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진경락 외장하드' 열려…백원우, 친박 현기환도 사찰

道雨 2012. 5. 15. 12:51

'진경락 외장하드' 열려…백원우, 친박 현기환도 사찰

 

MB정부 불법사찰, 대상 정치인 명단 보니…

 

 

 

이명박 정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통령 비판 발언을 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이 이뤄진 추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9년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이석현 의원 등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들과 한나라당 내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 친박계 현기환 의원까지 사찰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15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검찰이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2009년 9~10월 작성의 컴퓨터 파일에는 "백원우·이석현 관련 후원회, 동향, 지원 그룹이 실체가 드러나도록 보고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공무원에 대한 감찰이 임무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야당 정치인을 사찰한 것이다.

백 의원은 같은해 5월 있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비난했으며, 이석현 의원은 6월 "이명박 대통령은 떡볶이집에 가지 말라. 손님 안 온다"고 공격하는 등 대표적인 '저격수'로 꼽혔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한 정치인이라면 여야도 가리지 않았다. 역시 2009년 1월 작성된 파일에는 "사하구청장 조정하 : 현기환 (초선, 사하갑) 의원이 대통령 비방. 친박 쪽으로 9일 상경. 국회의원은 현 의원을, 산하단체는 광주은행 감사(정두언과 친함)를 타깃으로"라는 내용이 나온다.

조 구청장에 대한 공직감찰 내용인 듯하면서도 사실은 친박계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해 온 현 의원과 쇄신파인 정 의원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의원은 2008년 11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임되자 "대통령이 밑바닥 정서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찰 대상이 됐다는 보도가 나간 바 있다.

▲2009년 5월 2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헌화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소리쳐 비난하고 있다. 경호원들이 제지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EH'의 '오더?'…"따라붙어 잘라라"

정치인들 뿐 아니라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찰 내용도 일부 있었다. 물론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찰은 정당한 직무감찰의 범위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진 내용을 보면 '표적·기획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강계두 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이사장에 대한 파일에는 "광주일고, 전 재경부 국고국장 출신, 인사에서 호남과 고려대만 죽어라 챙긴다고 한다"고 돼 있다. 강 전 이사장에 대한 지시는 이렇게 돼 있다.

"따라붙어서 잘라라."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대한 파일은 이름 자체가 '오더'로 돼 있다. 김 원장이 교수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후배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있다며 역시 '따라붙어서 자르라'는 내용이다.

권대봉 전 직업능력개발원장에 대한 파일에는 "EH는 확실히 조지라는 메시지"라는 내용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H'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출처는 "보호 안해주면 MB 불살라버리겠다" 진경락 외장하드

이같은 자료는 진경락 전 과장이 자신의 여동생 집에 보관하고 있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것이다. 진 전 과장의 여동생 집은 최근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진 전 과장은 민간인 불법사찰에서 실무 핵심을 담당했으며 이영호 전 비서관과의 연락도 맡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진 전 과장이 외장하드에 이같은 자료를 담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나름의 '보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진 전 과장이 증거인멸로 기소되자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그의 집으로 금일봉을 보내기도 했다.

또 앞서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진 전 과장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MB도 청와대도 이영호도 다 불살라버리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지난해 초 수감 당시 자신을 면회온 모 국회의원 등 지인들에게 "2010년 증거인멸의 진범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인사들"이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진 전 과장의 교도소 수감 당시 접견기록에 따르면, 그는 "○○○, ○○○, ○○○을 수갑 채워서 여기(교도소) 데리고 와야 한다. 진범들을 모두 잡아넣어야 한다", "민정수석실의 ○○○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자기가 한 일을 남에게 떠넘기느냐", "내가 나가면 수석들, 비서관들 모두 손보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당시 민정수석실 인사들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2010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권재진 수석(현 법무장관),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 김진모 민정2비서관(현 서울고검 검사),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현직), 이강덕 공직기강팀장 등의 진용으로 짜여 있었다.
 

     

/곽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