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카 헌정방송이라는 나꼼수나, 민중의 소리가 진행하는 애국전선 등은 이 정부에 비판적인 팟캐스트 방송이고 앱일 뿐이다. ‘반정부적’이라는 표현조차 과분한 수준이다.
이런 앱을 차단하기 위해 종북을 들이댔으니, 누가 이를 장병의 정신전력 보호를 위한 것으로 여길 수 있겠는가.
이 과정에서 군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군의 헌법적 의무를 어겼다. 또 군 장병의 양심의 자유나 행복추구권 등 헌법적 권리를 제약했다. 중대한 일탈이 아닐 수 없다.
범민련 남측본부의 앱이나 북한 여행정보 앱, 통일정책 관련 앱 역시 북한 관련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일반적인 주장이나 정보 수준이다.
우리 장병들이 이에 대한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부화뇌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게까지 통제 일변도로 병영을 옭아매는 일은 오히려 정신전력을 약화시키는 길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결과적으로 북에 이롭다면 모두 친북, 용공 혹은 종북이라는 식의 발상이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체제는 이런 터무니없는 전제 위에서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이나 행동은 물론 취중 농담까지도 처벌했다.
그때는 권력이 정당성을 잃고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이반당했을 때였으니, 그렇게라도 통제해야 했지만 지금 이 정부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나. 그만큼 궁지에 몰렸는가.
국방부는 일선 부대 지휘관의 개인적 판단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군통수권자까지 비난받게 할 조처가 일선에서 멋대로 이뤄졌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 정도로 우리 군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볼 수 없다. 일각에서 군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군이 장병의 시민으로서의 헌법적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군 장병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군복 입은 시민일 뿐이다.
[ 2012. 2. 4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