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사건은 촛불시위에 놀란 정권이 그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임수빈 서울지검 형사2부장이 이 사건 기소가 부적절하다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사표를 낼 정도로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법무부가 지검 부장 자리를 내걸고 사건 수사를 맡을 사람을 수소문했고 다른 검사들은 거절했으나 전 검사가 하겠다는 뜻을 밝혀 형사6부장에 기용됐다고 한다. 결국 전 부장이 맡아 피디 5명에 대한 무더기 기소를 강행했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실이 보여주듯이, 조금만 법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정보도 정도로 충분한 사안을 검찰이 형사사건화해서 무리하게 기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현 정권 들어 물의를 빚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과 함께 검찰의 대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대표적인 ‘청부수사’ 사례로 꼽힌다. 이 수사 뒤 전 부장은 검사들의 선호도 1위인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연임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3차장은 특수부 등 대형사건 수사 부서를 휘하에 두고 있어 대선을 앞둔 고소고발 사건도 그가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전 차장뿐 아니라 다른 문제사건 관련 검사들이 줄줄이 영전하는 동안 검찰 조직은 기울어가는 이명박 정권의 운명처럼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 이 권력 저 권력에 빌붙어가며 고위직과 요직을 차지하는 정치검사들의 놀음판으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둘 국민은 없다. 이번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의 절박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