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세우는 민영화의 명분은 모순투성이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사업에 민간업체를 끌어들이면 서로 경쟁을 해 요금이 내려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틀린 주장이다.
철도는 필수공공서비스이며 자연독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민간사업자는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어 있다. 손실을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떠안고 과도한 이익을 내면 결과적으로 국가로부터 특혜를 보장받는 셈이 된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부실 덩어리였던 민영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국토부의 민영화 구상이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코레일한테는 원천적으로 경쟁여건이 불리해진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케이티엑스는, 정부의 추정으로도 20%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 노선’이다. 민간사업자는 이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반면, 코레일은 적자 노선과 차량까지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만약 코레일마저 경쟁력을 갖추려고 적자 사업을 정리하면 철도의 공공성은 무너진다. 철도 운영 주체가 노선별로 달라질 경우 안전 문제도 생긴다. 일원화된 관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와 같은 국가 기반시설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재산이다. 그 재산을 이용한 사업도 공공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에 충실해야지 함부로 공공재인 국민 재산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챙길 것은 다 챙기자’는 속셈이 아니라면 당장 케이티엑스 민영화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
[ 2012. 4. 1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