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 대통령의 ‘부하’를 자처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道雨 2024. 10. 18. 09:17

윤 대통령의 ‘부하’를 자처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감사원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지만 일단 임명된 후에는 직무상 대통령과 독립된 위치에서 감사원을 이끌어가야 하며, 직무에 관해 어떠한 지시, 감독도 받지 않도록 돼 있다. 즉 직무에 관한 한 대통령의 지시, 감독을 받는 부하가 아니다.”

 

역대 가장 인기 있는 감사원장으로 꼽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회고록에 쓴 말이다.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적 독립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감사원장부터 똑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 최재해 감사원장에 의해 희화화됐다. 감사관들이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추억할 때나 소환될까, 지금은 공허한 말이 됐다.

 

최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부하’를 자처한다. 지난 15일 국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그는 대통령 관저 공사 불법 의혹이 김건희 여사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애초 봐주려고 작정한 감사 결과조차 김 여사가 몸통임을 가리키는데, 이를 최종 결재한 감사원장은 그게 아니라고 강변한다.

 

 

최 원장은 야당 의원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무속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그게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너무 태연해서 물어본 쪽이 당황할 정도였다.

대통령실이 애초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정한 것을 누군가가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꾸는 바람에 공사 비용이 껑충 뛰었다. 나중에 대통령실은 육참 공관이 경호에 문제가 있다고 둘러댔지만, 외교부 장관 공관도 남산 산책로에서 다 보이는 곳에 있어 경호상 큰 차이가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무속적인 이유로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국비가 쓰이는 공사인데, 어떤 공무원이 감히 무속인 말을 듣고 의사 결정을 하겠는가. 담당 공무원에게 이처럼 비정상적인 결정을 강요하는 게 바로 직권남용이다. 이런 행위를 감찰하라고 헌법에 명시한 기관이 바로 감사원이다.

 

감사원에 30년 가까이 몸담은 최 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공직을 정권과 한몸으로 여기는 ‘어용 디엔에이’가 몸에 밴 것일까. 그는 관저 공사에서 각종 불법을 적발하고도 왜 검찰 고발을 안 했는지 묻는 야당 의원에게 “저런 정도 수준의 공사는 고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과 2년 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감사위원회의에서 ‘불문’(무혐의) 처리됐는데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전 정권 인사들은 예외 없이 검찰로 넘긴 장본인이 이 무슨 궤변인가.

최 원장은 2022년 7월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말해 여당 의원에게도 질타를 받았는데, 이날 국감에서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전현희 표적 감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공수처는 감사관들이 전현희 전 위원장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혐의를 뒤집는 증거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한다.

권익위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전 위원장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검찰 수사요청서와 감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을 쫓아내려는 감사 목적에 맞지 않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

 

심지어 감사관들이 권익위 직원의 진술과 사실관계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허위공문서 작성이자 무고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공수처는 담당 직원들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감사원이 대통령실의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에 적극 동조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의 부하를 자처한 감사원장 탓에 감사원 전체가 범죄 집단으로 몰릴 판이다.

 

 

과거 군 출신들이 감사원장을 독식할 때가 이와 비슷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통성이 없었던 군부는, 공직사회를 다잡는 데 감사원을 활용했다. 이 시기 감사원장은 군 출신 대통령의 진짜 부하(또는 상관)였다.

 

감사원의 오욕의 시절을 끝낸 건 민주화 정권 들어서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권 말기에 임명될 때만 해도 첫 내부 출신 감사원장으로 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감사원 조직을 가장 잘 아는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군 출신 감사원장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권과 한 몸이 되려고 애쓴다. 요즘 감사원은 ‘정권의 돌격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검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감사원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사고는 감사원장이 치고, 부끄러움은 직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춘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