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노대국 일본이 주는 교훈

道雨 2011. 2. 7. 16:18

 

 

 

      노대국 일본이 주는 교훈
»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지난달 27일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S&P)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AA-는 에스앤피의 22개 등급 중 4등급으로서 이 등급에 속하는 나라에는 중국, 대만, 이스라엘, 쿠웨이트 등이 있다. 한국은 6등급인 A다.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주요 이유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다. 일본은 만성적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왔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누적되어 왔다.

국채 발행은 처음에는 소규모였으나 1990년대, 소위 ‘잃어버린 10년’ 이후 급증했다. 불경기를 타개한다는 명목으로 자민당 정권이 마구잡이로 도로, 댐, 교량 건설에 예산을 투입하는 바람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올해는 드디어 일본의 국가부채가 1000조엔을 돌파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2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의 의미를 보자.

일본 역사에서 보면 과거 2차대전 말기 일본이 최후발악을 할 때 이 숫자가 200%를 넘은 적이 있다. 전후에는 이 숫자가 아주 낮아져 오랫동안 재정건전성을 자랑해왔는데 지난 20년간 결정적으로 나빠졌다.

200%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으로서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137%), 아일랜드(113%)보다 훨씬 더 높은 숫자다.

그래도 일본의 재정위기가 지금까지 문제가 안 된 까닭은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일본 국채의 95%를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국내 보수언론의 반응은 엉뚱하기 짝이 없다.

일제히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일본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는 아동수당, 무상 고교교육 등 복지정책에 책임을 돌리면서 한국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무상급식 등 복지 강화를 비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림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고 아전인수의 극치다.

왜냐하면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의 배후에는 약한 복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국 중에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에 직면한 세계사 최초의 나라다.

일본의 인구는 현재 1억2700만명에서 40년 뒤에는 9000만명 정도로 급감할 전망이고, 노동력은 1950년 5000만명 수준에서 50년 만에 8700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급속히 줄어들어 2050년에 가면 다시 50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력이 이처럼 급격한 역유(U)자형을 보인 나라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이를 메워줄 대체인력인 여성, 노인, 외국인 어느 것 하나 여의치 못하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열악한 복지와 보수적 문화다.

 

한국은 이런 점에서 일본과 유사하다.

우리의 합계출산율 1.2명은 일본의 1.4명보다 더 낮아 세계 꼴찌이고, 우리의 복지는 선진국 중 가장 후진적 복지국가인 일본보다 더 열악하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열악한 복지를 강화해서 저출산·고령화를 막아야 하는데, 보수 언론은 일제히 이를 뒤집어 복지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으니, 혹세무민이라도 이런 혹세무민이 없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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