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전문자료)

초법, 어느 정도 볶아야 되나?

道雨 2011. 3. 30. 17:41

 

 

 

         초법, 어느 정도 볶아야 되나?

 

 

 


한약 포제 중 초법은 약물을 볶아서 가공하는 방법이다. 

약재만 넣고 볶기도 하고, 다른 첨가물을 넣고 볶기도 한다. 약재만 넣고 볶는 방법을 ‘청초법(淸炒法)’이라고 하고, 다른 첨가물을 넣고 볶는 방법을 ‘가보료초법(加補料炒法)’이라고 한다. 

단, 첨가제를 넣을 때 흙이나 모래, 밀기울 등 고체 보조재료를 첨가할 때만 초법의 범주에 넣고, 술이나 꿀 등 액체 보조재료를 사용할 때는 ‘자법(炙法)’으로 분류한다.

청초법은 볶는 정도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된다. 약하게 볶는 방법을 ‘초황(炒黃)’, 중간 정도로 볶는 방법을 ‘초초(炒焦)’, 약재가 검게 될 정도로 볶는 방법을 ‘초탄(炒炭)’이라고 한다. 

청초법은 포자법 중에서 약물에 미치는 정도가 가장 약하다. 그대로 볶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청초법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포자법이기도 하다. 

청초법은 약재만 넣고 볶기 때문에 어려운 과정은 아니지만, 볶는 정도에 따라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약재에 따라 일정하게 볶아지도록 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 볶아야 하는지는 치료 목적과 약재에 따라 다르다.

초황은 약물의 표면이 약간 누렇게 되고 고소한 냄새가 날 때까지 볶는 방법으로 가장 흔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초법’이라고 하면 초황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초법 중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초황은 누렇게 될 때까지 볶아야 하지만 색이 진한 약재들은 그 정도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때는 본래의 색보다 약간 더 진한 정도로 볶으면 된다. 

종자류 약재들은 가열하게 되면 껍질이 파괴되어 ‘따닥따닥’ 소리가 나는데 이렇게 어느 정도 종피가 파열되었을 때가 적당하다. 왜냐하면 종피에는 왁스성분이 있어서 약효물질의 추출을 방해하는데 초황을 하여 종피를 파열시켜야 약효물질 추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초황은 이렇게 약효물질 추출도 잘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초황을 하게 되면 약재 중 함유된 수분이 날아가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초황의 목적은 대개 이 두 가지이지만, 건위소식약은 초황하면 건위·소화작용이 높아지고, 배당체가 함유된 약물은 배당체를 분해하는 효소가 파괴되어 배당체의 분해를 막게 되므로 초황하면 좋다.

이렇게 종자류의 약재, 건위소식약(健胃消食藥), 배당체가 함유되어 있는 약재 등을 포제할 때 초황을 한다. 

초황하는 약물들은 우방자(牛蒡子), 견우자(牽牛子), 백개자(白芥子), 나복자(蘿    子), 정력자(     子), 자소자(紫蘇子), 과루인(瓜蔞仁), 동과자(冬瓜子), 결명자(決明子), 창이자(蒼耳子), 만형자(蔓荊子), 연자육(蓮子肉), 화마인(火麻仁), 산조인(酸棗仁), 의이인(薏苡仁), 백과(白果), 호로파(胡蘆巴), 검인(    仁), 백질려(白    藜), 괴화(槐花) 등이 있다.

 


초황보다 더 볶는 방법이 초초법이다. 

초초법은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지만 소식약의 경우 소식효과를 높이거나 자극성이 있는 약물들의 자극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약물의 표면이 황갈색으로 변하고 내부도 역시 약간 누렇게 될 때까지 볶는다. 쉽게 말하자면 약재를 누룽지로 만드는 것이다. 

초초는 ‘소아약증직결(小兒藥證直訣)’에는 “약성이 냉(冷)하여도 초초(炒焦)하면 온(溫)하여 진다”라고 하였다. 산사(山査), 천련자(川   子), 치자(梔子), 빈랑(檳     ) 등은 초초하면 효과적이다.

가장 심한 정도로 볶는 방법이 초탄이다. 

초탄은 약물의 표면은 검게 타고 내부는 황갈색으로 될 때까지 볶는 방법으로 초흑(焦黑)이라고도 한다. 초탄의 목적은 지혈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는 초탄 후 지혈작용이 높아진다는 경험에 의한 것이다. 주의할 점은 약물을 숯이나 재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약 자체의 성질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옛 사람들은 이를 ‘소존성(燒存性)’이라고 하였다. 

초탄하는 약물들은 대계(大    ), 소계(小    ), 백모근(白茅根), 목단피(牧丹皮), 측백엽(側柏葉), 천초(川椒), 관중(貫衆), 괴각(槐角), 건강(乾薑), 오매(烏梅), 지유(地楡), 포황(蒲黃), 권백(卷柏), 형개(荊芥) 등이 있다.

청초법을 사용할 때는 약물의 크기를 고르게 하여 볶아야 균일한 정도로 익힐 수 있다. 

‘인술편람(仁術便覽)’에는 “약을 초(炒)할 때에는 대·중·소 세 등급으로 나누어 각각 볶아야 지나치고 덜익는 것을 피할수 있다”라고 하였다. 

약재만 넣고 볶는 청초법을 사용할 때 약물의 용도에 맞게 초황·초초·초탄으로 분류하여 일정하게 볶는다면 우수한 품질과 효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호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