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를 중단하면서 ‘내사종결’이라고 밝힌 것부터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내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에게 검찰 출석 통보까지 한 것을 내사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쯤 됐으면 검찰은 엉터리 수사로 피해를 본 민주당과 관련자들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 발표문 어디에도 그런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검찰은 수사 중단을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자화자찬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검찰의 어이없는 헛발질은 한나라당(새누리당) 돈봉투 사건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강박관념으로 판단력이 마비된 탓에서 비롯됐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장 복도에서는 김경협씨 말고도 다른 예비후보 몇 사람도 초청장을 돌렸다고 한다. 주변 탐문과 정황 분석 등 수사의 기본만 제대로 지켰어도 그런 어이없는 오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흠집내기 수사로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덮으려는 빗나간 충성심이 정상적인 판단력 작동을 막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솔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내준 법원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으로서는 검찰이 영장청구서에 그럴듯하게 기재한 압수수색 사유에 넘어갔겠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이 주연을 맡은 ‘황당 드라마’의 조연이 되고 말았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고려해 앞으로 영장 발부에 더욱 신중해야 함을 일깨워준 사례다.
야당을 향한 검찰의 표적수사는 이미 한명숙 민주당 대표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등을 통해 지겹도록 보아 왔다. 그런데도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책을 만회하려는 욕심에 또다른 무리수를 두는 게 검찰이다.
마침 대구선관위가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대구지역 한 위원장이 한명숙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적발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다시 ‘부러진 칼날’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