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조선-동아 오보 망신, 왜 ‘천안함 증후군’ 앓게 됐을까?

道雨 2012. 1. 20. 12:29

 

 

 


 조선-동아 오보 망신, 왜 ‘천안함 증후군’ 앓게 됐을까?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2-01-19)


조선과 동아가 ‘기사’가 아닌 ‘소설’을 내보냈다.창작물의 대상으로 등장한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일.

천안함 사건 얘기만 나오면 핏대를 세우는 이들이 있다. 북한의 소행임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꼬치꼬치 따지는 ‘불순 세력’이 있다며 이들이 바로 종북주의자이고 빨갱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이 있다. 조선 동아 등 보수신문들이 그렇다.


‘북한 소행’ 확고한 증거라는 ‘김정남 발언’

조선과 동아가 또 ‘천안함 증후군’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남쪽의 종북좌파’들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고한 증거’가 나타났다며 고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에 대해 쓴 책의 내용을 인용했다.

조선과 동아가 ‘확고한 증거’라고 제시한 건 어제(18일) 출간된 한 권의 책.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2004년부터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통의 메일을 토대로 저술한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말한다. 이 책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김정남의 언급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천안함 ‘북 소행’ 김정남도 인정했는데>의 한 부분이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핵무기 보유와 선군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꾸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고 단언했다. 김정남은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2004년부터 7년 동안 이메일을 100여 회 주고받으며…. 국내 종북좌파 세력은 북한 권력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정남의 이런 폭로를 듣고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계속 주장할 것인가.”

동아일보 사설(인터넷판)


일본 언론인이 출간한 <아버지 김정일과 나>

17일자 조선일보 기사 <김정남, “천안함 북의 필요로 이뤄진 것”>의 한 부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의 한 언론인과 7년 동안 주고받은 이메일 대화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서는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7일자 기사. ‘고의성’이 다분한 오보다.<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에는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전혀 없다.

조선과 동아의 주장을 요약해 보자. 대충 이렇다.

김정남이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 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김정남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임을 스스로 시인했다. 북한 최고권력자의 장남이 북한 소행이라고 실토했으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종북좌파’들은 이제 헛소리 그만하고 입을 닫아라.


어쩌랴! 조선 동아의 ‘김정남 시인 발언’은 허위이고 오보란다!

그런데 어쩌랴. 조선과 동아의 주장이 ‘허위’임이 밝혀졌으니. 기사와 사설 모두 오보였다.

<아버지 김정일과 나>의 저자인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조선과 동아에 유감을 표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김정남이 천안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의 17일자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이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서해5도에 관해 언급한 것을 조선일보가 멋대로 해석한 것 아니냐”며 “조선일보의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조선과 동아는 이 책에 ‘천안함 사건은 북한 소행’이라는 김정남의 ‘고백’이 등장한다며 기사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천안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또 그는 국내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은 내가 물어본 적도, 김정남의 답변을 받은 적도 없어 한국 보도(조선과 동아)를 보고 놀라 내가 책을 잘못 썼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며 오보에 대해 조선일보가 해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여러 언론들이 고미 위원의 책을 입수해 조사해본 결과 역시 75, 76쪽과 140쪽에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뿐 천안함 관련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 오보일 가능성 희박, 고의성 다분하다

오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냄새가 난다. 당초 ‘김정남의 천안함 사건 언급’을 보도한 건 월간조선 기자. 기사를 쓰기 위해 김정남과 고미 위원을 직접 취재한 게 아니라 고미 위원의 책을 취재한 것이다. 현장취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단순 오보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고의성이 다분하다. 책에 없는 내용을 만들어 끼워 넣었다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과실에 의한 오보가 아니라 뭔가 노림수를 가지고 일부러 오보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추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위사실을 만들면서까지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왜 이토록 무리한 행동을 하면서까지 천안함 사건에 ‘타당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걸까? 조선과 동아의 ‘천안함 강박관념’은 어디에서 기인된 걸까?


조선 동아 왜 ‘천안함 증후군’ 앓게 됐을까?

‘고의적 오보’라고 가정해 보자. 재미있는 얘기가 가능하다. 북한 소행이 확실하다면 고의로 오보까지 만들면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도발’이라고 우길 필요가 없을 터, 혹여 조선과 동아는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천안함 침몰 원인에 다른 뭔가가 있는 걸까?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같은 얘기 자꾸 반복하며 목청을 높이면 되레 의심을 받는 법이다. 우기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라서 들통날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조선과 동아는 왜 ‘천안함 증후군’을 앓게 됐을까?

조선과 동아의 ‘고의성 오보’가 천안함 사건의 진상에 대한 의혹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