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로버트 킹 “한국정부, 미 대북 식량지원 원치않아”

道雨 2011. 6. 4. 13:45

 

 

 

 로버트 킹 “한국정부, 미 대북 식량지원 원치않아”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은 적지 않았으나, 미 고위 인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킹 특사는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와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킹 특사는 “한국 정부와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히 논의한다”며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만 일부에 대해선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킹 특사의 이런 발언들은, 북한의 ‘남북 비밀 접촉’ 폭로로 남북관계가 한층 더 싸늘해진 가운데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더는 한국의 반대와 상관없이 식량지원 방침을 굳혔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조율 과정에서,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이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킹 특사가 이날

 

△ 군 전용을 막기 위해 쌀은 안 준다

모니터링 강화가 필수적이다

△ 조금씩 여러 차례 지원한다

 

등 엄격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인 수준의 ‘대북 식량지원 3원칙’을 밝힌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군 전용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내 보수층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킹 특사는 “영양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전용 불가능한 식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을 어린이와 중산층 이하에 맞추고, 시장에서 쉽게 유통되거나 환금성 높은 품목은 제외하겠다는 뜻이다.

 

또 킹 특사는 ‘모니터링 강화’와 관련해 “식량배분 장소에 한국어가 가능한 요원들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초 북한이 한국어 구사 모니터링 요원의 배치를 거부하면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킹 특사는 “한번에 많은 물량을 지원하기보단 매우 느린 속도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약속 위반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킹 특사를 만났을 때 미국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보도했다.

 

킹 특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20분간 인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부상은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를 다시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대화 분위기를 설명했다.

 



<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

 

 

 

 

 

 

              밥 인심이 평화다 
   

 

영국 여왕이 5월17일 더블린에 나타났다. 에메랄드 녹색 코트를 입고서.

아일랜드 상징색이다.

 

영국 왕의 방문은 100년 만이자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독립한 1921년 이래 처음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군의 아일랜드인 학살 현장인 크로크파크 경기장을 찾았고, ‘아일랜드 독립유공자 추모공원’에 헌화·묵념했다.

 

영국-아일랜드 관계는 피로 얼룩졌으니, 당연히 여왕의 방문에 반대하는 아일랜드인들이 있다. 그렇더라도 양국 관계에 화해의 봄바람을 일으키려는 초대형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BBC>는 달에 처음 간 사람인 닐 암스트롱의 말에 빗대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양국 간 역사에서는 엄청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한반도에도 저런 가슴 설레는 봄바람이 분 적이 있다.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그 정점이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화해·협력의 봄바람이 키운 가장 아름다운 꽃과 나무다.

이산가족 상봉은 증오를 눅이는 씻김굿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한반도의 시계는 냉전시대로 쾌속 역회전 중이다.

193만여 명이 다녀온 금강산관광길은 2008년 7월11일 박왕자씨 피격 사망 뒤 끊겼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뒤 이명박 정부는 5·24 조처로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모든 교류협력사업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사실상 금지했다.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은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상황은 심각하다.

5·24 조처 이전 1년(2009년 6월~2010년 5월)과 그 뒤 10개월(2010년 6월~2011년 3월)을 비교하면 남북 간 일반 교역은 94.4%, 위탁가공은 66.0% 줄었다.

날개 없는 추락에 가깝다.

 

1천여 곳으로 추산되는 대북 경협업체들은 폐업·전업·휴업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경협업체 사장은 “우리는 남북 양쪽의 인질”이라고 했다.

북쪽은 남북관계가 막히자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예외가 있다.

2010년 교역 규모가 전년보다 53.4% 증가한 개성공단사업이다.

절망을 무지를 희망의 씨앗이다.

 

 

미국 정부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하러 북한에 간다고 밝혔다. 아마도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면 그는 평양에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가서 보고 줄지 말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부질없는 눈 가리고 아옹이다.

정부 인사들조차 사석에선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택일만 남은 사안”이라고 말한다.

 

이미 지난 4월17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와 대북 식량지원 방침을 밝히며 남북대화를 권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관련 사과가 먼저라며 남북대화와 식량지원을 거부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껏 북쪽에 쌀 한 톨 주지 않았다.

 

 

참 엽기적인 상황이다.

북한과 미국은 전쟁을 치른 적성국 사이다. 아무런 외교관계도 없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다.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남북기본합의서 전문)다. 하여, 남북교역엔 관세도 물리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적성국 북한에 식량을 주겠다고 하고, 한국은 동포한테 ‘밥’을 줄 수 없다고 버틴다.

굶주리는 북녘의 장삼이사들에게, 밥을 주려는 ‘미 제국주의자’와 그걸 뜯어말리려는 ‘남조선 동포’ 가운데 누가 사람으로 비칠까.

 

직접 물어볼 필요도 없다.

세종대왕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食爲民天)라고.

 

1847년 아일랜드에서 대기근으로 인구 800만 명 중 200만여 명이 굶어 죽을 때, 영국이 먹을거리를 건네는 선의를 보였다면, 많은 아일랜드인이 지금까지 영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

 

‘밥 인심’은 증오보다 강하고 이념보다 오래간다.

 

<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까지 반대하다니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그런 뒤 “(미국은) 일부 이슈에 대해선 (한국 정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식량지원에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정책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국이 반대해도 지원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도적 지원 분야뿐 아니라 대북관계 전반에 걸쳐 한국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칫 동맹국과 알력을 빚고 심지어 소외당하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킹 특사가 지원 방식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는 쌀처럼 북한군이 전용할 수 있는 식량은 빼고, 한국어를 하는 모니터 요원들을 현장에 배치하며,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주지 않고 천천히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와 보수세력이 식량지원을 반대하며 내세웠던 이유를 사실상 대부분 해소한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정부는 지원 식량이 주민이 아닌 군대로 간다는 것, 그리고 식량부족 주장은 사실이 아닌 북의 위장전술일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유럽연합이나 유엔 등의 식량지원 움직임도 더는 외면만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럽연합은 이달 중순까지 현장실사를 끝내기로 돼 있고, 유엔은 산하 3개 기구 공동 실태조사를 벌여 북녘 주민 600만명 이상에게 43만t의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킹 특사가 파트너 국가 및 공여국들과 긴밀한 조율을 벌이고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조사를 토대로 국제적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을 언제까지 외면만 하고 있을 것인가.

 

북한이 폭로한 ‘정상회담 비밀접촉’ 내용을 보면, 정부가 이제까지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한 것도 북과의 협상을 위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폭로로 정부의 식량지원 반대는 더욱 명분을 잃게 됐다.

더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방향을 바꾸기 바란다.

 

국제사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에 적극 나서는 마당에 같은 민족인 우리가 나 몰라라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