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나꼼수>에 엄격한 도덕성 잣대... 그게 맞아?

道雨 2012. 2. 4. 12:33

 

 

 

  <나꼼수>에 엄격한 도덕성 잣대... 그게 맞아?

 

 

                   

 

 

 

소위 '나는꼼수다 비키니'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여성 지지자가 비키니 차림으로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했는데, 여기에 <나꼼수> 멤버 김용민PD와 주진우 기자가 성희롱이라고 생각할 만한 언사를 하면서부터다.

 

보수신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때가 기회라는 듯 <나꼼수>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연일 비판중이며, 지금까지 나꼼수에 우호적이었던 <경향신문>, 공지영 소설가 등도 그들의 성의식을 지적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들이 이제 주류임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지니라는 것이다.

 

논란 속에서 공개된 <나꼼수> 봉주 4회. 역시나 그들은 비키니 사건에 대해 시시비비 말이 없었다. 대신 이전처럼 과하다고 생각되는 수위의 성적 발언들은 자제하는 듯했다. 혹자들은 <나꼼수>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는 거냐고 흥분하지만,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의 침묵은 분명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나꼼수>의 자기 정체성... 그들은 원래 '해적'이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의 해결책은 나와 있다. <경향신문>과 공지영, 진중권 등이 지적하듯이 '쿨'하게 사과하는 것이다.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위 진보진영의 일원으로서 <나꼼수>의 이번 언행은 분명 도를 지나친, 성희롱적 발언이다. 그것은 결국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마초이즘의 발현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 특히 '정답'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답과 다른 사견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자신이 마초가 아닌지 끊임없이 자아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이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나 역시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렇게 정답만을 이야기하려니 뭔가 찜찜하다. 그 정답을 만들어내는 전제에 쉽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나꼼수>가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보진영의 일원이었던가?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자진 출두한 가운데,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을 응원하며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판넬에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우선 <나꼼수>에 대한 비판을 보자. <경향신문>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 '큰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언급하며 <나꼼수>가 주류임을, 그리고 그들이 큰힘을 가졌음을 전제로 삼았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꼼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세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경향신문>에서 언급한 스파이더맨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점은 <나꼼수>가 규정하고 있는 스스로의 정체성이다. 결국 <나꼼수>의 권력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취자의 충성도와 비례할 텐데, 그들은 청취자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가 한낱 '소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는 일시적인 해적방송임을 밝히면서 그 맹목적인 충성을 거부해 왔다. 스스로 MB시대니까 탄생할 수 있었던 한정적인 존재라고 규정지음으로써 자신들에게 몰리는 권력을 주의하고 있다. 처음부터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고 아주 당당하게 외치지 않았던가.

 

게다가 <나꼼수>는 청취자들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인정함으로써 권력의 대상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청취자를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방송을 들어주는,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시민 개개인으로 전제한다. <나꼼수>와 청취자의 관계는 대등하며, 단지 청취자가 몰랐던 부분을 <나꼼수>가 밝힐 뿐, 그것을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청취자의 몫인 것이다.

 

따라서 <나꼼수>를 이미 또 하나의 권력이라고 상정한 채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기존 언론들이 언급하지 않는, 또 다른 추론을 이야기하는 해적방송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추론을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청취자이지,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똑같이 떠들어 왔다.

 

<나꼼수>의 B급 감성

 

만약 해적방송으로서의 <나꼼수>를 인정한다면 그들에게 공중파 수준의 도덕성과 성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무리이다. 해적방송의 특성상 <나꼼수>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일 수밖에 없으며, <나꼼수>는 이 공식에 충실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의 아내는 <나꼼수>의 팬이지만 <나꼼수>를 듣지 않는다. 그들의 질펀한 욕과 음담패설이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걸러 듣는다.

 

사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은 아슬아슬했다. 남성 성기와 관련된 음담패설에 가까운 농담은 점점 진해졌으며, 그들의 거침없는 막말은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그들은 원래 마초임을 공공연히 드러냈으며, 그 사실에 대해서 부정한 적도 없다. <나꼼수>를 관리하는 <딴지일보> 역시 그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랬던 <나꼼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불온한 성의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올바른 성의식'의 정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나꼼수>가 그런 방송인지 모르고 청취해 왔던가? 솔직히 말하자. 그들이 매우 마초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인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경청할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들어오고 연대한 것 아니었나.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나꼼수>, 계속 자기 모습 지키라

 

따라서 현재 <나꼼수>에 요구하는 추상같은 사과 요청은 조금 불편하다. 물론 그들의 언행이 옳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적방송으로 사람들을 대신하여 욕하고 시시껄렁 농담하던 그들에게 현재 너무 엄격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번도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진보임을 자처한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가카와 그 무리들이 너무 부패했고 무능력하다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나꼼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진중권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일을 <나꼼수>가 한층 더 멋있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만들라"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전제가 틀린 이야기이다. <나꼼수>가 진중권이 이야기한 식으로 더 멋있어 지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대의 영웅이 아니다. 또한 영웅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비틀어진 이 시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표현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우리들을 대신하여 떠드는 해적일 뿐이다.

 

물론 <나꼼수>가 좀 더 많은 지지자들을 안고 가기 위해 현실과 타협할지, 그래서 사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청취자 모두를 안고 가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자기검열한다면 그것은 절대 못 봐주겠다. 그건 더 이상 <나꼼수>가 <나꼼수>답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떠들어라. 취사선택은 청취자의 몫일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쫄지마,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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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부장급 기자 ‘나와라 정봉주’ 비키니 인증샷

 
가슴에는 ‘가슴이 쪼그라지도록’ 문구 새겨
“비키니녀가 매도당하는 모습이 과하다고 판단”

 

이른바 ‘정봉주 석방을 위한 비키니 시위’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문화방송 부장급 여 기자가 동조 비키니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뉴스데스크> 팩트체커를 맡고 있는 이보경 기자(부장급)는 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agnesbok)에 ‘비키니녀’와 동일한 포즈의 사진을 올렸다.

가슴에는 ‘가슴이 쪼그라지도록’이라는 문구를 새겼는데, 이는 비키니녀가 ‘가슴이 터지도록’이라고 쓴 것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는 사진 설명으로 “저도 나와라 정봉주 하고 있습니다”라며 “마침 직장이 파업 중이라 한가해졌어요.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서리ㅋㅋ”라고 썼다.

 

 이 기자는 미디어 전문매체인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사진을 올린 이유와 관련해 “비키니녀가 너무 매도당하는 모습이 과하다고 판단해 그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제기 하기 위함이었다”며 “실제로 ‘정봉주 힘내라’ 비키니녀는 일종의 ‘찧고 까부는’ 수준인데 너무 과도하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키니녀 논란과 관련해 “‘찧고 까부는’ 수준의 작은 에피소드 때문에 한 젊은 여성이 너무 매도됐을 뿐 아니라 마치 ‘성의 도구화’ 대상으로까지 흘러가는 것 같아 내가 이런 식으로라도 빚을 갚겠다는 뜻에서 시도해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나꼼수의 비키니녀 문제가 많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나꼼수 방송에서 한 말을 다시 들어보면, 정봉주가 입감됐을 때 나꼼수는 ‘부인하고 떨어져 혼자 있게 돼 성욕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말을 전했고, 그 뒤 김용민씨가 ‘정봉주 전 의원이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비키니녀 사진을 보내줘도 된다’고 하면서 웃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런 표현이 거꾸로 ‘감옥에서 성욕이 감퇴되니 이를 증진시키기 위해 비키니 사진 보내자’는 쪽으로 말한 것처럼 많이 왜곡되었다.”

 

 이 기자는 나꼼수에 대해 “나는 나꼼수를 지지한다고 한 적이 없고, 또한 편파적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공영방송을 포함한 많은 언론이 해야 할 보도를 못 할 때 나꼼수가 엄청나게 많은 정보량을 내놓은 데 대해 고맙고, 그 용기를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더구나 정봉주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으면서 실형까지 받게 됐다”며 “언론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국에 사법부가 실형으로 집어넣는 행태의 과도함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동조 비키니 시위로 또 다른 선정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시각과 관련해 “노구의 모습이 선정적이기까지 하겠느냐”며 “다만, 언론인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다소 과했다는 지적에는 수긍한다. 그저 팔로어 많이 끌어보자는 쪽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 남성이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올리는 등 비키니 동조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정봉주 전담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최영민씨는 1일 정봉주 팬 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과 지지 사이트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에 누드 사진 2장을 올렸다.

최씨는 “식상한 1인 시위는 갔다. 우린 우리 식으로 싸운다”며 “비키니 정도로 여성성을 논하는 시대의 유치함을 조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에 ‘형 진지하다. 내 모델 내놔’라고 문구를 새겼다.

 

 비키니 논란을 점화시킨 당사자로 알려진 ‘불법미인’도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에 최근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불법미인은 “나꼼수 듣고 비키니 시위한 거 아니다. 나꼼수가 사과하는 건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주진우가 사과하면 나를 그 정도 유치한 농담도 소화 못 하는 유딩으로 치부하는 것. 김용민이 사과하면 나를 자신의 피교사범으로 폄하하는 것. 김어준이 사과하면 그럴 리 없으니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사과 따위 필요 없다. 누나 그런 사람 아니다”라며 “자꾸 진보의 치어리더니 뭐니 함부로 나불거리다 걸리면 고소고발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비키니 시위가 여성성을 팔았고, ‘마초 나꼼수’가 조장했다는 비판에 대한 정면 대응으로 보인다.

 

 비키니 시위와 동조 비키니 시위를 놓고 트위터에선 여전히 찬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okeeff***는 “비키니 입고 응원하는 게 도대체 왜 문제가 되나”라며 “그럼 다비드상 전시 못 하게 하고 비너스 때려 부셔라! 벌거벗은 마리아 그림 다 불태우고! 야동에 눈 벌건 놈들이 더 지랄들”이라며 “인체는 추한 게 아니야! 성도 마찬가지고! 가증스런 것들”이라고 말했다.

 badromanc***도 “비키니 시위든 누드 퍼포먼스이든 본인이 원해서 하는 거라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네”며 “우리는 이런 경직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표현의 자유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라고 썼다.

 

 반면 Celina_P***은 “이 기자의 의도는 그저 나꼼수 비난여론이 안타까워 응원하고자 함이었을 테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문제의 핵심은 ‘비키니 여성 매도’가 아니라 ‘나 꼼수 출연진 발언’인데…. 출연진 응원을 위한 비키니 시위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CLEVERK***는 “비키니 시위가 진보의 핵심 가치를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비키니 시위, 시위라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해야 하나요? 시위라는 행위에 ‘즐거움’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합니까”라며 “시위한답시고 왜 눈을 즐겁게 하는 겁니까? 노래 못하는 아이돌처럼”이라고 썼다.

 비키니 시위를 놓고 찬반 양쪽의 주장이 워낙 첨예한 데다 동조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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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마초? 내가 비키니 인증샷 올린 것은...

주진우 코피 발언, 돌팔매 맞을 일 아니다

 

- 김재철이라는 세 글자는 가슴에 새기고 싶지 않다

 

 

'가슴이 쪼그라들도록 나와라 정봉주.'

 

MBC <뉴스데스크> 팩트체커(부장급)를 맡고 있는 이보경 기자가 지난 3일 비키니를 입은 자신의 가슴에 새긴 문구다. 이 기자는 이러한 '비키니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뒤 이런 글을 남겼다.

 

"저도 나와라 정봉주 하고 있습니다. 마침 직장이 파업중이라 한가해졌어요.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서리 ㅋㅋ."

 

"나꼼수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이 기자가 올린 '비키니 인증샷'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그야말로 돌출적인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안경과 비키니는 중학교 딸의 것인데 내가 딸한테 미리 말도 안 하고 썼다. 딸이 학원에 가고 없을 때를 틈타 (돌출적으로) 거사를 준비해 결행한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렇게 '돌출적으로' 결행한 거사('비키니 인증샷')에 지지를 보내는 반응이 많았다.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이 기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비키니의 원래 주인인 딸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엄마가 검색어 1위가 되니까 딸이 어린 마음에 불편하고 놀랐나 보더라. 트위터에 사진을 올린 뒤에 전화해서 '사진 좀 내려 달라'고 했다. 그날 딸이 늦게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나하고 말도 안 하고 있다."

 

사춘기 딸의 민감한 반응에도 주변에서는 "역시 이보경답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이 기자는 "성희롱 문제가 일어났을 때 남자 쪽 얘기를 들어보자고 할 정도로 그런 문제에 관대하다는 점에서, 돌출적으로 거사를 결행했다는 점에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공중파 방송사의 '40대 부장급 여기자'가 이렇게 과감한 '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이유는 명확했다. '나꼼수'의 의미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었다는 것이다.

 

"원래 나꼼수는 난장이다. 성적 농담도 하고, 비속어도 쓰고. 그런 난장 속에서도 엄청나게 민감한 정보들이 많이 전달됐다. '난장'이라는 형식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나꼼수의 의미이자 공은 콘텐츠, 즉 특종성 정보들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비키니 시위 이후) 그게 물타기되는 것 같아 그런 나꼼수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이 기자는 "떠들썩한 그 형식 속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특종성 정보들을 대량으로 방출한 것이 나꼼수의 진정한 공인데 (비키니 시위 이후) 그것이 많이 가려지는 것 같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키니 시위 이후 나온 나꼼수 일원(김용민·주진우)의 발언에 '여성비하', '성적 대상화', '마초'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도 반박했다. 

 

이 기자는 "('코피 조심하라'는 접견 서신을 남긴) 주진우 기자는 한겨울에 수감 생활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김용민·주진우의 발언) 자체가 좀 과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돌팔매 맞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적 농담은 고래(古來)부터 해왔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어른들에게 삶의 활력소였다.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인데 그것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처럼 민감한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둔감한 사람도 있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취향도 우월하지는 않다. 다양한 취향이 있을 뿐이다."

 

"'춘향 따먹' 남발하는 주류보다 더 마초적인가?"

 

이 기자는 "페미니스트들은 나꼼수가 마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주류에 똥침을 날리는' 나꼼수가 어떻게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을 남발하는 주류보다 더 마초적일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자유인과 선출직 공인들이 하는 얘기는 경중이 다르다.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던 김문수 지사나 '못생긴 여자의 마사지 서비스가 좋다'는 MB의 발언은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선출직 공인들의 불쾌감을 견뎌야 하는 기간이 있다. 반면 나꼼수가 저질이라고 생각하면 그 방송을 안 들으면 그만이다. '코피 조심하라'(주진우)는 것은 해학적이고 민중적인 EDPS(음담패설)라고 생각한다."

 

이 기자가 '비키니 인증샷'을 올리던 날, MBC 노조의 한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후배는 "인증샷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김재철 나가라'고 써보면 어떠냐?"고 이 기자에게 제안했다.

 

"그 후배의 제안을 받고 실제로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재철'이라는 세 글자를 내 살에 새기고 싶지 않았다. 김재철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내 살을 잉크에 적시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분이 비키니 입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김재철 나가라'고 하면 어떤가?"

 

이 기자는 "나중에 파업참가에다 비키니 인증샷을 더해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회사에서는 회사 명예 실추, 언론인 품위 손상 등을 얘기하겠지만 트위터 반응을 보면 명예를 실추하거나 품위를 손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정봉주와 붉은 물결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송별회가 26일 오후 서초동 검찰청앞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정 전 의원은 <나는 꼼수다> 멤버를 비롯해서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검찰로 출두해 수감되었다.
ⓒ 유성호
정봉주

한편 이 기자의 '비키니 인증샷'으로 이어진 '비키니 시위'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 지지·응원운동 차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자신의 가슴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고 쓴 사진을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정 전 의원 구명 사이트)에 올린 것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나꼼수 일원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정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고(1월 21일),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적힌 접견 민원인 서신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1월 27일).

 

이를 두고 "마초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설가 공지영씨와 진보논객 진중권씨 등은 트위터를 통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크게 증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