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신종 긴급조치 1호’에도 위헌결정을

道雨 2010. 12. 28. 12:40

 

 

 

      ‘신종 긴급조치 1호’에도 위헌결정을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은 최근 과거 민주주의 탄압의 도구로 이용되었던 긴급조치 1호의 ‘유언비어 날조 유포’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긴급조치 1호는 헌법의 부정 및 비방, 헌법 개정 주장 및 유언비어의 유포를 범죄시했는데, 이 세 가지 중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것은 유언비어 유포 부분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법이 긴급조치 1호와 똑같이 기능하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정부 환율정책을 비판했다가 280여개의 글 중에서 두어 군데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100일이 넘게 감옥에 다녀왔다.

바로 그 처벌 근거였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이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관련 유언비어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검찰이 적용하려는 법도 바로 이 법이다.

 

천안함이나 연평도와 관련해 올려진 수많은 글이 모두 옳다거나 보호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말들이 단순히 허위라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유언비어 유포를 처벌하는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왜 그럴까?

 

명예훼손, 사기, 문서위조, 타인사칭처럼 특정인에게 유형의 피해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언사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용납된다.

예를 들어 천안함이나 연평도 관련 사건들 중에서도 ‘사람이 꽉 들어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기’에 견줄 정도로 사람들에게 지적 반응의 기회를 주지 않는 휘발성 있는 언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다수가 생각하는 진실과 다르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반민주적인 인권침해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법으로는 누구도 처벌해서는 아니된다. ‘불이야’ 소리친 사람도.

 

 

 

유엔 인권위는 허위사실 유포죄가 그 이름과는 거꾸로 정부에 비판적인 진실을 처벌하는 데 남용되고 있다며 이미 1990년대에 최소한 다섯번 폐지 권고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긴급조치 1호가 바로 그런 남용의 사례이다.

캐나다 대법원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허위사실 유포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위헌판정을 내렸다.

2000년도에는 짐바브웨 대법원도 위헌판정을 내린 바 있다.

어떤 주장을 했다가 그 주장이 나중에 허위로 밝혀져 처벌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어떤 주장을 펼치겠는가.

 

 

이런 국제적인 합의에 따라 전기통신기본법의 위 조항은 현재와 비슷한 형태로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들어진 뒤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황우석 사건 때 진실이 밝혀졌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누리꾼들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자유롭게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가 지금처럼 ‘유언비어’를 수사했다면 연구사기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죄는 언제 어디서든 진실요구죄로 기능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검찰에 의해 거의 100년 만에 드라큘라처럼 부활하였다. 주로 촛불시위 참여자들에게 적용됐다가 이제 천안함, 연평도를 거치면서 완벽하게 긴급조치 1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올해 8월 노루귀라는 누리꾼을 천안함 패러디 동영상을 이유로 체포했다.

더 큰 문제는 체포 기소를 하지 않더라도 천안함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을 경찰이 잇달아 조사함으로써 의혹을 제기하려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포털들과 국가기관이 ‘허위’라고 지정한 게시물들을 자진삭제하도록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이 역시 위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이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이 전기통신기본법 위헌신청에 대해 최종 선고를 내린다.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는 이 신종 질병을 치유해주길
기대한다.

 

대법원처럼 40년이 지난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미네르바’ 처벌 전기통신기본법 “의미 모호하고 추상적” 위헌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 전기통신기본법통신비밀보호법 주요 조항에 대해 잇따라 위헌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으로 논란이 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감청을 무기한 가능하게 한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 단서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우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헌재는 이 사건 결정문에서 "전기통신기본법은 형벌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어떤 행위가 '공익을 해할 목적'인지 사안마다 다르고 법률전문가라도 알기 힘들다. 따라서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나 위헌"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지난해 인터넷에 '외환보유고가 고갈됐다'는 등의 허위 글을 쓴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박씨는 전기통신기본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통신은 반론이 불가능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 않고, 해당 조항은 이로 인해 야기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이며 단서 조항은 '다만, 제5조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이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이유에 대해 "적용 범위가 무한정이어서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며 대상 범죄의 죄질, 난이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감청 기한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어서도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간부 이모씨 등 3명은 2003∼2009년 수십차례에 걸쳐 재일 북한공작원과 연락하면서 지령을 받고 대남 투쟁선동문을 접수해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14차례 연장을 통해 감청, 이메일 조회 등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위헌제청을 신청했고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이 위헌제청했다.

< 이범준·장은교 기자 seirots@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