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에 ‘조인트’ 까인 언론자유 | |
지난 17일 방송 예정이던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방송시간 두세 시간을 앞두고 사장이 갑자기 방송 보류를 결정하는 바람에 결방되고 딴 교양프로가 나갔다.
그로 인해 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분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4대강 비밀’ 결방은 우리 방송의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이번 결방 사건은 공영방송 사장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근거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동시에 침해한 대표적 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공영방송 사장쯤 되면 국민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 제작진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 있을 경우에 사장이 나서서 이를 막아주기도 해야 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번 결방 사태는 사장이 나서서 제작진의 권력 비판을 막았다. 언론의 자유를 아주 적극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까지도 침해한 것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방 사태로 말미암아 더욱 분명해진 것이 있다. 공영방송 엠비시의 현 사장은 국민이나 방송사 쪽 사람이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엠비시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특종을 잡았으면 먼저 격려해주고 제작진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사장이다. 그런데 뚜렷한 명분도 없이, 노사협약이나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방송을 가로막았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는 권력을 보호하려 한 사람이지 결코 국민이나 방송을 보호하려 한 공영방송 사장이라 보기 어렵다. 그는 권력을 감시하는 파수견(watch dog)의 대표가 아니라 권력의 보호견이자 애완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얼마 전 방문진 이사장 발언 파문으로 인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고 ‘청소부’ 역할을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처지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번에 더욱 분명히 보여준 셈이 된 것이다.
지난 2월 엠비시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은 엠비시 사장을 공모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장 선임기준을 내세웠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하고, ‘엠비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사’여야 하며, ‘방송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진 인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뽑힌 사람이 지금의 사장이다. 그런데 지금 사장은 어느 기준을 두고 보더라도 전혀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가 않다. 결국 방문진 이사들은 그런 사람을 이 나라 공영방송의 대표로 뽑아 앉혔다. 물론 그 뒤에서 권력이 배후조종 했음을 모르는 이 드물 것이다. 권력은 방문진 이사를 낳고, 방문진 이사는 엠비시 사장을 낳고, 엠비시 사장은… 하는 식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멍들고 있다. 이번 결방 사태도 그런 과정 속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 아직도 부끄러운지를 모른다면 그건 정말 철면피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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