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법인세 감세, 철회해야 마땅하다.

道雨 2011. 5. 17. 12:38

 

 

 

  법인세 감세 철회 없인 한나라당 쇄신 못 믿는다
한겨레  2011. 5. 17  사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법인세 감세 철회 약속을 뒤집었다.

 

불과 10여일 전에는 내년으로 예정된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되 법인세의 경우 감세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새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쇄신을 바라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가 이렇게 입장을 번복한 것은 “법인세 감세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문제”라는 정부의 해묵은 주장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이다.

 

우선 국내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

연간 이익 2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명목법인세율(주민세 포함)은 최고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1.7%포인트 낮다.

미국(40%)이나 일본(40.6%)을 포함한 주요 7개국의 평균 법인세율(33.4%)과 견주면 무려 10%포인트 가까이나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실제로 내는 실효세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납세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각종 세금감면제도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제 낸 세금은 이익의 16.5%로, 미국의 애플(24.4%)이나 일본 소니(51.9%)에 견줘 세금 부담이 훨씬 적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실효세율은 16.5%에 불과해 독일 폴크스바겐(28.4%)과 일본 도요타(31.8%)보다 적게 세금을 냈다.

실상이 이런데도 ‘세금부담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에 불리하다’는 주장을 대기업들은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감세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현실적인 근거가 희박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주요 수출대기업들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투자 여력이 넉넉한 상황이다. 세금 때문에 해야 할 투자를 미뤄야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애초 감세를 철회해 마련한 재원으로 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감세 철회로 예상되는 세수는 소득세(약 5000억원)보다 법인세(3조2000억원)가 압도적으로 많다. 법인세 감세의 철회 없이는 한나라당의 서민정책도 물건너간다는 얘기다.

 

이 정부 출범 뒤 단 한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정수지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법인세 감세는 철회해야 마땅하다.


 

    상위 0.1% 기업이 감세액 60% ‘독식’…곳간풀기는 인색
‘법인세율 인하’ 이해득실
대기업들 돈 쌓아놓고 고용창출에 투자안해…세수만 깎이는셈
 

 

세율 인하의 혜택은 전체 기업의 10%한테만 돌아간다. 그중에서도 0.1%의 대기업이 세수 감소분 3조2000억원의 60%를 가져간다.

내년에 법인세율을 22%에서 20%로 인하한 뒤 나타나게 될 결과다.

그러나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낙수효과’(트리클다운)는 미미하다.

그뿐 아니다. 구멍난 세수는 다른 세금이나 국가부채로 보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득은 대기업에 돌아가고 그 부담은 일반 국민이 지게 된다.

 

 

대기업에 혜택 집중

 

16일 국세청 ‘2010년 국세통계연보’의 법인세 자료를 분석해보면 2009년 기준 전체 법인 41만9420개 가운데, 내년도 추가 감세 대상이 되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 법인은 모두 4만5574개(10.86%)에 불과하다. 대기업일수록 그 혜택은 커진다.

 

실제로 매출액 규모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모두 415개로 전체 법인의 0.1%다. 이들의 과세표준은 98조4994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준으로 법인세 2%포인트 인하에 따른 감면 혜택을 추정해보면 1조9699억원이나 된다. 전체 법인세 감소 추정액(3조2452억원)의 60.7%를 이들이 가져가는 셈이다.

 

삼성전자 한개 기업이 3000억원이 넘는 감면을 받고,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감세 추정액이 1조원 가까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추가 감세 혜택은 위로 올라갈수록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이 양극화돼 소수 대기업이 대부분의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법인 가운데 34.87%는 아예 적자를 냈고, 나머지 흑자 기업 중에서도 434개 기업(전체 법인의 0.1%)이 전체 당기순이익(160조2876억원)의 47.65%(76조3921억원)를 차지했다.

 

 

‘트리클다운’은 없다

 

법인세 추가 감세를 주장하는 쪽은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이익’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이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법인세를 크게 깎아줬지만(과세표준 2억원 초과 3%포인트, 2억원 이하 2%포인트) 낙수효과는 없었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사내에 쌓아놓은 탓에 유보율만 대폭 놓아졌다.

설사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국외투자, 자동화설비 투자 등이 많아지면서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투자가 일자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져서 감세론의 큰 축 하나가 허물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잇단 감세로 나라 곳간도 멍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감세정책이 겹치면서, 그 이후 매년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392조8000억원까지 급증했다.

 

내년부터 법인세를 2%포인트 추가 인하할 경우 2013년 2조9000억원, 2014년 3조1765억원, 2015년 3조5259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추정) 등 매년 3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