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등 승리…국내 론스타 소송에 적용될수도
캐나다 주정부가 미국 정유업체인 엑손모빌과 머피오일이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패소했다. 캐나다 정부의 패배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5일 미국의 국제중재 전문매체 <아이에이리포터>에 따르면, 캐나다 뉴펀들랜드주는 엑손모빌과 머피오일이 6000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지난 5월22일 패소했다. 캐나다 주정부는 그동안 이들 기업이 뉴펀들랜드주의 래브라도반도와 섬 주변에서 유정 개발 사업을 하면서 발생한 이익금 일부를 해당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도록 했다. 이에 미국계 정유업체들은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제기된 소송은 2009년 양사 소송이 합쳐진 이후 지난 5월에야 결말이 났다. 나프타에 따라 소집된 법정은 캐나다 주정부의 행위가 나프타 협정 1106조 ‘이행요건 부과 금지’(투자인가의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미국계 정유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사례는 우리 정부도 비슷한 사안의 소송에서 패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엑손모빌이 문제삼은 이행요건 부과금지 조항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관련 조항 대부분이 나프타 내용과 비슷하다. 남희섭 변리사는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나 현지인 채용, 기술이전 등을 요구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의 패소는 국내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사법 주권’ 침해 우려도 함께 낳고 있다. 엑손모빌 등의 기업은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 캐나다 법원에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캐나다 법원은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의 주장을 현지 법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캐나다 법원의 결정은 무력화됐다. 마찬가지로 론스타가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제기할 예정인 투자자-국가 소송도 국내에서 정당한 과세라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과 관련한 사실을 잘 알리고 있어 우리 정부와 대비된다. 캐나다 외교통상부는 누리집에 2007년 이후 엑손모빌 등이 제출한 문서와 정부 입장이 담긴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 밝힐 뿐, 론스타의 제소 의향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일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