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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 남자, 보이첵'의 두 배우

道雨 2008. 7. 15. 17:27

 

 

 

     연극 '그 남자, 보이첵'의 두 배우

 

 

[연극] 그 남자, 보이첵 50%할인 (5/27~7/26) - 사랑과혁명 소극장

 

 

연극 '그 남자, 보이첵'의 두 배우
16년간 '보이첵'을 꿈꿔온 남자 - 제 몸에 맞춘 듯 '마리'가 된 여자
주연 정태윤 씨 연출·극작까지 1인3역
'마리'역 맡을 배우 찾아 수차례 퇴짜
우려 불구 변지연 씨 관능적 연기 호평
두달째 공연 계속 … 오는 26일 막 내려



 

 
  '보이첵'역의 정태윤 씨
연극인 생활 16년 만에 갈망하던 주연을 맡았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것도 대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본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됐다면?
지난 5월 26일부터 '사랑과 혁명' 소극장 (KBS부산 옆)에서 상연 중인 연극 '그 남자, 보이첵'의 주연 정태윤(41) 씨가 바로 그다.
정 씨는 주연을 비롯, 극작 및 연출도 맡았다. 그는 이전까지 10개 작품에 주로 단역으로 출연했다.

정 씨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서울 극단 미추에서 연수단원 생활을 하던 1993년 만난 폴란드 국립극장 전임 연출가 바비츠키다.
바비츠키는 극단 미추 단원들과 함께 연극 '맥베드'(원작 셰익스피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비츠키는 정 씨를 만날 때마다 보이첵 이미지를 많이 닮았다며 '미스터 보이첵'이라 불렀다. 정 씨는 그때 '그 남자, 보이첵'의 희곡을 집어들었고 지금까지 수천 번 읽었다.

'그 남자, 보이첵'의 첫 부분에서는 연극에 미친 한 남자가 미완성 희곡 보이첵을 완성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 씨 모습 그대로다.
경성대 철학과 출신인 그는 연극 작업을 위해 1994년 이 학교 연극영화과로 편입해 1996년 졸업했다. 이후 정 씨는 10년간 아동극을 하며 살았지만, 한 번도 희곡 '보이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리'역의 변지연 씨
그는 그동안 '보이첵'의 상대역 '마리'를 구하고 다녔다. 이 작품을 하고 싶어도 상대 역이 없었다. 그는 학교 후배 등을 불러 연습까지 했으나, 번번이 "연습 일정이 안 맞아서 제가 '마리' 역을 하기는 힘들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씨는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올해 3월 정 씨는 부산지역 무용가 강희정 씨에게 '마리'를 맡을 배우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강 씨가 소개해 준 사람은 변지연(44·옛 이름 변미선) 씨였다. 정 씨는 지난 3월말 변 씨를 만나자마자 출연 계약부터하고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변 씨가 마리 역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 연극계는 깜짝 놀랐다. 지성적인 변 씨가 창녀 역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변 씨는 약사 출신으로 예술학 박사이며 부산연극제에서는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다. 지역 연극인 일부는 마리 역은 변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변 씨는 "배역에 몰입할 때에는 배역과 자기 자신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리 역을 할 때, 창녀보다는 사랑을 꿈꾸는 천진난만한 소녀가 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공연에서 변 씨는 장교(커다란 대포, 가면으로 형상화됨)와의 간통 장면을 관능적으로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 정신이 깃들어 있고 이 정신이 마리에게 승화됐다"며, "변 씨가 기꺼이 '마리' 역을 맡아 준 것 자체가 프랑스 혁명 정신인 '박애 정신'이다. 변 씨 외에는 아무도 '마리'를 하지 않으려 했다"며 웃었다.
공연 두 달째로 접어든 현재 관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상연. (051) 611-0076


▶보이첵(Woyzeck)

공연 역사상 처음으로 무산계급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뷔히너(1813~1837)의 미완성 비극. 뷔히너 사망 후 유고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초스가 해독해 1879년 뷔히너 전집에 수록했다.
버림받은 인간인 하급 군인 보이첵은 상사의 기분에 따라 조종 당하며, 싹이 튼 완두콩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삶의 근거는 '마리'이다. 마리가 장교에게 유혹당하자 그녀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각 장면은 병렬 연결돼 무한한 해석이 열려 있다. 이 작품은 1913년 레지던츠 극장(독일 뮌헨)에서 초연됐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윗 글은, 제가 연극 <그 남자, 보이첵>을 보고 쓴 관람후기를 읽어보신 문화메신저님께서 저에게 메일로 보내주신, 두 분 주연배우에 대한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