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불가불가(不可不可)’와 유엔 인권위 결의안

道雨 2009. 2. 3. 12:08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와 유엔 인권위 결의안




     “파괴행위에도 어떤 질서가 있고 한계가 있는 법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쓴 희곡 <정의의 사람들>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반인도주의적인 범죄, 주로 전쟁이나 테러 행위 등에서 폭력의 한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하는 글귀이다. 비록 합목적적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과 수단이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경우, 그로 인하여 억울하고 참담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미 1,500여 년 전에 이를 설파했으니, 화랑의 세속오계 중 ‘살생유택(殺生有擇)’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이번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볼 때 비록 자신의 생존권을 위한 전쟁이라는 합목적적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차별 폭격과 지상군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으니 이미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발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월 14일 현재까지 가자 주민 1,0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가운데 322명은 어린이, 76명은 여성이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1월 12일 이스라엘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한국 정부는 맥없이 기권표를 던졌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었는가?

혹여나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행동을 비판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국내의 인권상황이 양심에 찔리었든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부산문화회관에서 본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가 생각난다.




** 알베르 까뮈

알제리에서 출생하여 프랑스에서 활동한 실존주의 작가. 대표작으로는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 <페스트> 등이 있고,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

 

 

***  정의의 사람들

[정의의 사람들]은 1949년 12월 15일, 에베르또 극단(감독은 쟈끄 에베르또)의 무대에서 폴 외뜨리 연출에 드 로즈나이의 무대장치와 의상(衣裳)으로 초연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공연되고 있는 고전작품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5막극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러시아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암살한 모스크바의 사회주의 테러리스트들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막이 열리면 다섯 사람의 테러리스트가 한데 모여 모의를 한다. 시인으로 행복과 아름다움을 애호하며 삶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살인을 감행하는 이반 칼리아예프, 그룹의 지도자이며 인정 많은 인물 보리스 아넨코프, 극단주의자 스테판 페도로프, 열정적이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젊은이 알렉시스 부아노프, 그리고 사랑과 정의의 감정에 넘치지만 연민의 정 또한 억제하지 못하며 칼리아예프를 사랑하는 도라 둘보프가 그들이다.

 

그들은 이제 면밀하게 세운 계획에 따라 세르게이 대공이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폭탄을 던져 그를 살해하려고 한다.

폭탄을 던지기로 한 칼리아예프는 정의감에 차 자신만만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대공의 어린 두 조카가 마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만 뒤로 물러나고 만다. 내세우는 대의명분이 아무리 혁명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사가 지연되자, 테러리스트들 사이에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고,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노출된다. 내일의 러시아를 위해서라면 희생시키지 못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스테판, 그리고 인간주의를 앞세우는 칼리아예프와 도라는 격렬하게 논쟁하며 대립하지만, 결국 리더 아넨코프의 결정에 따라 칼리아예프는 다음 기회를 얻게 되고, 결국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체포되어 사형 당한다.

 

 

****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

극단 쎄실에서 공연한 연극인데, 나는 2008년에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할 때 가족, 친구와 함께 관람했다.

 

- 내용

어떤 연극의 무대 연습장. 총연습에 열중하던 무대 위에서 전혀 뜻밖의 돌발사가 발생한다. 사건인즉, 극중 장군역을 맡은 신인배우가 상식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여하한 적대감정도 일 수 없는 선배 배우를 극중 소품으로 내려친 것이다. 심한 증오와 지극히 격렬하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그러나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단지 총연습과정에서 보여지는 우리 역사의 편린들과 그 흐름의 콤마마다 발돋음해가는 그 신인배우의 심리 추이를 짚어 어떤 긍정을 추출해 볼 따름이다.

 

- 배경과 의미

 장면은 백제의 멸망, 계백 장군의 출진 장면이며, 그 아내의 자결이라는 긴박한 순간인데, 그에 대비되는 역사의 현장은 조선조의 말기, 역사의 주역들은 가, 불가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역사의 의인이 되느냐, 반역자가 되느냐 하는 그 갈림길에서 역사를 얼버무리는 자는 어쩌면 반역자보다 더 불의스럽다.

# 수상 내역

   - 1987년 제11회 서울연극제 희곡상(이현화) 수상
   - 1987년 극평가그룹 희곡상(이현화) 수상
   - 1988년 제2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
   - 1988년 백상예술대상 대상, 연출상(채윤일), 희곡상(이현화) 수상
   - 1988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 연출가(채윤일)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