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함… 指鹿爲馬(지록위마)의 사슴이 되고 마는가?
(서프라이즈 / 박유리 / 2010-11-18)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죽음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분석이 많다.
천하통일 후 불로장생을 염원해왔던 진시황이 5차 천하 순유 시 외진 곳에서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래도 진시황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던지, 자기 장례는 변방에서 국경을 지키고 있는 맏아들 부소에게 맡긴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곧 자기 후계자가 부소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외진 곳에서 진시황 옆에 있으면서 이 유언 비슷한 것을 조서로 꾸밀 수 있는 사람은 후세에 악명높은 평판으로 유명한 환관 조고 뿐이다.
조고의 입장에서는 부소가 진시황을 이어 황제가 되는 것은 최악의 악몽이다. 강직하고 유능하기로 정평 나있는 부소 치하에서 자기 같은 모리꾼들이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고의 입장에서는 진시황의 유언대로 시행하느니 어떻게든 자기 뜻대로 정세를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맏아들 부소를 황제로 내세우느니 차라리 어리벙벙한 풋내기인 그 동생 호해를 황제로 내세우고 그를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이 자기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진시황의 말을 옆에서 직접 들은 몇 사람만 확실하게 입을 틀어쥐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 마지막 판에 진시황이 과연 자연사했겠는가 혹은 조고에게 결국 살해되었는가 하는 점이 흥미진진한 얘기로 지금도 떠돌고 있다.
결국 조고는 황제의 조서를 위조하여, 맏아들 부소에게 자결하도록 꾸민 조서를 보내 부소를 없앤 후, 여러 사람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피하여 결국 호해를 그다음 황제로 앉히는 데 성공한다. 그 와중에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제패했던 시대의 재상 이사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이사도 조고의 짓이 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조고의 협박과 또 자기 자신과 가문의 안일과 평안을 위하여 조고의 손을 잡고 만 것이다.
그 후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진행된다.
흐리멍텅한 호해의 뻘짓과 환관 조고의 국정논단과 부패, 이사 패거리 집단의 추악한 행태 등으로 인해 진시황의 진나라 천하는 결국 이리저리 찢기고 나중에 유방과 항우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환관 조고의 손을 들어주었던 이사의 최후도 너무 비참했으며 주역인 조고의 마지막도 마찬가지이다.
“맏아들 부소가 내 뒤를 이어 왕이 된다.”
이것이 진시황의 진실한 마지막 메시지다. 이 메시지가 그 측근의 이해관계에 따라 “맏아들은 자결하도록 하고, 호해가 내 뒤를 잇는다.”라고 변조되어 천하에 공표된다. 이를 의심하는 자들은 전부 잔인하게 제거한다.
의심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고?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이다.
어느 날 대신들이 모인 조정에서 사슴을 풀어놓고 조고가 “저것은 말이다.”라고 선언한 후 일일이 물어본다.
“저게 말이야? 사슴이야?”…
곧이곧대로 보이는 대로 사슴이라고 대답한 관료들은, 말을 안 해도 그 후의 결말이 훤하지 않은가?
천하의 권력자가 사슴보고 말이라고 하면 말이라고 표현해야 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여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천하의 조고 옆에는 사슴이 말로 보이는 사람들로 득실거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말로는 뻔하지 않겠는가?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이 대중과 천하만민에게 있는 그대로 선포되거나 전달되면 천하는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을 다루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이나 신상만을 생각하여 자기 뜻대로 그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경우 환관 조고나 재상 이사의 사례가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시대의 ‘환관 조고’는 누구인가?
이 시대의 ‘예전의 명재상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자기이익에 눈 어두워 권력에 빌붙은 재상 이사‘는 누구인가?
지금도 사슴보고 말이라고 우겨대며 여기저기 떠들어대는 무리들은 또 누구인가?
사슴을 사슴이라고 했는데 천하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잡아 가두는 이 시대가, 진시황 말년과 다른 점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 비통한 천안함은… 이 시대의 指鹿爲馬(지록위마) 고사의 환관 조고의 사슴이 되고 마는 것인가.
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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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야당에서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가 결국 국회 다수당의 횡포에 의해 낙마하고 말았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자기가 생각한 그대로,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한 때문이니, 어찌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와 다르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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