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추억의 화투놀이, 나이롱뽕

道雨 2009. 1. 28. 19:11

 

 

 

       추억의 화투놀이, 나이롱뽕



올 설 연휴에는 색다른 것(?)을 한 번 해보았다. 바로 이름도 희한하게 그럴싸한 ‘나이롱뽕’(줄여서 그냥 ‘뽕’이라고도 한다)이다.


요즘 가정에서 친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화투놀이는 고스톱(일명 고돌이)이 완전 평정을 해서 다른 종류의 화투놀이가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되었다. 노름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는 ‘타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이 ‘섰다’(표기가 맞는지 모르겠다. ‘쪼이’라고도 하였다)가 주류일 것이지만, 집안에서 친목도모(?)를 위해 하는 화투놀이는 오로지 고스톱뿐이다.


그런데 고스톱의 단점은 매 번 칠 때마다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한 판 칠 때마다 돈이 왔다 갔다 하니 전체적으로는 들락거리는 돈의 금액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없는 경우에는 너무 돈을 많이 잃기도 하므로 속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간혹 싸움이 나기도 하고, 판이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지간에 치면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보기에 좋지는 않다. 그래서 고스톱보다는 윷놀이가 많이 권장된다. 그리고 실제로 윷놀이는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하기에 매우 적당한 놀이이다. 우리 친지들도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하고난 뒤에는 윷놀이를 해왔다.




설 전날 밤에 다섯 명이 모여 앉았다. 내가 제안해서 나이롱뽕을 하기로 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시골에 사시는 큰 매형이 오면 형제자매들과 함께 나이롱뽕을 하고는 했다. 그런데 한 40여 년을 나이롱뽕을 하지 않았으니 나도 일부분 규칙이 헷갈리기도 하였다.

어쨌든 내가 몇 가지 규칙을 설명하고 연습게임을 몇 번 하고 난 뒤에 본 게임에 들어갔다.



나이롱뽕은 전체적으로 몇 판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한다. 열 판 또는 스무 판 등 판 수를 정하고, 매 판의 성적을 기록해 놓으면서 합산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까지 합산된 숫자를 보고 순위를 가리는 것이다. 합산한 숫자가 가장 작을수록 순위가 높게 된다.

그리고 보통 순위마다 내야 할 금액을 미리 정해놓고, 전체 판이 끝난 후에는 그 순위에 따라 정해진 돈을 내는 것이므로, 돈이 많이 나갈 걱정도 없는 것이다. 추렴된 돈을 가지고 먹을거리를 사 먹거나 노래방의 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나이롱뽕은 추렴할 금액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사다리타기와 유사하지만, 화투놀이라는 고유의 재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가족끼리 할 때는 돈을 걸지 않고, 몇 판 할 것인가를 정하고, 순위만 매겨도 재미있다)



나이롱뽕의 규칙은 카드놀이의 ‘훌라’와 흡사한 면이 많은데, 나이롱뽕의 진행 요령, 사용되는 용어나 규칙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진행 요령 : 한 사람이 다섯 장씩 가지고 시작하는데(선은 제일 먼저 내야 하므로 여섯 장으로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섯 장을 먼저 가지고 시작하면서 바닥에 쌓아둔 패의 맨 윗 장을 가져가면서 시작해도 마찬가지다), 바닥에 쌓아둔 패에서 하나씩 가져오면서 약(판을 끝나는 패)을 만들거나 유리한 숫자들의 조합이 되도록 만들어가며 한 장을 대신 버린다. 누군가 끝내는 약을 하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화투의 숫자를 모두 더해서 서기(기록을 담당한 사람)에게 알려주고, 서기는 판이 끝날 때까지 개인별로 합산해 나간다. 정해진 판수(10판이나 20판 등)가 끝날 때, 합산한 숫자가 가장 적은 사람이 1등이 된다. 적은 숫자순으로 순위가 정해짐.


* 뽕 : 다른 사람이 낸 화투장과 같은 화투를 내가 두 장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그 화투를 낸 순간, 순서와는 상관없이 ‘뽕’이라고 소리친다(10부족, 마이너스 등, 내가 더 좋은 것을 바란다면 전략상 뽕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앞에 낸 화투와 같은 화투 두 장과 다른 패를 한 장 더 낸다. 그리하면 손에는 두 장만 남게 된다. 그리고 내 뒤에서부터 다시 순서가 되어 화투는 계속된다.


* 마이너스 : 카드에서의 스트레이트와 같다. 손에 든 다섯 장에다 자기 순서대로 오는 화투 한 장을 합해서 여섯 장의 숫자가 나란히 되었을 때 마이너스라고 한다. 예를 들어 1,2,3,4,5,6으로 나란히 된 경우 21마이너스(숫자를 다 더하면 21이 된다)가 되며, 7,8,9,10,11,12로 나란히 된 경우는 57마이너스가 된다. 이 마이너스된 숫자만큼을 합산할 때 빼게 된다. 그러므로 나이롱뽕에서는 매우 좋은 약이 된다.

마이너스의 종류는 21, 27, 33, 39, 45, 57마이너스가 있다.


* 10부족 : 여섯 장의 화투숫자를 모두 더했을 때 10 이하(10도 포함)가 되는 경우 이를 10부족이라고 하는데, 마이너스 100으로 쳐준다. 나이롱뽕에서 가장 좋은 약이지만, 10부족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섯 장으로 10부족이 되는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 1,1,1,1,2,2    - 1,1,1,1,2,3,    - 1,1,1,1,3,3

  - 1,1,1,2,2,2    - 1,1,1,2,2,3     - 1,1,2,2,2,2


* 또이또이 : 여섯 장의 화투에서 같은 화투가 두 장, 두 장, 두 장 들어오거나, 세장, 세장인 경우, 또는 네 장, 두 장인 경우가 해당된다. 이는 합산할 때 ‘0’ 으로 간주된다.


* 스톱 : 뽕을 하고 나면 화투패가 두 장이 되는데, 두 장의 숫자의 합이 매우 작아서, 10 이하(5로 정하거나, 한도를 없이 할 수도 있다)인 경우에는 스톱을 할 수 있는데, 본인 외에도 뽕을 한 사람이 1명 이상 있어야만 스톱을 할 수가 있다.

자기 순서가 도래할 때 스톱을 할 수 있는데, 스톱을 하게 되면, 그때 손에 들고 있는 화투의 숫자를 모두 합하여 서기에게 알려준다.

만일 스톱한 사람의 화투의 숫자 합보다 더 적은(또는 같은) 숫자 합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 경우, 스톱한 사람은 바가지를 쓰게 된다. 이를 ‘스톱바가지’라고 하며, 자신의 숫자에 30점(또는 50점)을 벌칙으로 더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톱을 하려는 사람은 자기가 가장 작은 숫자 합의 화투패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설 때만 스톱을 해야 한다.


* 박(바가지) : 뽕을 하고 나면 화투장이 두 장이 되는데, 같은 패를 들고 있을 경우 바가지를 씌울 수가 있다. 만일 내가 뽕을 하고 풍(10)을 두 장 들고 있는데, 누군가 풍을 버린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박(바가지)을 쓰게 되는 것이다.

바가지를 쓴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는 화투의 숫자 합에 20점(또는 30점)을 벌칙으로 더하게 된다. 바가지를 씌운 사람은 ‘0’점으로 취급한다.

이미 뽕을 한 사람이 있을 경우, 내가 내는 화투패가 바가지가 되는지 바닥에 버린 패를 살펴보고 잘 판단해야 한다.

뽕을 하면서 내는 화투패가 바로 바가지가 되는 경우를 ‘뽕바가지’라 하여 벌칙을 더욱 엄하게 (30점) 하기도 한다.


* 자연뽕, 자연바가지 : 이것이 도입되면 상당히 복잡해진다. 그러므로 자연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나이롱뽕에 숙달된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자연뽕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같은 숫자가 석장이 들어온 경우, 이 패들(석장)과 함께 다른 패를 한 장 버릴 수 있으니 뽕을 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이를 '자연(뽕)'이라고 칭한다.

자연뽕이 도입된다는 것은, 같은 패 석장을 버리지 않고 계속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이 화투는 손에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뽕(똑같은 숫자 석 장)을 들고 있는 경우, 전체적으로는 다섯 장을 갖고 있게 되지만, 뽕을 해서 두 장 밖에 없는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러므로 바가지나 뽕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고, 스톱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으며, 설사 자기가 판을 끝내지 못해도 화투를 합산할 때 자연뽕 석장은 제외가 된다.

자연뽕을 들고 바가지를 씌울 수는 있지만, 숫자를 합산할 때만은 5장 모두 그대로 더한다고 규정을 정할 수도 있다.


* 바닥패를 모두 소진해도 아무도 판을 끝내지 못하였을 경우 버린 패들을 모두 모아 섞어서 한 번 더 돌릴 수가 있다. 판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경우 몇 번을 더 돌릴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은 사전에 정한다.

더 돌리지 않고 그대로 끝내면서 손에 든 화투패를 계산해서 합산할 수도 있으며, 그 판에서 가장 숫자 합이 작은 사람이 다음 판의 선을 한다.




*** 나와 집사람, 그리고 아들 범진이, 조카들 두 명 등, 모두 다섯 명이 둘러앉아 나이롱뽕을 했다. 물론 다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자연뽕은 적용하질 않았다. 

나로서도 약 40여년 만에 처음 쳐보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집사람은 어릴 때 쳐본 경험이 있어서 금방 익히게 되었고, 아이들 셋은 새로운 것에 재미있어하면서 금방 요령을 터득하였다.

스무 판을 치면서 “뽕!”이라는 우렁찬 소리와 “왔어요!”(마이너스가 되었다는 뜻) 하는 기쁨의 소리, 그리고 “바가지!” 하는 통쾌함, 애처로움, 탄식의 소리 등, 처음 해보는 나이롱뽕에 다들 즐거워했다.

설이라 먹을 게 많으니 돈 걷은 것도 없었고, 그냥 순위만 매기게 되었는데, 큰 조카가 1등, 내가 2등, 집사람이 3등, 범진이가 4등, 작은 조카가 5등,....



나로서는 지금은 돌아가신 큰 매형과 함께 했던 옛 추억에 잠겨보는 계기도 되었고, 아이들은 고스톱처럼 민망하게 돈이 오고가지 않는, 새로운 화투놀이를 알게 해준 설이 되었다.


공진이(큰 아들)는 보건소 비상근무라고 이번 설에 함께 있지를 못했다. 다음에 모두 모일 때는 가족끼리 나이롱뽕이나 쳐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