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희망버스를 타야 할 사람은

道雨 2011. 7. 27. 11:28

 

 

 

                     새로운 지평 

 

희망버스를 타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건희 삼성 회장·조양호 한진 회장이다

 

 

 

 

» 정영무 논설위원
2002년 부산 한진중공업에서는 회사가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자 650명을 해고하면서 파업이 시작됐다.

회사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노조 간부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김주익 지회장은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회사 쪽에 대화를 촉구하다가 129일째 목을 맸다.

2주 뒤 또 한 목숨이 희생된 뒤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사람들은 복직했다. 김진숙만 제외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반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1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폭염에 달궈진 35m 높이의 크레인은 가마솥 안 같고 피부가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다.

 

배 수주를 못 했다며 한진중공업이 400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하자, 50대 여성 해고노동자는 지난 1월6일 혹한의 새벽에 다시 크레인에 올랐다.

김진숙 자신도 제3자가 아니라 복직 대상자다. 물론 그는 자신이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아침 조회 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 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나무 같곤 했습니다. 그게 참 서러웠습니다. 내 뒤에 서 있는 누군가는 내 등짝에 피어난 소금꽃을 또 그렇게 보고 있겠지요.’

 

등짝에 땀으로 소금꽃을 피우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아침 출근 때면 저녁에 퇴근할 수 있을까 두려웠고, 저녁 퇴근 때면 오늘도 살아냈구나 했다.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배치받은 현장은 지옥이 이러랴 싶었다. 여기저기 철판들이 괴물처럼 솟아 있고, 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용접 불똥과 쇳가루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덮쳐오고, 가용접해 놓은 철판이 옆에서 텅텅 쓰러지고, 수십 킬로그램짜리 철판이 코앞으로 미끄러지는 일은 예사였다.

한 해에도 수십명의 노동자가 죽어갔지만 세상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래서 김진숙은 노조활동에 뛰어들었고 해고됐다.

 

그는 “자본이 주인인 나라, 자본이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인가”라면서도 “난 아직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 인간이 돈에 왕따당하는 이 지리멸렬한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백척간두에 선 그는 영도조선소를 넘어 더 갈 곳이 없는 이들의 저항의 상징이 됐다. 그의 곁에는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으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삶을 연명하는 900만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그는 큰 울림으로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희망버스를 타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겨울올림픽 유치전의 주역이기도 한 세 사람은 체제의 정점에 있는 책임자들이다.

또한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았는데,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국격을 높이는 데 김진숙이 내민 손길만한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생과 공정사회를 말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생존권을 부당하게 위협받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건희 회장은 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이지만 그것으로 편법의 허물이 지워지지 않는다. 경쟁력과 혁신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이 회장이 그 그늘을 좀 돌아보면 올림픽 유치보다 더한 영예를 얻을 것이다. 이 회장은 양극화에도 관심이 깊다고 하며 사재 일부를 공익사업에 쓰겠다고 밝힌 터이다.

 


지구 16바퀴를 도는 열정으로 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은 조양호 회장은 내친김에 조직위원장 뜻이 있다는데 형제 회사가 저래서는 곤란하다. 사이가 틀어졌다지만 한때 한진중공업 회장을 지냈으니 책임질 만하다.

먹고사는 게 올림픽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면 말이다.

 

< 정영무, 한겨레 논설위원, young@hani.co.kr >

 

 

 

 

 

                국가가 왜 있는가 

 

총리의 부산 행보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정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영도의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멀리 내다보이는 곳이었다. 부산항의 랜드마크인 한진해운 빌딩에서 영도까지는 많이 걸려도 차로 10분이면 족한 거리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25일 한진해운 빌딩 꼭대기층에 올랐다. 그는 부산항 주변을 내려다본 뒤 근처의 북항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그러나 그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노동자 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200일 넘게 목숨 걸고 투쟁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쪽으로는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김 총리는 이날 허남식 부산시장과 노기태 부산항만공사 사장,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지역 유력인사 20여명 등을 두루 만났다. 이들로부터 북항 개발 등 ‘부산의 숙원사업’에 대한 민원을 듣고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선물을 줬다.

 

그러나 그는 노동자 수천명의 삶이 걸린 한진중공업 문제와 관련된 인물들은 한명도 만나지 않았다.

총리 일정은 물론 사전에 계획되고 조율된다. 하지만 김 총리의 부산 행보는 정부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이른바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나 ‘노동투사 김진숙’ 차원을 넘어섰다.

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농성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세 번째 조직중이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자발적인 연대투쟁이다.

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회찬·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10여일째 단식을 하고 있으며, 지식인들의 릴레이 단식도 계속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전국적인 ‘사회문제’가 있는가.

여야가 국회 청문회를 추진할 정도로 ‘정치문제’가 된 지도 오래다.

 

 

내용상으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초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 170명을 비롯해 모두 400명(전체의 20%)의 노동자를 내쫓았지만,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하고, 임원들의 연봉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50%를 인상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4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으며, 지난해에만도 그룹 전체적으로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의도적인 일자리 없애기로 보는 게 더 맞아 보인다.

 

실제로 한진그룹이 1989년 영도조선소를 인수한 뒤 이 회사 노동자는 3200명에서 현재 670여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회사는 때로는 명예퇴직, 때로는 강제 사직이나 정리해고의 칼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2003년 김주익 노조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이 절망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2007년 필리핀에 세운 수비크조선소(세계 4위)는 잘나간다.

수비크조선소의 급속한 확장은 그동안 29명에 이르는 현지 노동자의 사망이 말해주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구조뿐 아니라 지난 2년간 영도조선소의 선박 수주를 제로로 만든 ‘내부 부당거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내 일자리 국외 빼돌리기, 시설 및 기술투자 외면, 국외에서의 부당 노동행위 등 악덕기업의 자질을 골고루 갖췄다.

 

 

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노사 자율로 해결하라면서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국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쫓겨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정, 국가정책조정회의, 국무회의 등 그 많은 회의에서 한 번도 한진중공업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입으로는 상생과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최소한의 중재는커녕 희망버스를 훼방버스라고 오히려 폄훼하고 있다.

 

천성산 터널 문제로 지율 스님이 2005년 100일간 단식투쟁을 벌였을 때, 직접 나서 문제를 풀었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의 역할을 김황식 총리에게 알려주는 게 부질없는 짓일까.

 

<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

 

 

 

 

 

                            조남호
 

 

아무리 자본독재 시대라지만 온 나라를 상대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 이명수 마인드프리즘 대표·심리기획자
한여름, 고공 크레인 위에서의 농성은 지옥에서의 생활과 같단다.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쇳덩이가 주거 공간이란 걸 생각하면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김진숙씨는 그런 크레인 위에서 202일째 시위중이다. 그 10여m 아래 난간에서는 그녀를 지키는 50대 노동자 4명이 30일째 노숙중이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회사 쪽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정리해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부산 영도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사주의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으며, 국무총리는 ‘174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나눠가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이 해고노동자들의 딱한 처지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하다.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를 다녀온 시민들만 만명이 훨씬 넘는다. 이번 주말 세번째 희망버스가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다시 출발한다.

 

매일 저녁 조선소 앞에선 85호 크레인을 위한 길거리 미사가 열리고 일부는 촛불을 밝힌 채 밤샘 노숙으로 마음을 포갠다. 주말마다 그곳을 찾아 108배를 하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는 크레인을 올려다보며 몇시간씩 화살기도를 쏘아 올린다.

서울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선 24시간 내내 릴레이 1인시위가 계속되고 시청 앞에선 무기한 단식농성이 진행중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부산까지 천릿길을 다리를 절뚝이며 걸었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폭염 속을 내달리며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알린다. 어느 하나 초인적이지 않은 일이 없다.

 

하지만 반년 넘게 한진중공업 사측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불가사의할 정도다.

사측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그 핵심이다.

온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진 사태에 대해 분노와 간절함을 전달하지만 ‘너희는 짖어라. 내 알 바 아니다’로 일관한다.

지난달 국회 출석을 앞두고 출국해서는 한달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무리 자본독재 시대라지만, 일개 기업의 회장 따위가 온 나라를 상대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 많은 이들이 단식하고, 천릿길 걷고, 삼보일배 하는 게 조남호 일인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자존심이 상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회장의 측근들은 용의 목덜미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는 역린의 전설까지 신봉하는 듯하다.

한진중공업 내부에서 85호 크레인은 회장의 역린인가 보다. 그럴 경우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입도 뻥긋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회장님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온 국민을 대상으로 전쟁이라도 불사할 태세다.

 

 

해고노동자 김진숙에게도 초지일관한 역린이 하나 있다.

노동자를,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지옥 같은 크레인 위에서 반년 넘게 버티고 있는 것도 그런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대로 공화국 시민들의 역린이기도 하다.

 

권력자의 역린이 그런 것처럼, 김진숙이나 공화국 시민 된 모든 이들은 사람을 함부로 하는 집단에는 화산처럼 폭발한다. 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건 개인의 콤플렉스를 전근대적 방법으로 표출하는 권력자의 역린과는 차원이 다르다.

 

민중의 역린을 건드려서 생긴 폭발에서 살아남은 자는 단연코, 없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권력자들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 이명수, 마인드프리즘 대표·심리기획자, 트위터 @meprism >

 

 

 

 

 

        BBC "크레인 위에서 200일째 농성 중인 한국의 여성" 소개

 

[아시아경제 채지영 기자]

 

영국 B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한진 중공업 사태 현장에서 35m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소개했다.

BBC는 "김진숙 민주노총 위원이 35m 높이에 위치한 크레인에서 200일 째 살면서 농성을 펼치고 있다"며 "김 씨는 작년 한진 중공업 측의 400명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바람이 불고 화장실도 없는 공중 트레인에서 중년의 김 씨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 중 한 곳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김 씨가 겨울에 트레인에 올라왔으나 벌써 여름이 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BBC는 김 씨의 "마치 사우나처럼 더운 철로 된 이 공간에서 산다.", "전기도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씻을 수도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그럼에도 김 씨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할 때까지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국이 노사 분쟁의 긴 역사를 가졌으며 올해도 현대자동차와 SC 제일은행이 파업을 벌였으나 김 씨처럼 주목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