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신앙

살인마 앙굴리말라 이야기

道雨 2010. 4. 30. 19:14

 

 

 

                               살인마 앙굴리말라 이야기

 

 

 

                        

 

 


   살인마 앙굴리말라의 원래 이름은 ‘아무도 해치지 말라’는 뜻의 아힘사[不害]이다. 그는 행동이 민첩하고 지혜가 뛰어났으며 스승을 지극히 존경하여 스승의 말을 거역할 줄 몰랐기 때문에 스승 또한 아힘사를 제자 가운데 가장 사랑하였다.

어느 날 아힘사의 모습에 깊이 매료된 스승의 아내가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다가오자, 아힘사는 냉정히 유혹을  뿌리쳤다. 이에 여인의 사랑은 증오로 바뀌었고 돌아온 남편에게 아힘사에게 욕을 당했다고 모함했다.

노한 스승은 배신한 제자를 파멸시키기 위해 예리한 칼을 건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침 일찍 저자거리로 나가서 백 명의 사람을 죽이되 손가락 하나씩을 잘라내어 목걸이를 만들어라. 하루 만에 백 개의 손가락을 모으면 그것으로써 수행은 완성되어 신선이 되어 등천하게 될 것이다.”
  아힘사는 몹시 고뇌하다가 스승에 대한 존경과 믿음으로 거리로 나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여 손가락을 모았다.

‘앙굴리’는 손가락, ‘말라’는 목걸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은 그 살인마를 앙굴리말라라고 불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붓다는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를 제도하기 위해 광란의 살인극이 벌어지고 있는 거리로 나섰다.

하루해가 지기 전에 백 명을 죽여야만 신선이 된다고 믿었던 앙굴리말라는 그때 마침 아들의 살인극을 만류하려고 허둥지둥 달려 온 어머니라도 죽여서 백 명을 채우려고 하였다.

그가 막 어머니를 해치려는 순간 붓다 께서 불쑥 앞으로 나서자 앙굴리말라는 어머니를 제쳐두고 붓다를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들어도 천천히 걸어가는 붓다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앙굴리말라는 소리를 질렀다.
   “멈춰라.”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멈추었는데, 멈추지 못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냐?”
   앙굴리말라는 본래 총명한 사람이라 붓다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뉘우쳤다.

붓다는 앙굴리말라가 진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알고 제자로 받아들여 기원정사로 데리고 왔다.

앙굴리말라는  붓다의 자비로운 설법을 듣고 곧바로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

앙굴리말라의 출가 직후 파사익왕은 오백 명의 군사를 이끌고 출두하여 앙굴리말라를 잡아가려 하였으나, 붓다께서는 “출가법에 따라 출가한 사문을 세속법에 의해 심판받게 할 수 없다.”며 그를  넘겨주지 않았다.

단 하루만에 99명의 목숨을 앗아간 앙굴리말라!

그런 극악무도한 살인마는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붓다는 그를 제자로 삼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살인마요 광신자인 앙굴리말라를 대자비의 법으로 제도하였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당시 불교교단은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붓다께서는 ‘마땅히 제도해야 할 중생을 제도한 것일 뿐’이라며 어떠한 비난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아라한이 된 앙굴리말라는 자신이 희대의 살인극을 벌였던 사왓티 거리로 걸식을 나갔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어떤 사람은 돌을 던졌고 또 어떤 사람은 몽둥이로 때렸다. 앙굴리말라의 옷은 찢겨졌고 온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앙굴리말라는 그들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붓다가 계시는 기원정사로 돌아왔다. 붓다가 앙굴리말라를 맞이하며 말했다.
   “앙굴리말라야, 너는 아픔을 참아야 한다. 네가 저지른 죄의 대가는 영겁에 걸쳐 받을 것이었다.”
   이 때 앙굴리말라는 피를 흘리며 말했다.
   “......(중략)......저는 원래 대악인 앙굴리말라로 온갖 악을 저질러 왔으나 다행히 세존을  만나 뵙게 되었나이다. 지난 날 어리석어 악행을 일삼았으나 지금은 다시 악행을 저지르지 않으니 마치 햇빛이 구름을 헤치고 온 세상을 비쳐줌과 같나이다. ......(중략)......많은  고통을 받더라도 제가 지은 악업을 다하여 다시는 생사를 받지 않는 해탈의 날만 기다리니 이제 기쁨을 누릴지언정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나이다.”

   붓다는 비구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제자들 가운데 앙굴리말라와 같이 빨리 깨달은 자는 없느니라.”

 

 

 

***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에 있는 글귀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