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미 동맹도 디폴트 직전이다

道雨 2011. 8. 5. 12:04

 

 

 

          한-미 동맹도 디폴트 직전이다 

 

‘확장 억제’니 ‘전시 지원’이니 하는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도 돈이 없으면 디폴트가 된다는 건 심각한 진실

 

 

 

»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길은 오직 한-미 동맹밖에 없다”는 요지의 칼럼·논평이 유력 언론에 실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동맹이 중요하다는 건
국민들에게는 상식일 터인데, 똑같은 ‘동맹 예찬론’이 매일 지면을 장식하는 건 분명 이상 현상이다. 주문을 외우듯이 동맹을 우상화하는 그 모습은 종교에 가깝다.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미 동맹의 하드웨어, 즉 기초체력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오히려 “역사상 한-미 동맹이 가장 좋다”고 거짓말을 한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군사정보 분야를 보자.

과거에 한반도의 핵심 표적을 분석하던 펜타곤의 정보분석관들은 이미 이라크·아프간 전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떠난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았고 많은 정보자산이 한반도 상공에서 철수했다.

 

이후 북한의 핵심 표적이 관리되지 않는 ‘정보공백’이 발생하자 우리 쪽 합참의장이 미 합참의장에게 두 번이나 서신을 보내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디서 포탄이 날아오는지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미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탄약지원 분야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미국이 한국에 저장된 전시비축탄을 폐지하고 난 이후, 재래식 탄약은 물론이고 특수탄·정밀유도탄은 전시 대비는 고사하고 평시 운용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로 3년째 미국에 도움을 청하자 “한국이 자체 개발하든지 구매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최근 국방부는 “이제는 미 지상군이 전쟁 초기에 지원되지 않고 해·공군 신속억제전력만 지원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놓는 실정이다.

미군의 대규모 지원이 없으니 2015년부터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우리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투형 군대’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것이 현재 국방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다.

 

대규모 국방예산 감축으로 제 코가 석자인 미군은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물론 미국이 지난해 항공모함을 서해에 보낸 것이라든지, 한국 정부의 군사지원 요청에 파격적으로 응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가 원한 시기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할 시기, 즉 우리가 원치 않는 시기에 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천안함·연평도 사건도 “남북한 간의 문제”라며 발을 뺀다.

 

혹자는 지금 비록 미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측면에서 동맹이 약화되었을지 모르나, 전쟁기획·작전수행과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을 자세히 보면 미국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무능하기 때문에 성립되는 진실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때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F-15K로 북한 포진지를 타격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가 “유엔사 교전규칙 때문에 미군에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경악한 한미연합사령관이 “그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서신을 우리 국방부에 보낼 때까지 일주일 이상 낯뜨거운 논쟁만 했다. 연평도 사건에서 미군이 지원한 것이라곤 이 서신 한 장이 전부였다.

 

 

‘확장 억제’니 ‘전시 지원’이니 하는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도 사실 돈이 없으면 의무 불이행, 즉 디폴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진실이다.

이를 은폐하고 미국의 선의에 우리의 운명을 다 맡기자는 식의 외골수 동맹주의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데 실패한 자들의 변명이다.

게다가 그들은 전쟁하는 방법도, 미래의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방법도 모른다.

 

20년 만에 이렇게 우리가 변방으로 내몰리는 황당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