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영화 '크로싱'을 보고(함께 울어주세요)

道雨 2008. 6. 30. 16:01

 

 

 

                                  영화 '크로싱'을 보고

                                   - 함께 울어주세요

 

 

지난 토요일, 장마비가 내리는 밤, 집사람과 나는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심야영화를 보았다. 개봉한 지 3일째가 되는, '크로싱'이라는 영화였다.

탈북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무거운 주제의 영화였는데, 그 늦은 시간(밤 11시 35분에 시작)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로 어린 아이들(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자식들에게 사회적인 안목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의 배려가 엿보이는 듯 하였다.

 

'크로싱'은  차인표가 주인공인 탈북자 역으로 나오며, 신명철이라는 아역배우가 차인표의 아들 역으로 나오는데, 가수 김장훈이 그 영화 제작진에 감명받아서 영화의 시사회를 겸한 무비콘서트에 참여하여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흥행여부를 떠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참여의식과, 흥미보다는 뭔가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강철중'이 아닌 '크로싱'을 먼저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집사람과 나 둘 모두 이 영화를 보기를 잘 했다는 평가를 하였다.

 

아내와 아들이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인지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잠시동안은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가 나와야만 하였다. 

 

영화의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는데, 이 비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한 추억과 두 사람의 영혼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듯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북한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주마등처럼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온 가족과 이웃이 놀러가서 기르던 개와 함께 물가에서 함께 뛰놀던 장면은, 우리의 60-70년대 생활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비록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켜주었다.

 

지금 북한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1990년대 중, 후반의 식량난으로 인한 300만여 명의 대량 아사 사태와 너무나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2006-2007년 연이은 대규모 수해피해지역이었던 황해도와 평안남도에서 이미 수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외부지원이 없다면 6-7월에만 수십만 명이 떼죽음을 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가족의 행복했던 시절을 흑백사진으로 보여준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행복했던 생활이, 이렇게도 망가져야만했던 이유는 바로 굶주림이었던 것이다. 냉전의 종식과 공산주의의 몰락,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던 소련의 붕괴 등 시대적인 상황과, 홍수와 가뭄이라는 천재지변적인 것들이 더해져서 북한 사회는 더욱 힘들게 되었던 것이다.
병고와 굶주림과 아사를 막기 위해 탈북을 했지만, 아내와 아들의 처참한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그 비극의 상황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은 우리와 경쟁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돌봐주어야 할 어려운 형제이고, 친척이고, 가난한 이웃인 것이다.
영화 '크로싱'의 무비콘서트 캠페인 제목은 '함께 울어주세요! Cry with us!' 였다고 한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난 지 이틀이 지나 감상문을 쓰는 지금도 영화의 장면들을 생각하노라니 눈물이 어린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함께 울어줄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금보다는 조금 더 참여의식을 가지고 내 형제를, 내 이웃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누구의 말처럼 힘든 영혼들을 위한 촛불을 밝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