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정부가 소송 따위로 함부로 막아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칙적으로 국가는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가는 권리의 주체라기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존재이며, 국민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일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국가기관 비판이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정부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명확한 지적이다.
그렇잖아도 대법원은 사적 문제와 달리 공적 사안에선 언론 자유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은 민주체제를 위협하는 문제이니 공적 논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국가기관 비판이 매우 악의적이거나 심하게 경솔하다면 국가도 예외적으로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일은 그런 경우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나아가 “국가의 피해자 자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 및 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자칫 언로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국가기관이 이런 유의 소송을 남용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했다.
정부의 소송 제기로 그런 위험은 이미 현실화했다.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데는 시민사회의 비판과 감시를 틀어막으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민주사회에 마땅히 있어야 할 시민 참여와 공적 논의는 불가능해진다. 언론·표현의 자유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소송이 재판 결과보다 재판을 통해 비판세력을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다면 그 폐해는 더 커진다.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법원부터 엄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언론·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행사를 소송으로 방해하려는 데 대해선 소송 조기 각하 등으로 견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과 같은 ‘봉쇄 소송’을 제한하는 법 제정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비판 봉쇄용 소송' 남용하는 권력부터 제재해야
<한겨레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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