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죄의 고백은 양심부활의 출발

道雨 2011. 10. 19. 19:01

 

 

 


   대통령의 사과와 도덕 불감증 공직 후보

   - 죄의 고백은 양심부활의 출발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10-19)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어려서 장난꾼이었나. 도끼로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찍었다. 화가 몹시 난 아버지가 범인 색출에 나섰다. 시침 떼고 있으면 그냥 넘어가련만 워싱턴은 범인임을 자백한다.

‘잘못을 감추지 않고 고백하는 것도 용기다. 용서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가난했다. 이웃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다. 밤새 비가 내리고 책이 젖었다. 링컨은 책 주인을 찾아갔다.

‘비에 책이 젖었습니다. 변상해 드릴 돈이 없습니다. 대신 책값만큼 일을 해 드리겠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고 이는 용기와 정직과 거짓에 대한 분별을 분명히 해 준다. 모두들 이런 교육을 받았고 자식들에게도 정직과 용기를 가르친다. 이래서 교육은 필요한 것이다. 배워야 사람 된다고 하지 않던가.

고달픈 세상을 살면서 부딪치는 시련이 얼마나 많은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짓말, 쏟아질 비난이 겁이 나 용기와 양심을 누르며 잘못을 사과하지 못하는 비겁함, 이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고 어쩔 수 없이 거짓을 했어도 반성과 참회를 하는 것이 더욱 좋다.

고해성사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죄를 용서받는 것이다. 죄를 고백하면 마음이 참으로 가볍다. 조지 워싱턴이나 링컨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거짓의 풍요다. 이렇게 해마다 풍년이 든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거짓의 풍년은 절망의 시작이다. 더구나 지도자들의 거짓은 역겨움과 추악함으로 정치를 혐오의 나락으로 추락시킨다.

묻고 싶다. 도둑놈이 도둑질한 것을 제일 잘 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거짓말을 국민이 모르는 줄 알까. 잘도 속아 넘어간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를까.

그러나 분명히 지적해 주고 싶은 것은 국민들은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거짓을 반복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 것은 비겁과 용기없기 때문이다.

일명 BBK 동영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때부터 그를 따라다닌 악몽이다.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도 그는 내용을 부인했다. 그가 비록 경제기적을 약속하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 해도 그때부터 이미 신뢰를 무너졌고 그것이 정치를 하는데 족쇄가 됐다.

집권 도중에 있었던 일은 접어 두자. 지금 국민을 요새 말로 패닉 상태로 빠트린 내곡동 사저 사건, 명백한 위법이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은 불법 행위다. 결국 내곡동으로 간다던 퇴임 후 계획도 취소했다. 야당은 고발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범법이 이루어지는지 몰랐다고 했다. 믿어 달라는 것인가.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하다. 대국민 사과 방송이라도 해야 한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자초지종을 고백해야 한다. 그다음에 겸손하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법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고 황폐해 진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직 후보자의 양심

유감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들이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유감을 말한다. 무슨 빌어먹을 유감인가.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것이다. 잘못을 비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뜨겁다. 지저분하기가 오물통을 능가하고 성추행 파렴치범이 암행어사로 둔갑하여 종횡무진 맹활약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서 상대도 안 한다. 상식은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다.

술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와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TV토론에 나와 횡설수설하는 국회의원, 이들의 말을 애들이 들을까 겁이 난다.

이들은 명색이 국회의원이라 스스로 지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식들에게 한 번 물어보라. 아비를 존경하느냐고. 문제는 더 심각한 곳에 있다. 1천만 서울시민의 살림을 맡아 하겠다고 나선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자다.

얼굴을 말하면 또 시비할 테니까 그건 생략하고 좋은 가정에서 좋은 대학 나오고 고시에 합격해 판사까지 지냈다. 아버지는 비록 지금 구설수에 올라 딸의 입장을 거북하게 하지만 학교를 10여 개가 넘게 소유한 이른바 학원 재벌이다.

나경원 후보는 한나라당의 대변인을 지냈다. 그가 대변인 시절 많은 논평을 냈다. 그중에 하나가 ‘아방궁’ 논평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저를 지을 때 이를 호화스럽다 하여 ‘아방궁’이라 했고 봉하마을을 노무현 타운이라고 하면서 지금 당대표인 홍준표와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거짓 막말을 했다.

홍준표는 요즘 노무현이 정권을 탈취했다고 한다. 탈취는 불법 행위다. 왜 고발을 안 했는가. 말이면 다 말이냐. 오물도 말이냐. 너무 추하다.

사실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전혀 사실이 아닌 음해였다. 명백하게 밝혀진 모략이었다. 사과해야 한다. 비민주 정권의 부당한 박해로 비명에 세상을 등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사과를 거부하며 ‘표현이 과했다’느니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와 똑같이 문제가 있다느니 도매금으로 말장난을 했다. 이 역시 보고 배울 것이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도덕적 불감증이다. 나경원 후보는 아버지의 학원이 감사를 받게 되자 당시 국회 교육과학위원이던 정봉주 의원을 찾아가 감사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버지의 곤경을 외면할 자식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그는 국회의원이었고 동료의원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위법행위와는 별개로 말이다.

나경원 후보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정봉주 전 의원은 후속타를 날리고 다시 변명하고 이제는 고발을 한다고 했다. 친한 사이기에 찾아갔고 아버지 학교에 대한 설명을 했을 뿐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을 하고 사과를 했으면 끝날 문제였다.

13세 소년이 계획적으로 병역기피를 했다고 모략하는 네가티브 폭로. 법대니 사회계열이니 트집을 잡는 낯 뜨거운 공방. 과연 이것이 서울 시민의 행복을 마련하는데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것보다는 자기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고백함으로써 후세에게 교육적 모범을 보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한 번 하면 다음에 거짓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한다. 다음에 다시 거짓말을. 다음에 다시,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조차 까먹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상책이고 거짓말을 했으면 바로 사과를 하는 것이다.

선거는 아직도 1주일이 남았다.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난무할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은 빤히 아는 거짓말을 들으면서 끝 모를 허탈의 늪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다. 여야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까지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정권이 저지른 온갖 비리에는 국민이 정말 질렸다. 정이 떨어졌다.

이번 선거가 국민의 심판이라는 것을 모두들 다 잘 알고 있고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런 부도덕한 정권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희망이 없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 뺨친다. 모르는 것이 없다. 그들이 보는 어른들의 정치 세계. 기가 막힐 것이다. 그러나 흉보면서 배운다고 한다. 우리 애들이 자라서 지금 지도자들이 하는 짓을 고대로 답습한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애들한테 죄짓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우리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정직하자. 잘못했으면 사과 좀 하고 살자. 잘못했다고 진정으로 사과하면 국민들은 용서한다. 그렇게 착한 국민이다.

 

2011년 10월 19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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