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긴장, 누군가 바라고 있다 | |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자위대 한반도 파병 검토 발언은 뜬금없이 튀어나온 얘기가 아니다.
한반도와 만주를 언젠가는 일본이 다시 통치하게 될 것이고, 그 시기가 일찍 올 수도 있으니, 미국은 그게 순조롭게 되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은, 냉전의 설계자 조지 케넌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었다.
1965년에 폭로된, 미국 지원 속에 당시 일본 방위청이 만든 ‘미쓰야 계획’이 바로 그걸 구체화한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요시다 시게루 총리는 “하늘이 (일본을) 도왔다”(천우신조)며 환호했고, 일제 해군장성 출신 이시카와 고게쓰라는 자는 “조선전쟁이 심각화하면 할수록 일본이 일어설 찬스가 확실해진다.…지금 일본엔 동원 가능한 500만명의 남자가 있다. 2개월만 훈련받으면 우리는 전전(패전 전)의 힘을 회복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했다. 또 다른 우익은 “남북이 통일되면 유엔이 군사력으로 이를 지원하고 컨트롤할 것이다. 그리고 장차 일본은 이를 컨트롤할 날이 올 것이다”고 큰소리쳤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때 미국이 한반도에 군대를 보낸 것은 일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 사실이 기밀해제된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게 지난 1월이었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최대 요인은 서구 제국주의국가들이 그 지역 국경들을 현지주민들 의사나 지리·문화적 지형을 무시한 채 자기들 좋을 대로 마구 그어놓은 것이다.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북위 38도라는 가상의 직선으로 한반도를 싹둑 잘라 놓은 게 한국전쟁과 오늘날 연평도 비극의 시작이다.
지미 카터 정권 때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었고, 지금도 민주당 정권 외교 키잡이 노릇을 하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007년에 낸 <세컨드 찬스>에서, 미국이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유럽과 손잡는 ‘대서양 동맹’을 회복·강화하고, 거기에 일본(가능하다면 한반도 남쪽 절반도)을 가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냉전 붕괴로 미국은 초유의 슈퍼파워가 될 첫번째 찬스를 맞았으나 유럽과 불화하고 중동문제를 방치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며,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이 이기면 두번째 찬스가 올 텐데 그때는 잘하라는 얘기다.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 파워, 스마트파워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브레진스키는 그 책에서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봉쇄)하며, 일본과 중국 관계를 안정화(같은 편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정부가 ‘방위계획 대강’을 억제에 주력하는 기존의 ‘기반적 방위력’에서 위협대응형인 ‘동적 방위력’ 쪽으로 전환해 군비 수준을 높이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한국은, 닉슨이 말한 대로 일본과 미-일 동맹을 지키는 방파제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빈발하고 있는 남북 충돌을, 미국 전략가들은 요시다처럼 천우신조로 여기지 않을까.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 미국의 한반도 개입 강화는 일본 우파를 고무시키고, 중국 지도부에 미국의 건재를 상기시키면서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동족끼리 불화하고 피까지 흘리면서 우리는 저들의 그런 계산에 열심히 들러리나 서주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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