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혁명 이끈 ‘소셜미디어’의 교훈 | |
이집트를 30년 동안 독재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의 저항에 밀려 2월12일 마침내 사임했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성공이다. 시민운동이 소셜미디어(사회관계미디어)를 이용해서 성공한 혁명이다.
“이집트 혁명은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시민의 힘으로 전복했다는 의미에서 역사적일 뿐 아니라 정권에 강력히 반대하는 수십만 시민들을 하나의 힘으로 결집해서 봉기하게 만든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위력을 보여준 소셜미디어 혁명이었다.”(미국 <시비에스>(CBS), 2월12일)
정권의 시녀인 제도언론에 맞서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시민의 소셜미디어가 승리한 언론의 혁명이었다.
지난 1월25일 무바라크 사퇴시위에 첫 불을 지핀 것도 페이스북 사이트 ‘우리는 모두 할레드 사이드’였다. 작년 6월 경찰의 부패를 고발했다가 경찰에 타살된 젊은 기업인의 이름을 딴 이 페이스북이 경찰의 날을 맞아 이날 아침 회원들에게 오후 1시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것이 역사적인 카이로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튀니지에서 23년간 부패 독재정권을 유지하던 벤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데 자극받아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추방하자는 것이었다.
이집트는 인구 8천만명 중 25살 이하 세대가 54%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청년 미디어”로 불리는 페이스북 활동이 활발하다. 프랑스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할레드 사이드’ 페이스북 회원은 10만명, ‘4월6일 청년운동’ 회원은 8만6천명이다. 그밖에 ‘키파야’(이제 그만)를 비롯해서 시위에 참가한 페이스북 회원들이 많다. 특정한 주도세력이 없는 타흐리르 광장 시위가 경찰의 폭력 진압을 받으면서도 무바라크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18일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소셜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었다.
무바라크 정권은 시위대에는 힘을 북돋워주는 한편 바깥세계에는 정권의 약점을 드러내는 소셜미디어의 통제가 불가능하자 1월31일 인터넷과 휴대폰의 접속을 단절한다. 독재정권이 흔히 시도하는 수법이다. 하지만 구글과 트위터가 인터넷 없이도 음성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면서 소셜미디어 통제는 수포로 돌아간다.
이집트 혁명에서 소셜미디어는 정권과의 의제 설정 경쟁에서도 이긴다. 무바라크 정권이 시위를 탄압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제도언론을 통해 시위 군중의 약탈행위를 부각시켰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는 약탈자들을 잡고 보니 이들이 경찰관 신분증을 갖고 있음을 폭로하고 정당한 시위를 탄압하려는 정권의 음모를 비난했다. 시위가 장기화하자 정권은 갑작스런 권력 공백의 “혼란”을 국민적 의제로 제시한다. 무바라크의 당장 사임 여론을 견제하려는 심리전이었다. 미국도 처음에는 지지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여론은 시위가 국민의 정당한 “봉기”임을 설득하며 무바라크 사임을 계속 주장했다. 초기에 우왕좌왕하던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무바라크 사임을 요구하는 결단을 내린 데도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집트의 소셜미디어는 제도언론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가 권력의 ‘언로 독점’을 견제하는 대안 언론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중요한 교훈이다.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이 신문과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집트 소셜미디어의 성공은 우리에게도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새롭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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