 이름 팔아가지고. K가, 공관위 압박을 넣어 가지고"라며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라? 끝났어.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갖고, 내가 대통령 전화한 거 아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문내면 안 돼요. 후보들 난리 날 겁니다. OOO 입 조심하라 하고. 우리끼리만 그거 하고"라며 "내일 아마 점심 때 발표하겠지, 그 행사가 있기 때문에"라고 보안을 당부했습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박완수 현 경남지사의 경남도지사 출마로 자리가 비게 된 창원의창에는, 김종양 현 의원의 공천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면서 "김영선 전 의원은 창원의창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데다, 박완수 지사와도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때문에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명씨는 같은 날 오후 4시39분 E씨에게 또 다시 전화해 "김영선 그 현수막, 이제 본선 후보잖아. 본선 후보는 좀 틀려야 되거든 문구가"라며, 본선을 대비해 현수막 문구까지 신경 썼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
다음날인 2022년 5월10일 오전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취임식에는 명씨 부부도 초청됐습니다. 명씨 부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회장의 아들 권혁민 대표, 지난해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주요인사' 석에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명씨의 말대로, 같은 날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에 공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년간 원외에 머물며 정치권에서 잊혔던 김 전 의원이, 5선 중진으로 복귀한 순간이었습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으로 명씨와 매우 가까웠던 D씨는 "명씨가 대통령과 통화한 녹음 파일을 내게 들려줬다"면서 "명씨가 과시하려고 통화 녹음파일을 스피커폰으로 여기저기 들려줬다"고 했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처음에는 명씨한테 'K의원이 이건 당에 맡겨 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씨가 영남 지역구에 여성 의원이 없다는 식으로 다시 한 번 얘기한 것"이라며 "거듭된 요청에 윤 대통령이 '알았어, 내가 다시 알아볼게'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윤 대통령이 K의원에게 재차 말한 것"이라고, 당시 들었던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
명씨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당시에도, 김영선 전 의원의 창원의창 공천 배제 사실을 사전에 알고, 김해갑으로 지역구 변경을 주도했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음성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월18일 오후 9시38분 E씨와의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이 당시 지역구인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에서 출마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예정된 날짜(2월19일)보다 하루 앞당겨 18일 오후 언론에 전해졌습니다. 18일 오후 10시27분을 기점으로 7개 매체에서 '김영선, 김해갑 출마 선언'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험지 출마 명분을 내세우고도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라는 강력한 허들에 막힌 겁니다.
명씨는 이 사실 또한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명씨는 2월26일 오전 11시4분 E씨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김영선이 컷오프요. 끝난 지 오래됐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월29일 개혁신당의 이준석(B) 의원, A 의원과 지리산 칠불사에서 만나,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순번을 요구하며 '김건희 공천 개입' 폭로를 논의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뒤바뀐 주종관계…"막말 일삼아도 김영선 감내"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걸로 보입니다. 앞서 김 전 의원실은 '김해갑 출마 선언'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조해진 전 의원실로부터 항의를 받았습니다. 보도자료에 담긴 "한 달 전부터 조해진 의원에게 김해 동반 출마를 권유했다"는 대목 때문이었습니다. E씨는 2월19일 오전 9시32분 전화로 김 전 의원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돌아온 김 전 의원의 답은 "명(태균) 본부장한테 얘기를 해"였습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두 사람이 뒤바뀐 주종관계에 가까웠다고 증언했습니다. E씨는 "김 의원이 우리 의원실에는 국회의원이 둘이라고 했다. 김영선과 명태균"이라며 "공무원과 함께 회의하는 자리에서도 헤드(상석)에 명태균이 앉고, 김영선 의원은 옆자리에 앉았다"고 했습니다.
D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쌍욕을 비롯해 막말을 해서 쇼킹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걸 감내했다. 주종관계 이상으로 보였다"고 했습니다. D씨는 명씨 힘의 배경으로 "대통령, 특히 여사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공천마저 좌지우지하는 실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씨는 관련 입장을 묻는 <뉴스토마토>에 "이솝우화에 '바람과 태양', 바람을 선택하셨군요"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태풍이 불 것 같다"라고 적었습니다. 본지는 김 여사와 대통령실에도 해당 질문과 함께 반론을 요청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한편 6·1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은 "김종양 후보 얘기가 처음 나온 건 맞다"면서도 "6·1 재보궐선거 때 공관위원장은 윤상현 의원이었고, 윤 위원장이 알아서 했다. (윤 의원에게) '공관위원장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다. 나는 손을 떼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이 경쟁력이 있었고, 여성이었고, 오랫동안 당에 헌신했기 때문에 공천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