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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은 적지 않았으나, 미 고위 인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킹 특사는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와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킹 특사는 “한국 정부와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히 논의한다”며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만 일부에 대해선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킹 특사의 이런 발언들은, 북한의 ‘남북 비밀 접촉’ 폭로로 남북관계가 한층 더 싸늘해진 가운데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더는 한국의 반대와 상관없이 식량지원 방침을 굳혔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조율 과정에서,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이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킹 특사가 이날
△ 군 전용을 막기 위해 쌀은 안 준다 △ 모니터링 강화가 필수적이다 △ 조금씩 여러 차례 지원한다
등 엄격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인 수준의 ‘대북 식량지원 3원칙’을 밝힌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군 전용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내 보수층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킹 특사는 “영양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전용 불가능한 식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을 어린이와 중산층 이하에 맞추고, 시장에서 쉽게 유통되거나 환금성 높은 품목은 제외하겠다는 뜻이다.
또 킹 특사는 ‘모니터링 강화’와 관련해 “식량배분 장소에 한국어가 가능한 요원들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초 북한이 한국어 구사 모니터링 요원의 배치를 거부하면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킹 특사는 “한번에 많은 물량을 지원하기보단 매우 느린 속도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약속 위반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킹 특사를 만났을 때 미국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보도했다.
킹 특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20분간 인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부상은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나를 다시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대화 분위기를 설명했다.
<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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