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고약한 점은 나쁜 전례들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역시 작은 흠결이 아니었으나 그는 청문회장에서 사과를 하고 대법관에 임용됐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전 위장전입뿐 아니라 다운계약서를 통한 소득세 탈루, 부동산 차명거래 등의 흠결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이중 소득공제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신임 대법관들이 줄줄이 법 위반 전력자들로 채워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법치의 기반을 심각하게 흔드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자 도덕성 검증의 잣대가 크게 이완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임 정부들에서는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이헌재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문제를 갖고 낙마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함에 따라 적십자회비 미납조차 큰 문제가 된 게 불과 몇해 전이다.
그럼에도 이제 위장전입 정도는 정부의 공직자 사전 인사검증 기준에서조차 제외되는 분위기다. 이런 식으로 잣대를 180도 바꾸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도덕성 기준을 후퇴시키는 것은 공직문화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후보자 검증은 제쳐두고 ‘기대가 많다’는 등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청문위원으로서의 본분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다.
개각에 따라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곧 열리게 된다. 이완된 도덕성 기준을 당연시할 게 아니라 고위 공직자 검증 잣대를 엄정하게 다잡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법관 후보도 위장전입, 이래도 법치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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