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청맹과니 합창과 국익의 망실

道雨 2011. 6. 24. 14:02

 

 

 

            청맹과니 합창과 국익의 망실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청맹과니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흔히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요즈음 북-중 관계에 대해 말하는 정부와 보수언론을 보면 청맹과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대북 지원 및 교역 중단을 골자로 한 5·24 조처로 ,북한이 매년 3억달러 정도의 벌금을 부과받는 셈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를 자신한다.

그래서인지 북한 체제의 억압성과 불안정성을 강조하고, 이에 호응해 보수언론은 북한의 참상과 주민 불만을 부각시키며, 북한이 내일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북-중 관계도 지난 1년간 김정일이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그와 중국 지도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었거나 경제협력이 먹구름에 싸였다는 보도가 대종을 이룬다.

이런 판단이나 보도가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이기 때문에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의 운명을 움켜쥔 북-중 관계가 그들의 묘사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유엔의 제재가 한창이던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은 이를 비웃기나 하듯 전년보다 22.3% 증가했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 전체 교역의 83%를 차지한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루어졌다.

 

북-중 관계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였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 지역에 두 개의 경제특구를 만들어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그에 따라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의 공동개발·관리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를 위해 양국 고위 지도자들을 책임자로 하는 ‘중조연합지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지난 6월 초에 착공식을 했다.

 

나선지대에서는 이미 도로 확장 사업, 시멘트공장 사업, 나진항을 통한 중국내 무역화물 운송사업, 자가용 관광 등이 시작되었으며 중국에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은 20억달러를 투자하여 도로·발전소 등 기간시설을 북한에 건설해주고 대신에 광물채굴권 등을 갖기로 합의했다.

 

두 경제지대를 종합경제특구로 발전시켜 북한 경제의 회생과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이 계획은 양국 정부의 경제적 필요성과 중국의 자본동원능력, 북한의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북한은 남한으로 수출하던 지하자원과 수산물의 행선지를 중국으로 바꾸었으며, 개성공단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중국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그 결과 애꿎은 우리의 대북교역 업체들만 부도가 났으며, 북한의 낮은 임금을 찾아 활로를 개척하고자 했던 우리 기업들만 기회를 날렸다.

5·24 대북조처를 통해 정부가 벌금을 부과한 대상이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인 셈이 되었다.

 

 

보수언론은 막장으로 몰린 북한 사회를 묘사하고 있지만, 북-중 경협의 강화는 북한 경제의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개방과 시장화가 촉진되리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또한 중국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토지가 대대적으로 결합하면서 북-중 경제의 구조적 연계성이 전례없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북-중의 전략적 유대가 경제분야까지 확장되며, 그로 인해 서방의 대북 경제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남한의 대북 강경조처가 한국 경제의 기회의 창으로 남아 있던 북한 시장의 상실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도 말해준다.

지금처럼 남북 경협이 북-중 경협과 병행해 발전하지 못한다면 통일시대를 준비해 가는 데도 난관이 닥칠 것이다.

 

새로운 북-중 경협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한반도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대응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청맹과니들만 이 현상을 못 보고, 거꾸로 북한 붕괴를 향한 주문만 합창하고 있다. 그들의 합창 속에서 국가 이익은 망실되고 통일공동체의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청맹과니는 그들이면 족하다. 국민을 우롱하는 그들의 합창은 멈추어져야 한다.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대북강경 정책이 무너뜨린 남한기업 
-  대북 경협 중단 5·24 조처로 피해 입은 기업 정부 상대 소송…남쪽 직접손실 45억8천만달러, 간접손실 124억7천만달러 이르지만 북쪽 손실은 1/5에 불과
 

 

새 세기가 시작된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분단 55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경제협력에 관한 것도 있었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하였다.”

 

 

“정부 조처 적법해도 기업에 보상해야”

 

‘6·15공동선언’ 11돌을 맞은 2011년 6월, 남북 경제협력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는 등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난해 3월26일 천암한 침몰 사태 이후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처는 치명적이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교역 및 경협사업을 전면 중단시킨 것이었다. 개성공단도 2007년 분양받은 기업들은 추가 투자할 수 없게 됐다.

 

남북 경협에 참여해온 기업 대부분은 이미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북한에 새로 투자하거나 물품을 보내기는커녕 기존 투자조차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위기에 처한 이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 중이다.

 

» 상당수 남북경재협력 기업들이 정부의 지난해 5·24 대북 제재 조처로 큰 피해를 입어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 중이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노동자들이 출경 수속을 밟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맨 처음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망한 중소기업 사장이다.

엔에프엔 김찬웅 대표는 2007년부터 평양에서 의류를 위탁 제조해 이마트와 이랜드 등에 납품해왔다. 지난해에도 평양에 원자재를 보내 다시 완제품을 받을 예정이었다. 5월27일 103만2천달러(소비자가 기준), 6월5일 54만1천달러, 6월10일 23만5천달러어치다.

하지만 정부가 5·24 조처를 취하는 바람에 그의 물품은 북한에 발이 묶였다. 회사는 망했고, 김 대표는 빚더미에 올랐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소송을 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여름용으로 원자재를 보내 5~6월께 제품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하나도 못 건졌다”며 “팔 물건이 없어지자 납품을 못해 이마트에서 철수하고, 공장도 경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 “여름 물품뿐만 아니라 가을·겨울 물품까지 포함하면 피해가 30억원이 넘지만 5·24 조처로 받지 못한 물품에 따른 피해액인 21억여원에 대해서만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고 덧붙였다.

 

소송에 참여한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는 정부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소장에서 “통일부는 5·24 조처 이전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할 기회도 주지 않고 대북교역 및 경협사업에 대한 가장 강력한 조처를 취했다”며, “이는 직무 집행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성공단에서 사업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아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 조처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3조 23항의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보상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5·24 조처로 말미암아 (기업들이) 입은 손실 전체를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기업도 소송준비 잇따라

 

개성공단 입주 예정 기업들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겨레사랑’은 개성공단에 지상 14층, 지하 3층짜리 건물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5·24 조처로 전면 중단했다. 정범진 사장은 “개성공단 투자의 경우 땅을 사고 설계, 제반 인허가 등을 다 마친 뒤 착공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며 “5·24 조처로 모든 투자가 금지돼 초기 투자만 한 채 증액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원천적으로 막혔다”고 말했다.

또 “토지대금, 설계비, 제반 인허가 취득 비용, 금융비용, 운영비용 등을 포함하면 개성사업에만 순수하게 2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며 “기업의 신뢰도 하락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6월 안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변호사와 논의 중”이라며 “정부 조처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손해보상 소송을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회사들과 함께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도 “2007년 개성공단 부지를 분양받아 공장을 세우다가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피해 금액은 1억~2억원으로 많지는 않지만, 공장을 세워 생산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은 기업으로서는 아주 큰 피해”라고 말했다.

또 “경쟁 업체들이 새로운 물품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를 못하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죽하면 소송을 고려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통일연구원 김영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우리나라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24일 열린 ‘남북경협기업의 현실과 해법’ 토론회에서 남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이후 2010년까지 남북 경협에서 입은 직접적 손실액만 총 45억8734만달러에 달한다고 했다. 반면에 북한이 입은 직접적 손실은 8억8384만달러로 남한의 19.8%에 불과했다.

 

여기에 원자재와 가공품이 국내에 들어와 유발할 산업연관효과 등까지 고려하면 남한의 간접손실액은 124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김영윤 연구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경제제재에 익숙해져 있다”며 “남북관계 단절로 당장 외화 수입에는 차질이 있지만, 북한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경색 국면의 지속은 한반도의 국가 위험을 높여 남한의 대외신인도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토론회에서 공개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주축이 된 ‘남북경협실태조사단’의 실태조사에서 남북경협기업 62.4%가 “(정부 조처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에 “실효성이 있다”는 22%에 그쳤다. 설문 대상은 남북경협업체 493개였다.

 

 

 

강경대응 고집하는 통일부

 

그럼에도 통일부 등 정부는 강경 대응을 고집하고 있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이 토론회 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의 남북관계로 돌아간다면 ‘도발-대화-도발’이라는 남북관계의 악순환과 북한의 무분별한 지원 요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 당국의 구체적 행동 변화와 정상적 남북관계 형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5·24 대북 조처는 일관되게 견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강경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공언이다.

 

하지만 남북경협 전문연구자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경협기업들이 도산하고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통일부를 비롯해 정부는 이에 눈감고 있는 것”이라며 “5·24 조처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손실과 한반도 불안 고조 등을 고려하면 북한보다 남한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이 7월께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이나 적십자회담 등 낮은 단계의 대화를 시도해 점점 고위급으로 확대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

 

*** 4대강 사업 시작 전에는 4대강 하천관리비용으로 매년 약 250억원이 들어갔는데, 총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4대강 사업 이후로는 관리비용(이자비용 4천억원 포함)이 이전의 40배인 약 1조원(최소 7천억원)이 매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