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추억에산다 / 2012-03-11) 당면한 사회이슈를 구럼비로 몰아버리자는 의도
트윗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는 강정 구럼비 폭파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넘치고 있다. <뉴스타파>에서 자세히 소개했다시피 강정은 해군기지로서도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걸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기관이 추진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제한된, 극히 제한된 정보밖에 가지지 못한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정보와 권력을 독점한 측에서는 절대로 그것을 공유할 의도가 없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정부’가 국민에게 공개한 자료는 전혀, 진짜 ‘정부의 의도’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 당시 ‘대양해군’ 계획에 따라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수립했었다고 말했다. 동북아 균형론과 이어도로 이어지는 우리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했다고 한다. 이 말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이 전부였을 리 또한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만약 미국의 요청으로 제주도에 해군기지 요청이 있었다 한들, 전직 장관이자 고위관료로서 그것을 밝힐 수가 있었겠는가?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쓰레기 같던 안두희도 지가 알던 모든 비밀정보를 그대로 가슴에 품고 지옥으로 가버렸다. 최규하 또한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주어진 정보는 노무현 정권의 ‘대양해군론’이지만, 사실 그 내부에 ‘미국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거절하지 못하는 불쌍한(!) 약소국 대한민국 대통령의 처지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위협적인 중국의 해군력과 대비해서 미군은 필리핀기지에서 철수하고, 오키나와 기지를 축소해야만 하는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로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서두를 이유 또한 없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우리 국방력이 아직은 대양해군을 따지기보다 더 급한 전력 보강이 필요한 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든 경제든 한정된 자원의 배분에서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대양해군론은 전셋집 사는 주제에 대형 외제 세단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벤츠 좋은 줄 누가 모르나. 하지만, 일단 좀 더 넓은 내 집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물론 해군이 제주도 기지 건설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다소 불법적이라도 강행하려고 했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해군으로서는 강정이든, 화순이든 혹은 제3지역이든 자신들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놓는 자체에 반대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없다. 따라서 엉터리 시뮬레이션 결과든, 부적합 판정이든 상관없이 결론은 ‘문제없다’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발표는, 하지만 실제 서둘러 추진할 의사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는 비단 참여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이 취임한 지난 4년간 언제 제주도 해군기지를 강행하겠다고 서두른 적이 있었던가? 더구나 작년 정기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해군기지 건설 예산을 전액 삭감까지 해버렸다. 말하자면,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대양해군론’은 먼 미래의 일이지 당장의 일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취임 4주년 기념식에서 갑작스럽게 재추진 의사가 나오고 곧이어 발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능한 몇 개의 의심을 꼽아 보자면, 첫째, 이명박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공사를 진척시키라는 미국 측의 압력을 상상할 수 있다. 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박아놓은 대못’을 뽑지 못할 정도로 공사를 진척시켜 놓으라는 압력을 행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라면 미국이 작년 국회에서 해군기지 예산을 전면 삭감하도록 가만뒀을까 싶다. 몇십 년 앞을 내다보고 국방전략을 세우는 미국이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둘째, 이명박이 해군기지 건설 사업자인 삼성, 대림에게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공사를 강행시켰을 가능성. 임기가 끝나기 전에 되돌리지 못할 만큼의 공사를 강행시켜서 남은 공사마저도 보장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으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이 또한 전혀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겠으나, 진짜 설마 이렇게까지 더러운(!) 대통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하늘보고 침 뱉기라서 차마 상상하기 싫다. 셋째, 나름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면한 사회이슈를 구럼비로 몰아버리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지금 강정 때문에 말이 많지만, 작년 연말부터 이명박의 강정 기지 강행 발표 이전에는 한미 FTA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국민 반대 여론이 70%에 달한다는 여론 조사 발표가 뒤따랐다. 그리고 한미 FTA는 ‘총선에서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다. 국민 70%의 반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5일 발효, 그리고 곧이어 총선… 이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물론 한미 FTA 말고도 노욕 3인방(이상득, 최시중, 박희태)의 불명예 퇴진과 총리실 불법 사찰 양심선언, 10.26 부정선거 등등 수많은 악재들이 산적해 있었다. 한미 FTA 반대는 총선에서 심판의 표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강정 구럼비 파괴가 총선에서 심판의 이슈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대다수 강정 주민의 반대, 국민의 반대, 국회 예산 삭감, 절대 부적합한 입지 조건 등을 감안하면 이번 ‘구럼비 폭파’는 진짜 해군기지 설치를 위한 폭파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 행해지는 구럼비 폭파는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폭파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연이나 유물 따위 자기 것이 아니라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명박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발상이라고 본다. 그깟 바위 좀 깨서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울산바위도 깨 버릴 이명박 아닌가. 바로 작년에 김은혜를 KT에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대국민 전화 피싱’ 한답시고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외쳐서 돈 몇 푼 챙기고 나니 곧바로 군사기지를 만들겠다고 하는 그 대가리에는 뭐가 들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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