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오남용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이르게 됐으며, 항생제 내성 비율도 역시 최상위권이다.
최근 이웃 일본에서 ‘슈퍼박테리아’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항생제 내성 비율이 최상위권인 우리나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시네토박터균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서 평소라면 그 이름도 알기 힘든 존재지만 이제는 대중의 언어가 됐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서도 이미 이 균으로 숨진 사람이 있었다는 논문이 관심을 끌었다.
또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문제를 일으킨 항생제 내성 세균 역시 주목을 받았다. 감염내과 의사들은 이 세균 역시 조만간 국내에도 전파될 것으로 본다.
이 세균이 발견되면 국내 언론은 또 한번 출렁일 것이다.
사실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을 입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힘을 믿어 강한 항생제를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로써 ‘멸균’되는 것도 아니다. 그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른 세균이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박테리아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강한 항생제의 개발이 아니다. 자연의 지혜인 ‘공존’의 원칙을 배워야 한다.
이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세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대장에 살고 있는 균이나 피부, 입안에 살고 있는 균은 독성을 지닌 다른 세균이 침투하지 않도록 하면서 우리 몸과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
기생충을 완전히 제거했더니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이 늘었거나,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했더니 위식도역류질환에 더 잘 걸리게 됐다는 연구 결과도 공존의 지혜를 가르친다.
잦은 항생제 사용은 대장균마저 죽여 설사도 일으킨다. 멸균 세탁기 역시 생태계의 이로운 플랑크톤이나 세균마저 파괴한다.
항생제의 경우 공존의 방법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쓰는 것이다.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나타나는 속도를 늦춰 일정 기간 약한 균과 우리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활 속 공존의 방법은 건강 유지와 위생습관이다. 몸을 건강하게 가꾸지 않으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세균이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칫솔질로 세균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우리 이는 세균 감염으로 썩게 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세균과 ‘더불어 사는 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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