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인터넷의 적

道雨 2011. 2. 25. 12:12

 

 

 

                       인터넷의 적 
 
 

 

국경없는 기자회는 해마다 ‘인터넷의 적’을 발표한다.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나라들
명단에 지난해에는 12개국이 뽑혔다. 그중엔 최근 민중의 힘으로 독재를 쓰러뜨린 이집트와 튀니지가 있다.

대체 당국의 ‘우수한’ 검열 실력은 뭘 했기에, 이번 봉기에서 인터넷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구실이 자주 거론되는 것일까.

 

이집트와 튀니지는 정부 차원에서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해왔다.

이집트는 실리콘밸리를 본뜬 ‘스마트빌리지’라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고 외국 기업을 유치해 ‘중동 아이티 강국’을 추구했다.

튀니지는 유엔이 주최하는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둘 모두 정부 비판은 세게 억눌렀다. 블로거들을 구속하고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튀니지 정부는 전국의 피시방을 모두 정부가 직접 관할했다.

 

 

이번에 시위가 격화되자 두 나라는 인터넷 차단을 시도했다. 효과는 없었다.

인터넷은 네트워크다. 접속이 유지되는 한 인터넷의 정보는 철저히 분산돼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를 찾아 이동한다.

이집트는 모든 접속을 기계적으로 끊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길이 뚫렸다. 사람들은 전화와 팩스로 정보를 주고받았고, 국제전화를 걸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무엇보다, 상황은 이미 회선 차단 따위로 통제할 수준이 아니었다. 스위치를 내린다고 타오르는 불길이 꺼지진 않는 법이다.

 

‘인터넷의 적’ 명단에는 중국과 북한도 있다.

인터넷이 ‘아랍의 봄’에 이어 ‘베이징의 봄’도 도울 수 있을지를 따지는 이들이 많다. 결국엔 사회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터져나올 정도라면 아무리 검열하고 통제해도 어떻게든 공유하고 행동할 것이다. 중국 수준의 인터넷 환경에선 필요하면 어떻게든 우회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인터넷 접근조차 통제한다는 북한 사회의 실정은 더욱 안타깝다.

 

지난해 한국은 ‘인터넷의 적’보다 한 단계 아래인 ‘감시 대상’에 들어갔다.

‘미네르바’ 구속에서와 같은 인터넷 문화의 통제가 이유였다.

‘인터넷의 적’보다 낫다고 자위하기엔 ‘아이티 강국’이란 호칭이 그저 무색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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