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는 한국방송이 요구한 인상안(월 3500원+광고 유지)의 근거가 미흡하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광고를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방송의 광고 물량을 조·중·동 등이 진출하는 종합편성채널에 몰아주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한 것이다.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영성이다.
현재의 한국방송 상황을 보면 수신료 인상은커녕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할 지경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등 정부에 불리한 기사는 누락하기 일쑤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정부 행사는 장밋빛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이런 정파적인 방송에 누가 한 푼이라고 더 보태주고 싶겠는가. 한국방송이 수신료를 올리고 싶다면 공영성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수신료를 올리기 전에 또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자구노력이다.
한국방송은 현재의 수신료(월 2500원)로는 재정적으로 버텨내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내부의 인적·제도적 비효율성만 완전히 제거해도 숨쉴 공간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방통위 실무진조차 한국방송이 요구한 인상안의 근거에 타당성이 없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기기 바란다.
더 큰 문제는 수신료 인상 논의가 종편 출범과 묶여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4개의 종편이 출범하면 지금 같은 광고시장 상황에서는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결국 종편을 살리려면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한국방송의 기존 광고 물량을 축소해 종편에 몰아주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논의되고 있는 한국방송의 광고 축소·폐지는 종편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중·동 등이 방통위에 ‘광고 폐지’를 그렇게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뻔하다.
방송의 공영성과 상업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공영성만 충분히 보장되면 수신료도 올리고 상업광고의 폐지도 당연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방송의 정파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더욱이 종편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수신료 인상 논의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종편 살리려는 수신료 인상 논의, 당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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