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요구할 자격 없어
<한국방송>이 텔레비전 수신료를 올리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달 중 이사회를 거쳐 인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안은 수신료를 월 6500원으로 올리고 대신 2텔레비전의 광고를 없애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를 새로 생기는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확보와 연계시켜 보고 있기에, 정부와 한국방송이 손발을 맞춰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한국방송은 공영방송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만큼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겨레>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과 함께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한국방송의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학자·기자·프로듀서의 평가는 더 가혹하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정치적 독립성이나 보도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6.7%에 달했다.
설문조사의 편차 등을 고려하더라도, 한국방송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조사에 응한 국민의 80% 이상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 건 당연한 결과다.
공영방송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조차 수신료 인상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때 한국방송이 진짜로 할 일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는 것이다. 특히 친정부 편향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을 때 수신료 인상의 여건도 만들어진다.
2텔레비전의 광고 문제 측면에서 봐도 이번 수신료 인상 논의는 부적절하다.
외국 공영방송들이 보통 수신료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야 공익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2텔레비전 광고 폐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2텔레비전 광고를 종합편성채널로 돌리려는 정부의 정책적 속셈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한편으로는 한국방송의 오랜 요구를 들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친정부 신문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질 종합편성채널의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 장치인 수신료를 이런 정권의 이해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마땅하다.
<2010. 6. 14 한겨레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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