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돈봉투와 거짓말로 분칠한 ‘도덕적 완벽 정권’

道雨 2012. 2. 10. 13:07

 

 

 

  돈봉투와 거짓말로 분칠한 ‘도덕적 완벽 정권’

 

박희태 국회의장이 어제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사퇴했다. 1948년 제헌의회 이래 네번째의 국회의장 중도 퇴진이다.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씨가 각각 초대 대통령 취임, 4·19혁명 뒤 제명, 재산공개 파문으로 물러났지만,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어 물러난 것은 박 의장이 처음이다. 의정 사상 가장 불명예스럽고 치욕적인 일이다.

 

박 의장은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물러날 때까지 치졸하고 무책임했다.

고승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구체적인 돈봉투 수수 정황을 폭로했는데도 외교적 결례를 명분으로 도망치듯 외국 방문을 떠났다. 귀국해서도 사퇴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비로소 돈봉투를 돌린 비서가 양심선언을 하고 나서야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변인을 통해 5줄짜리 사퇴의 변을 내놓고 잠적했다.

 

돈봉투 사건의 또다른 주역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더욱 뻔뻔하고 가증스럽다.

그는 고 의원이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자 “그와 일면식도 없다. 말도 한번 섞어본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아무개씨는 양심선언에서 “정작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김 수석을 겨냥했다.

 

국회의장과 정무수석은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요직이다.

국회와 정당 관련 업무를 대통령에게 보좌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정무수석은 입법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중을 국회에 전하고, 국회의장은 이를 입법 과정에 반영하는 게 통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국리민복을 꾀하는 이런 자리를 부정과 무책임, 거짓말 ‘선수’들이 맡아왔다니 얼마나 한심하고 참담한 일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의 몸통이랄 수 있다.

남은 대선자금이 돈봉투 살포 때 흘러들어갔느냐 여부는 검찰이 밝힐 문제라고 치더라도, 부도덕의 극치인 두 사람을 지금의 위치에 발탁한 사람은 이 대통령 자신이다.

대선 운동 때부터 6인 원로회의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박 의장은 18대 공천에서 탈락했으나, 이후 이 대통령의 전폭 지원 아래 원외 당대표와 양산 재보궐선거 출마, 국회의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당 대표 선거의 좌장이었던 김효재 의원은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도덕과 완벽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 2012. 2. 1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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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선 ‘진화’ 바랬는데…청와대·여당 ‘후폭풍 걱정’

 

 

청, 김효재 수석 연루땐 “거짓말 옹호한꼴 될라”

여, 쇄신 분위기에 찬물 “타이밍 너무 늦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불길이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 여권 핵심부로 번지면서 여권 전체가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됐다. 9일 사건의 실체가 일부 드러나면서 박희태 의장이 곧바로 의장직을 사퇴했지만 김효재 정무수석은 사퇴설을 부인하며 일단 버티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김 정무수석이 연루된 정황이 거듭 확인되자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비록 이번 사건이 김 수석의 청와대 입성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가 현직 수석비서관으로서 이날까지 거듭 부인해 왔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 수석의 돈봉투 연루 사실 자체는 물론,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더 따가울 수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돈봉투 관련 얘기는 저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김 수석이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김 수석을 신뢰한다”며 감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국민께 미안하다고 하면서 털고 갔으면 부담이 적었을 텐데, 결국 청와대가 거짓말을 옹호한 게 돼버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날 언론 접촉을 끊은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당분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만 외부에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선 김 수석의 사퇴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귀국한 뒤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외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마당에 함부로 사의를 표명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이 귀국한 뒤 상황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희태 의장의 사퇴를 두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태도를 내보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황영철 대변인은 전했다. 한 의원은 “진작에 물러났어야 한다”며 “물러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이 직접 밝히지 않고 대변인에게 사퇴문을 읽게 한 것은 비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도 당명과 로고, 상징색을 바꾸는 등 그동안의 새 단장 작업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돈봉투 사건의 흙탕물이 새 옷으로 갈아입은 새누리당에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의 이름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공천 과정은 물론 총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의장의 사퇴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떠밀려 하듯이 해서 모양새도 나쁘다”고 말했다.

 

안창현 임인택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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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명진 “박희태 의장이 거짓 진술 강요”

사퇴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보좌관 고명진(41)씨가 진술을 번복해 윗선 개입 사실을 밝히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의장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진술까지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확대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고 전 보좌관으로부터 “박 의장이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라고 종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조선일보>가 10일 보도했다.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 돈봉투를 돌려받은 고씨는 지난 7일까지 3차례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고씨는 또 검찰에서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알리자 김효재 당시 캠프 상황실장(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것을 돌려받으면 어떡하느냐’며 화를 버럭 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고 전 보좌관이 검찰 조사에서 “돌려받은 돈 봉투를 박 의장의 최측근인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정민 수석비서관은 이날 새벽까지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돌아갔다. 김효재 수석도 곧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돈봉투 살포를 실행한 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 윗선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박 의장은 9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국회의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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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수석이 모든 의혹 통로…‘돈봉투 판도라’ 열렸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의 재정 업무를 담당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앞줄 맨 오른쪽)이 9일 오후 취재진의 질문을 뿌리치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돈봉투 윗선’ 수사 급물살
안병용씨에 2천만원·고승덕 의원에 전화인물 지목
당시 상황실장으로 ‘돈봉투 연결고리’ 의혹 짙어져
검찰, 캠프 자금관리 조정만비서관 불러 ‘출처’ 추궁

표면적으로 답보 상태를 보이던 검찰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 수사가 9일 급진전의 계기를 맞았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한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하고 되돌려받은 것으로 지목된 고명진(41·현 ㅇ의원 보좌관) 전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가 함구하던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지난 주말 고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진술을 뒤집는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고 의원한테서 돌려받은 300만원을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1급)한테 돌려줬고, 이를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한테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수석은 당시 ‘박희태 캠프’의 상황실장으로 선거 실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앞서 고씨는 그동안 “돈을 돌려받은 것은 사실이나, 내가 임의로 써버렸다”며 박희태 캠프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고씨의 진술 내용이 바뀌면서, 검찰 수사는 한결 수월해졌다. 고 의원이 돌려준 300만원이 박희태 캠프에서 나온 자금이라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조 수석비서관은 당시 캠프에서 자금 관리를 맡았고, 김 수석은 캠프 전반을 관장하는 위치에 있었다. 고씨가 300만원 돈봉투를 조 수석비서관한테 반납하고 김 수석한테 보고했다는 진술은, 300만원의 출처가 결국 캠프였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검찰로서는 이러한 고씨의 진술이 확보되면서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퍼즐조각을 맞출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를 갖게 된 셈이다.

이에 검찰의 칼끝이 김 수석을 겨누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안병용(54·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구속 기소)씨와 함께 김 수석의 사무실에 올라가 인사를 드리고, 그의 책상 위에 있던 2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아서 나왔다”는 은평구 구의원 김아무개씨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씨마저 김 수석한테 ‘300만원’ 반환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내놓은 것이다. 돈봉투 의혹의 두갈래 길이 모두 김 수석에게 수렴되는 상황이 됐다. 앞서 돈봉투 의혹을 처음 폭로한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왜 돈봉투를 반환한 것이냐”고 물었다는 인물 역시 김 수석으로 지목된 바 있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 김 수석이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단 검찰 수사는 아래부터 차근차근 윗선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날 조 수석비서관을 다시 소환해 고씨한테 돈봉투를 되돌려받은 사실이 있는지, 300만원 돈봉투를 고 의원 쪽에 건넨 인물이 누구인지를 추궁했다. 또 검찰은 조 수석비서관이 2008년 전당대회 직전에 현금으로 인출한 4000만원이 돈봉투의 출처인지도 캐물었다. 앞서 검찰은 라미드그룹의 자금이 박희태 캠프에 유입된 정황을 포착해,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 수석비서관이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변호사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1000만원 수표 4장을 2008년 전당대회 직전에 현금화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조 수석비서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의 신병처리가 이뤄지는 대로 김 수석의 소환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