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부작용 많다는 진통제, 먹어도 되나?

道雨 2009. 6. 12. 14:22

 

 

 

  부작용 많다는 진통제, 먹어도 되나?

 

[[오마이뉴스 엄두영 기자]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하 NSAIDs)'.

열이 나거나 아플 때 복용하는 진통제의 대표적 성분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분명을 말할 경우에 우리가 복용하는 약들 중 어떤 약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잘 모를 것입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이 광고 문구를 보신다면 한국인의 두통약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약 하나가 떠오를 것입니다.

비단 이 약 뿐만이 아닙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광고하는 약도 그렇고, '효과 빠른 두통약'이라고 광고하는 약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진통제로 유명한 약들의 대부분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약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입니다.

이들 진통제는 두통약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감기약에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일반의약품으로도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약품이 일반의약품인 만큼 안전성 면에서는 다른 어떤 약에 비해서도 낫다고 하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식품의약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 일선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발송해 이들 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를 강화하고 처방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는 미국 FDA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에 대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고를 제품 라벨에 포함하도록 결정하기로 한 이후 한국에서도 예방적 조치로 취해진 조치입니다.

진통제의 부작용, 얼마나 심각한가?

현재 국내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 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은 약 2290여 개 품목이 허가되어 있습니다. 이 의약품들은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판피린 F', '아스피린' 등 대부분 우리에게 친숙하고 약국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약들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제인 타이레놀은 전 세계 1위의 처방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진통제입니다.

한국얀센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50년이 넘는 동안 세계 1위의 안전한 진통제로 그 입지를 굳혀 왔습니다.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NSAIDs계 약물이 위장장애와 신독성이 있는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들 부작용과는 무관한 약제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진통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는 법. 천하의 아세트아미노펜도 과량 복용할 경우 간독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살 목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량 복용한다고도 하니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세트아미노펜이 간독성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세트아미노펜이 간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NSAIDs 계열 약물이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에 독성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최근 미국 FDA 전문가 그룹 보고서에서도 과다복용을 막기 위한 조치로 ▲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할 것 ▲ 성인의 아세트아미노펜 1회 섭취량을 현재 1g에서 0.65g으로 줄일 것 ▲ 성인 하루 최다 섭취량 기준을 현재 4g에서 3.25g으로 강화할 것 ▲ 제품에 간부전 등 간 부작용을 알리는 강한 경고 문구를 넣을 것 등을 권고하였습니다.

식약청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간 손상 사례로 '간수치 상승', '황달' 등의 부작용이 11건 확인되었다고 밝혔고, 미국에서만 아세트아미노펜 오남용으로 인해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사망한 사람이 458명, 입원한 사람이 2만6000여 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편 한국과 같이 음주 문화가 발달된 국가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특히 더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손기호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중 알코올을 섭취하면 간 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술을 마실 때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는 두통약을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타이레놀의 용량은 하루 4g 이상 복용하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이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사진은 타이레놀 약전)

ⓒ 한국얀센


아스피린, 위장에 안 좋아

아스피린을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의 예방 약물로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소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우리 몸의 혈전을 녹여주기 때문에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심장학회는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 학회에서는 심혈관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용랑 아스피린 요법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로 외국에서도 그 효능이 입증된 약입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혈전'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뇌졸중을 비롯해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는데, 혈소판 응집에 관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우리 몸의 통증을 주관하기도 하는 물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NSAIDs 계열 의약품을 복용하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 몸의 진통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통효과 뿐만 아니라 혈소판 응집도 억제하는 효과가 같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상대적으로 출혈 성향이 더 나타나게 되고 직접적으로 약물의 영향을 받는 위장에서 더 많은 출혈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한 위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데, 이들 의약품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막아 위벽을 파괴합니다. 손기호 약제부장은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약물상호작용 때문에 위장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NSAIDs 계열 약물과 항혈전제 약물을 같이 투여하면 출혈 성향은 더욱 강화되고, 위궤양 발병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아스피린과 같은 NSAIDs계열 소염진통제의 경우 위장관 출혈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바이엘


진통제... 먹을 수도 없고, 안 먹을 수도 없고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통증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할까요?
이러한 경우가 전형적으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리적 통증은 우리 신체의 항상성 유지와 보호기능을 위해 중요합니다. 그러나 방어적인 역할을 다한 뒤에도 통증이 계속적으로 남아있으면, 이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 되어 인간을 괴롭히게 됩니다.

우선 통증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통이 있거나 열이 있다고 해서 자가 진단으로 진통제를 복용하기보다는 통증의 원인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진통제를 복용할 때 의사와 약사의 복약지도를 정확히 받아 복용한다면 진통제의 부작용들을 상당 부분 비켜갈 수 있습니다.

한편 의약품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사, 약사 또는 식약청(의약품 민원 홈페이지, http://ezdrug.kfda.go.kr ) 등에 신고하는 것도 의약품의 시판 후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