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조기 레임덕

道雨 2010. 6. 12. 13:13

 

 

 

                      조기 레임덕

 

 

절름발이 오리를 가리킨다.

 

18세기 런던 증시에서 이 말이 처음 사용될 때만 해도, 부채가 많아 거래가 중지된 중개인을 뜻했다. 1761년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은 친구 호러스 맨에게 쓴 편지에서 “황소, 곰 그리고 절름발이 오리가 무엇인지 아시는가?”라고 물었다.

힘센 황소는 상승장, 미련퉁이 곰은 하락장을 의미했다. 그리고 절름발이 오리는 약탈자의 밥이 되기 십상이라, 증시에서의 탈락을 상징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인들은 이 말을 임기 말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묘사하는 데도 썼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이 바로 레임덕이었다. 재임 중 그는 연방정부의 해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내심 노예제를 반대했으나, 그것이 연방정부의 존립에 해롭다고 판단해 소신을 꺾었다. 그는 노예제 반대시위를 강력 진압했을 뿐만 아니라, 도망노예의 강제송환까지 추진했다. 그러자 전국적소요사태가 일어났다. 경제도 엉망이 되어 재선은 꿈도 못 꾸었다.

그의 임기 말에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7개 주가 연방을 탈퇴했다. 그러나 뷰캐넌은 실정을 반성하기는커녕 분리주의자 비난에 열을 올렸다. 그의 위신은 더욱 추락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곤란했다.

후임자로 뽑힌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모든 짐이 넘어갔다. 결국 뷰캐넌이 뿌린 재앙의 씨앗은 남북전쟁이라는 미국 역사의 참극을 낳고 말았다.

 

레임덕은 정권 교체기마다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어떨 때는 더욱 심하다.

함부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역시 그랬다. 임기 내내 부시 편만 들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조기퇴임설이 나오자 침몰했다.

그래도 최악의 레임덕은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경제대통령으로 뽑혔으나, 세계대공황을 막지 못하고 좌초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민심이 곧 천심인데 이번에도 2008년 6월 촛불 때처럼 빈껍데기 반성일까봐 다들 걱정이다.

 

<백승종 역사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