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뉴스유! 참여연대가…

道雨 2010. 6. 26. 16:26

 

 

 

                    뉴스유! 참여연대가…

 

 

 

가끔씩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놀라는 경우가 있다. 보고 웃는 사이우리 현실이 코미디보다 더 희극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할까.
 
얼마 전까지 <개그 콘서트>에 ‘워워워’라는 코너가 있었다. 유치원생 소망이, 초등학생 희망이, 그리고 대학생 절망이, 세 형제의 이야기인데 이런 식이다. 희망이가 세상을 긍정적·낙관적으로 보면서 장래 희망을 얘기하면, 절망이가 나타나 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열거하면서 희망 성취의 불가능성을 웅변한다. 그러곤 후렴구를 붙인다. “인생 어두워! 외로워!…”

 

그걸 보고 웃게 되는 건 절망이가 말하는 현실이, 그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견딜 만하며 실제로 우리가 견디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러니까 절망이의 절망은 근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조금 과장돼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현실성과 과장의 미세한 줄타기가 주는 긴장이 이 코너의 재미였다.

한번은 희망이가 어른 되면 취직해 돈 모아 어머니에게 아파트 사드리겠다는 꿈을 말한다. 절망이가 등장한다. “너 샐러리맨 월급 저축해 아파트 사려면 몇 년 걸리는지 알아? 그 사이 어머니 백살 넘어. 어머니가 백오십년, 이백년 사는 십장생이야? 거북이·학 같은 십장생 아니면 넌 아파트 못 사드려. 인생, 어두워!”

 

십장생까지 등장하는 대목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웃다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웃게 만듦과 아울러 웃을수록 현실의 추한 모습이 더 선명해지게 하는 것. 잘 만든 코미디가 얻을 수 있는 미학적 성취일 거다.

그쯤 되면 한없이 웃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일그러진 현실을 두고 비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희극은 웃으면서도 현실의 왜곡된 단면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희극은 비극보다 정치적이다.

 

 

한국방송의 <개그스타>라는 프로에 ‘뉴스유!’라는 코너가 있다. 두 남자가 충청도 사투리로 뉴스를 진행한다.

남자 한 명이 말한다.

“뉴스유! 여고생들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가 절벽 길을 달리다가…, 운전사가 버스 세우고 화장실에 갔슈.” 옆의 남자가 짜증을 낸다.

“그게 뭐여? 그게 무슨 뉴스여?”

뉴스를 읽던 남자가 되받아친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여? 알았어, 인마! 니가 원하는 대로 해줄껴. 뉴스유! 여고생들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가 절벽 길을 달리다가 추락해서 피바다가 됐슈. 이제 됐어, 인마? 속이 시원혀?”

 

일상적인 것, 순리대로 되는 것은 뉴스거리가 잘 안 된다. 뉴스의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뉴스에서 새로움, 신선함, 나아가 놀라움, 충격 같은 걸 원한다.

우리는 뉴스를 보며 암암리에 남의 비극을, 그것도 ‘피바다’를 이룰 만큼 강도 높은 재난이나 사고를 바라지는 않는가?

‘뉴스유!’라는 코너는 그 심리를 잘 꼬집어 풍자한다. 암암리에 비극을 바라던 우리의 마음은, 스스로에게 들키는 순간 십중팔구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고 말 거다.

이 코너는 그것도 잘 반영한다. 뉴스 읽던 남자가 속이 시원하냐고 하자, 옆의 남자는 ‘잘못했다’며 바로 사과한다.

어쨌건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건, 그 사고가 진짜 사고가 아니기 때문일 거다. 절벽 길 버스추락처럼 이 코너에 등장하는 사고는 일어날 법한 개연성은 있지만 실제 벌어진 현실은 아니다.

 

 

실제 벌어진 현실을 이 코너에 등장시키면 어떨까.

“뉴스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의견서를 낸 것에 대해 국무총리가 이렇게 말했디야. … 정부와 다른 소릴 해서 기분은 나쁘지만 어쩌겄냐. 민주주의니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거고, 또 비정부기구가 유엔에 의견을 내는 것이 다반사라는디.”

“그게 뭐여? 그게 무슨 뉴스여?”

"그럼 뭘 원하는거여? 알았어, 인마! 니가 원하는대로 해줄겨, 뉴스유!...... 국무총리가 그 사람들 어느 나라국민들인가 모르겠다고 그러고, 우익단체가 가스통 들고 몰려가고, 검찰이 수사한다고 나셨슈. 이제 됐어, 인마? 속이 시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