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전, 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이 죄목은 내가 한국방송공사
사장 자리에서 강제로 쫓겨날 때 해임의 핵심 사유인 ‘비리’의 근거가 되었다.
당시 언론도 나의 ‘배임죄’를 기정사실화했다.
두 달 전, 1심에 이어 2심에서 다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인들이 축하 소식을 전해 왔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도 정치 검찰의 족쇄에서 해방되었으니 축하받을 일이라 했다.
그런 소식 가운데 만우 스님에게서 전화 문자가 왔다.
“본디 죄가 없으니, ‘무죄’도 너무 무겁구나.”
그랬다. 2년 반 동안 혹독한 세월을 보냈다.
파렴치범으로 인격 살해를 당했고, ‘비리’로 강제 해임되었으며, 2년 이상 법원을 오가며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했다. 검찰이 상고했으니,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치 검찰의 그 잔혹한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와 인격 살해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세월 속에 담긴 고통을 생각하면 만우 스님 말대로 ‘무죄’도 너무 무겁다.
그런데 정치 검찰의 잔혹사 측면에서 나의 경우는 한명숙 전 총리가 당해온 고통에 비하면 별게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를 옭아매기 위해 정치 검찰이 무슨 짓을 했던가.
첫 사건 때의 핵심 인물인 곽영욱 피고가 법정에서 그렇게 말했다.
“검찰이 징그럽게, 무섭게… 조사… 죽고 싶었다”
“검사님이 막 죄를 만들잖아요”.
이 사건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기 바로 전날, 검찰은 별건 수사로 한신건영을 압수수색했으며, 또다른 ‘피의사실’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후 다른 건으로 수감중인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를 무려 73번이나 검찰에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만호씨는 ‘특수부에 와서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를 수 있을 정도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 이 사건의 제보자 남아무개를 보았다. 결국 한만호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1심 재판 첫날, 한만호 전 대표가 ‘진술’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나는 한명숙 전 총리님께 돈을 준 적이 없습니다. 한 총리님은 지금 누명을 쓰고 계십니다.”
“허위진술로 인해 한 총리님이 서울시장에서 낙선하고 또 기소까지 당하여 고통받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이 밀려들어 심지어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뿐인가. 검찰 증거물은 이 사건의 제보자인 남씨 등이 임의로 만들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 청구권, 정보 수집 등 온갖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괴물 같은 검찰의 권력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선 어디에도 없다.
감시자 구실을 해야 하는 언론도 검·언복합체를 이루며 한통속이다.
검찰과 언론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뭇사람의 인격을 살해한다. 언론은 특히 명심해야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행여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인권적 접근도 팽개친 지 오래다. 검찰 입장에서 사건을 보고, 단죄해 버린다.
그래서 이 두 괴물에 물리면, 고통에 끝이 없다. 설령 나중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고 난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