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의 명심보감

道雨 2008. 7. 3. 19:12

 

 

 

 

                  진료실의 명심보감



요즘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대하다 보면, 이런저런 가정사 얘기도 듣게 된다. 처음에야 깊은 집안 사정 속 얘기를 잘 하지 않지만, 여러 번 봐서 얼굴을 익히고, 조금 편해져서 세상 얘기도 나누다 보면, 자기 집안의 이런 저런 얘기도 나오게 된다.

그 중에는 자식 때문에 속을 썩이는 분도 간혹 계신다. 30-40대의 자식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늙은 부모에게 용돈을 주기는커녕, 지금까지도 계속 부모의 것을 뜯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속된 표현으로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들 중에는 자식뿐만 아니라 그 부모에게도 잘못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자식을 길들이기를 잘못한 것이다. 자식이 스스로 독립해서 살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지 않고, 어려서부터 자식이 원하는 대로 그 요구를 계속 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은 원하는 대로 부모가 모두 다 들어주니, 욕망을 절제할 생각도 하지 않고, 힘들더라도 자기 능력껏 벌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른바 3D(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를 기피하다보니, 30-40대의 나이가 되어서도 경제적 능력이 없어, 부모가 계속 도와주어야만 하는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선현의 말씀에 그릇된 것이 없음은 일찍이 느껴온 사실이다. 혹 시대의 상황에 맞지 않는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마음으로, 그 말의 깊은 뜻을 새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적용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명심보감(明心寶鑑) 훈자(訓子)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黃金滿籯  不如敎子一經      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황금이 상자에 가득 차 있어도 자식에게 하나의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준다 하더라도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경서를 요즘 말로 해석하면 고등교육(전문적인 교육)이 되겠고, 재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든, 기술이나 예능을 익히든 해야 할 것인데,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학 교육만 시키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대학을 나와도 졸업장만 받았을 뿐 실질적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장에 취업하거나, 취업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장 늙은 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에서는 기술을 전수시킬 만한 청년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학을 나온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3D업종이라고 기피하고, 외국 근로자들은 언어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기간이 제한되어 있어 오래 근무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러하다보니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인력문제 때문에 해외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가 되어, 젊은 사람들의 취업은 더욱 어렵게만 되어가고 있다.

고교 졸업 후에 조기에 취업하여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며, 사회적으로도 기술자와 기능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여 동기유발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위에서 예로 든 명심보감의 내용을 의료적으로도 재해석할 수가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장기적으로 투약을 하는 환자들에 대해서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고혈압에는 혈압강하제가, 당뇨병에는 혈당강하제가 투여되고 있지만, 이들 약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고, 단순히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할 뿐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약을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은 고혈압과 저혈압,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락가락하며 시달리고, 이들 약에 대한 의존성이 더해져서 약이 없으면 한시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그리고 이러한 약들의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까지 감수한 채로, 평생을 고혈압과 당뇨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해야 하는데, 이는 도외시한 채 너무 성급하게 약에 의존한 결과인 것이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체의 외부나 내부의 무엇인가에 의해 평형이 깨어지게 되면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평형이 깨진 부분에 대해 평형을 다시 잡아주게 되면 질병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해보지 않고, 질병과 증상에 집착하여 성급하게 인공적인 약물을 투여하여 증상만을 다스리려 하면, 그 증상은 다스려질지 몰라도 인체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약에 대한 의존성이 증대되어, 마침내 약이 아니면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게 되는 것이다.

 

모든 약들은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 특히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들은 인체가 대사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여, 인체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인공적으로 만든 화합물인 양약은 천연물로 된 한약에 비해 그 부작용이 더욱 크다. 비록 혈압강하제나 혈당강하제가 다른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고는 해도, 죽을 때까지 평생을 먹어야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소지가 많은 것이다.


고혈압이sk 당뇨병 등은 생활습관병으로 분류한다. 이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이 병을 일으키게 된 주요 원인이며, 역설적으로는 좋은 생활습관으로 바꾸면 다시 건강한 몸으로 회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운동과 식생활(술과 커피 등, 기호식품을 포함), 성생활, 체중,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몸의 평형을 유지하거나 깨트리는 주요 요인이다.

만일 내 몸에 위와 같은 생활습관병이 발견되었다면, 응급을 요하지 않는 한, 너무 일찍 혈압강하제나 혈당강하제를 쓰지 말고(약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평생을 투약해야만 한다), 내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바꾸어 보도록 하자. 그리하여 깨어진 평형을 되돌려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해보자.

채식 위주의 식생활과 적절하고도 충분한 운동,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혈압강하제와 혈당강하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오히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명심보감의 글귀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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