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파업 방송사 공통점, 청와대가 사실상 최대주주

道雨 2012. 3. 12. 15:33

 

 

 


파업 방송사 공통점, 청와대가 사실상 최대주주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03-12)


 

MBC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결방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KBS 노조도 지난 3월 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고, YTN 노조도 사장 사퇴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사장 연임을 반대하는 연합뉴스까지 파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노조 한결같이 ‘공영성 회복’ 주장

노조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공정성 확보’와 ‘공정성을 훼손한 사장의 퇴진’이다. 이들 언론사의 지배구조가 대체 어떤 형태이기에 정권의 측근들이 사장이 돼 내려와 자리를 꿰차고 정권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걸까.

최근 ‘숙박왕’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MBC 김재철 사장. 그가 사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를 MBC 이사진과 사장 선임을 관장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 김우룡은 이렇게 설명했다.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사장 선임의) 첫 번째 기준이었다. 김재철 사장의 역할은 MBC 좌파 청소부다.”

 

 

MBC 사장이 되려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방문진 9명의 이사의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에게 있고,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MBC이사진 임명권 60% 이상 청와대가 행사

몇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거나 다름없다. 방통위 상임위원의 60%, 방문진 이사진의 2/3가 여당 몫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양심적으로 ‘중립’을 지켜준다면 모를까 이런 절차를 걸쳐 임명된 MBC사장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권의 ‘앵무새’, 집권여당의 ‘홍보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 장악에 관심이 지대한 현 정권과 김재철은 코드가 맞는 사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고대 선후배 관계로 오랫동안 연을 이어왔다. 울산MBC사장이던 그가 모친상을 당하자 대선 후보라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빴던 이 대통령이 직접 울산을 찾아 조문을 할 정도였다.

 

 

KBS의 경우 ‘정권 편향성’은 MBC보다 더 심각한 구조를 갖고 있다. 11명으로 구성되는 ‘KBS이사회’의 이사 임명제청권은 방통위가 행사한다. 11명의 이사 중 야당 몫은 4명뿐. 청와대가 방통위를 ‘제 사람’으로 장악한 상태라면 KBS 이사진을 쥐락펴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된다.


KBS도 마찬가지, 사실상 청와대가 쥐락펴락

아니나 다를까. 현 김인규 사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으로 있었던 사람이다. 선거방송 전략을 전담하다가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KBS사장 자리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통령 측근을 사장으로 앉히려고 무리하게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해고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피하기 위해 1년간 한국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으로 피해 있다가 마침내 2009년 KBS 사장에 ‘등극’했다.

YTN 사장으로 낙하산 타고 내려왔던 구본홍도 이명박 선거캠프 출신이다. YTN노조는 구 사장의 출근을 막으며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였다. 사측은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 노종면 기자 등 6명이 해고하고 33명을 징계하는 강수를 뒀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YTN 주식 58.5% 사실상 정부 소유

결국 구본홍의 후임으로 배석규 사장이 취임했다. 전임 구 사장과 후임 배 사장은 경남고 3년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 YTN 노조는 배 사장을 ‘낙하산의 낙하산’이라고 비난했다. 배 사장이 들어서면서 YTN의 공정성 훼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YTN 사장 자리에 정권의 측근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있다. 바로 YTN의 주주 명부. 한국전력KDN, KT&G,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과 정부 관련 기업이 보유한 주식은 58.5%나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이사진을 꾸리고 대표를 선임하는데 하등 문제 될 게 없는 구조다.

사장 연임에 반대하며 파업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연합뉴스’ 역시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정권의 ‘마리오네트’ 되기 십상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KBS와 MBC가 보유하고 있던 ‘연합뉴스’ 지분 중 50%을 새로 신설한 ‘뉴스통신진흥회’가 소유하도록 했다. 이 ‘진흥회’는 ‘연합뉴스’의 최대주주로 경영전반과 사장 임명에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진흥회’의 7인 이사진은 국회의장과 신문협회, 방송협회에서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현재 이사진의 태반이 여당성향. 새누리당에 속했던 오철호 이사장을 비롯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 KBS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사실상 청와대인데다가 연 300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고 있는 ‘연합뉴스’가 ‘정권의 마리오네트’라는 숙명을 피해가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다.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는 4개사의 공통점은 ‘실질적인 사주가 청와대’라는 점이다. 청와대가 공영방송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준다면 모를까 언론장악의 흑심을 품는다면 이들 4개사 모두 정권의 ‘나팔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쇄 파업 해법은 간단, ‘청와대의 후퇴’

연쇄 방송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따져 들어가면 거기에 청와대가 있다.

이들 4개사를 사실상 틀어쥐고 있는 청와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이들을 놓아 주면 된다. 공영언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주면 된다.

국회도 움직여야 한다. 어떤 정권이든 이들에 대한 방송장악을 꿈꾸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 국민의 품으로 돌려 줘야 한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