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은 무대에서 미친듯이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약을 달고 살지만 “죽어라 뛰어도 죽지 않더라”며 웃는다. 그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도 선수들이 미친듯이 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도 미친듯이 하는지 모르겠다. 10년 넘게 100억 가까운 돈, 그가 번 돈 거의 전부를 그 사랑에 썼다. 가난하고 힘없는 세상과의 사랑이다. 그러고도 “난 잘 먹고 잘 산다”고 말한다.
주위엔 먹고살 만해도 “그렇다”고 말하는 이가 드물다. 머릿속은 여전히 빚내서 산 부동산 시세, 좋은 학교 가야 할 자식 걱정이 가득하다. 3만원짜리 월세방에서도 “나랏돈 받고 산 게 미안하다”며 전재산 11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남긴 의정부 노인 이야기에 가슴은 먹먹해도 발은 늘 제자리다.
경쟁의 세상을 견뎌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수녀와 가수의 ‘미친 사랑’은 너무 멀다. 하물며 뒷방에서 힘자랑하고 권세를 나눌 생각뿐이었던 이들에게는.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
수녀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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