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개혁 거짓말 그리고 김문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첫 시도 이후 온 나라에 ‘무상급식’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자, ‘그들’은 “부자 자식들한테까지 국민 세금으로 공짜밥을 줘야 하나”라고 맞받았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논리엔 부모가 부자여서 돈 내고 점심을 먹는 친구 옆에서, ‘공짜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어린 학생의 가슴에 맺힐 피멍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인권 감수성이 없다. ‘글로벌 코리아’를 운위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상급식은 전근대적 시혜인가,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다져야 할 정부의 책무인가? 지난 6월16일 서울지역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대세가 된 무상급식을 없애진 못할 거다. 가난한 이들의 염원에 많은 중산층 학부형이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고액 등록금’ 문제도 ‘그들’은 무상급식 논쟁 때와 똑같은 수법으로 물을 타려 한다.
‘반값 등록금’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지금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부실 사립대학에 좋은 일만 시키는 거다. 구조조정이 먼저다”라고 맞받는다.
이 또한 그럴듯하지 않은가.
사학에 문제가 많다는 건, 옆집 강아지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2005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서울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여 무산시킨 당사자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그들’이었다.
덕분에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최소한의 장치인 개방이사제 도입 등도 물 건너갔다.
2011년 6월, ‘그들’ 가운데 그 누구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부실 사학과 비리 사학은 샴쌍둥이다. 그런데 ‘그들’은 부실 사학에 대해서만 입에 거품을 물 뿐, 비리 사학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않는다.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논란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조급하게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하라.”(6월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어떻게 반값이 되나.”(6월17일 장·차관 국정토론회)
공무원들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린다.
‘반값 등록금 정책 대안을 내놓지 말란 말이야.’
‘그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여기 ‘그들’의 진의를 가늠할 또 하나의 리트머스시험지가 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대 문제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자.
1978~93년 상지대에서는 이사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시 이사장 김문기씨가 맘대로 했다.
김씨는 1993년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학 비리의 대명사’다.
김씨가 물러난 뒤 상지대는 십수 년간 관선이사 체제로 내실을 다지며 학교의 위상을 높여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행정위원회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에 걸쳐 김문기 이사장 일가의 상지대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김씨 일가의 비리는 현재진행형이다. 드러난 범법 사실만 해도 벌써 두 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김씨가 은행장이고 그 아들 성남씨가 부행장이던 강원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여, 경비 부당 지출 등 불법 사례를 적발해 3억206만원을 회수 조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19일 김씨와 그 아들 성남씨를 여야 국회의원 등 16명에게 불법 정치자금 69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쯤 되면 김씨 일가의 상지대 복귀를 허용한 사분위 결정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그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고, 개인 차원의 비리’라며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은 ‘김문기씨 구속 수사와 김씨 추천 이사 4인 퇴진’ 등을 요구하며 643일째(6월17일 현재) 교내 농성 중이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면, 시민이 나서 국회와 정부를 움직이는 방법뿐일 터이다.
사학 비리, 정치자금 비리, 저축은행 비리 등 ‘비리 3관왕’에 오른 김문기씨는 상지대로 갈까, 아니면 감옥으로 다시 가게 될까? < 한겨레21 편집장 이제훈 nomad@hani.co.kr>
사학비리 척결 첫 단추는 ‘사분위’ 폐지
등록금 폭탄의 주범이 사학의 비민주적인 운영 구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학 비리 척결없는 반값 등록금은 깨진 독에 물붓기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는 봉건적인 사학왕국이다.
사학은 고등 교육의 85%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많은 사학이 족벌 경영체제를 구축해 교육의 공공성을 도외시 하고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다.
다행히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대학에서 비리 재단이 물러가면서 대학민주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역주행이 일어났던 것처럼 사학에서도 역주행이 일어났다.
과거 비리로 쫓겨났던 사학 비리의 주범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속속 민주화된 대학에 복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들 대학은 다시 지난 날의 악몽 같았던 학내 분규를 답습하고 있다.
이 반교육적인 악역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라고 불리는 무소불위의 정부 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작년 여름 사분위가 상지대 문제를 처리할 때, 상지대의 교수와 학생 수천명이 석 달이 넘도록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앞에서 삭발 단식에 철야농성을 하면서 반대했지만, 사분위는 끝내 상지대를 족벌사학비리의 대명사인 김문기에게 돌려주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사분위가 상지대를 김문기에게 돌려줬던 그 시기에, 김문기는 불법 정치자금을 무차별 살포하는 범죄를 저질러 중앙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경영하는 강원상호저축은행 자금을 불법으로 집행한 횡령죄로 고발됐다.
사분위와 교과부가 족벌사학비리 주범일 뿐만 아니라, 중대한 범죄 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른 현행범에게 멀쩡한 대학을 돌려주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정작 파렴치한 결정을 한 사분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과부 장관은 김문기의 범죄 행위는 개인 범죄이므로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분위 결정에 중대한 흠결이 드러나고 비리재단의 복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23일 사분위는 상지대에 이어 다시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를 비리재단에 돌려주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며, 주무장관인 교과부 장관은, 그것은 사분위의 업무니까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태도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런 교과부를 교과부라고 불러야 하는 현실, 이런 사분위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정치권이 원망스럽다.
우리가 난민도 아닌데 우리는 어느 정부, 어느 정당을 믿어야 하나?
사분위의 위험한 불장난을 막고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분위를 즉시 폐지하고, 사학비리를 척결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바란다.
사분위가 더 이상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오는 23일로 예정된 사분위 회의를 즉각 중지시켜주기 바란다.
각 정당에 바란다. 사분위가 더 이상 대학을 황폐화시키지 않도록, 사분위를 폐지하는 입법절차를 진행해주기 바라며, 사분위의 희생양이 된 상지대 등 해당 대학을 구제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를 즉각 추진해 주기 바란다.
'상지대 사태' 김문기, 조전혁 등에 무차별 후원금 살포
- 선관위, 김문기 검찰 고발…'대가성' 여부 수사할까?
선관위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본인이 회장인 평환빌딩 법인자금 1100만 원을 국회의원 4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줬다. 김 전 이사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회사 법인 자금 5800만 원을 12개 국회의원에게 본인 및 부인, 지인 등의 명의로 나눠 기부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 자금의 정치후원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부자가 법인 돈을 가지고 정치권에 무차별 뿌린 시점은 시점은 지난해 12월 전후로, 사학 비리 때문에 구속돼 사실상 상지대에서 쫒겨났던 김문기 이사장이 상지대 복귀를 시도하면서 분쟁이 크게 번지던 때였다. 당시 국회 교과위는 11월에 청문회까지 열었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 부자가 건넨 후원금이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 부자 측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서상기, 박영아, 조전혁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다. 조전혁 의원의 경우 2009년에도 김 전 이사장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받아 물의를 빚었었다.
당시 교과위 청문회에서 무소속 유성엽 의원은 "김 전 이사장의 측근들이 최근 의원실에 찾아와 '잘해주시면 앞으로 후원금을 내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대가성 후원금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이사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전혁 의원은 김 전 이사장에게 후원금 500만 원을 받았던 사실이 지적되자 "대가성 없는 순수 후원금"이라는 취지로 결백함을 주장했었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 주성영, 남경필, 권영세, 홍정욱 의원이 후원금을 받았고, 민주당 양승조 의원도 김 전 이사장 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후원금을 받았다가 이를 돌려줬으나, 김 전 이사장의 아들 김성남 구택건설 대표는 부인과 지인 명의로 후원금을 다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열 기자
***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
*** 4대강 사업 시작 전에는 4대강 하천관리비용으로 매년 약 250억원이 들어갔는데, 총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 이후로는 관리비용(이자비용 4천억원 포함)이 이전의 40배인 약 1조원(최소 7천억원) 가량이 매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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